2021년 7월 30일(금)

농식품 투자가 탄소중립 앞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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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지구를 살리는 농식품 투자

최근 5년 농식품 투자 연평균 22% 성장
기후변화·식량난 해결법으로 떠올라

AI·사물인터넷 기반 농업 ‘스마트팜’
부산물 활용 ‘푸트업사이클’ 등 다양
美·獨 글로벌 기업들 ‘애그테크’ 투자

과거 농업 분야는 투자 기피 대상이었다. 기상이변에 따른 농식품 가격 급등락, 기후변화로 인한 재배지 이동과 해수면 상승 등은 산업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분위기가 최근 몇 년 새 급반전되고 있다. 글로벌임팩트투자네트워크(GIIN)에서 발표한 ’2020 연례 임팩트 투자’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농식품 분야 투자의 연평균 성장률은 22%에 이른다. 세계 각국 정부와 전문가들은 농식품 투자를 기후변화와 식량 안보에 대처하는 방안으로 꼽는다. 농식품 투자가 지구를 구할 수 있을까?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들여다보면 농업의 미래를 점칠 수 있다.

농식품 투자가 탄소를 줄인다

농림수산식품 투자는 단순히 먹거리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다. ▲생산·재배·축산 ▲식품개발·제조·가공 ▲유통·판매 ▲소비 등 가치 사슬 전 과정에 걸쳐 있다. 사물인터넷(IoT)이나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생산성을 높이는 기술 기업부터 기후 환경이 척박한 아프리카와 중동에서도 경작할 수 있는 스마트팜, 식용 곤충 사육을 통한 대체 단백질 생산, 부산물을 활용하는 푸드업사이클까지 다양하다.

국내 푸드업사이클 기업 ‘리하베스트’는 맥주·식혜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재가공해 친환경 식품을 만든다. 맥주를 만들 때 발생하는 보리 부산물은 영양이 풍부하지만, 활용 방법을 찾지 못해 가축 사료로 쓰이거나 대부분 폐기됐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식품 부산물량은 2019년 기준 2958만t에 이른다. 전체 부산물 중 약 70%는 환경부담금을 내고 쓰레기로 폐기된다. 맥주·식혜 부산물은 42t 규모로 추산된다. 이를 탄소 배출량으로 따지면 110만t이며 승용차 254만대가 배출하는 온실가스와 맞먹는다. 맥주 회사들이 매년 내는 환경부담금만 280억원 정도다.

리하베스트는 OB맥주로부터 부산물을 공급받아 에너지바를 제조·판매하고 있다. 올해 매출 전망치는 10억원. 창업 3년 차 스타트업이지만 투자 업계의 러브콜도 쏟아지고 있다. 민명준 리하베스트 대표는 “투자 유치 현황은 라운딩을 진행 중이라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지만 8월 중에 좋은 성과가 있을 것”이라며 “국내 타피오카펄 공급의 약 80%를 차지하는 태국 기업과 협업해 부산물 활용은 물론 제품 수출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신화·연합뉴스

환경 이기는 기술로 식량난 해결

스마트팜 개발 기업 ‘엔씽’은 이미 글로벌 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엔씽은 지난해 아랍에미리트 사리야그룹과 300만달러 규모의 컨테이너 농장 구축 계약을 맺었다. 핵심 키워드는 수직·수경이다. 컨테이너 안에 수경재배 스마트팜 설비를 갖추고 수직 수평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했다. 재배 작물은 LED(유기발광다이오드)로 광합성하고, IoT 기술로 온도·습도 등 생육 환경을 관리한다. 컨테이너 농장 내부는 멸균 상태를 유지해 병충해 문제가 없다. 환경적인 측면에서는 농약이나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 노지 재배보다 물을 98% 적게 사용하는 점이 강점이다. 또 날씨와 무관하게 작물을 키울 수 있어 아프리카나 중동에서도 대규모 농업이 가능하다.

척박한 기후를 극복하는 농업 기술은 코로나19로 인한 식량난 해결에도 주요 대안으로 꼽힌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지난해 코로나 이후 국경 봉쇄로 경제가 무너지기 시작했고 소말리아·마다가스카르 등 일부 국가에서는 지속적인 가뭄으로 심각한 식량 위기를 겪고 있다. 최근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소말리아에서만 긴급한 인도적 지원이 필요한 인구가 280만명에 달하고, 마다가스카르 역시 식량난에 빠진 인구를 13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임팩트 투자사 소풍벤처스는 농림축산식품부·농업기술실용화재단과 함께 농식품 분야 투자에 특화된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 ‘임팩트 어스’를 운영하고 있다.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는 “스마트농업은 시장 참여자가 늘어날수록 정교해지고 효율화되고 농식품 산업은 국가와 인류, 환경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분야”라고 설명했다.

‘애그테크’에 투자하는 글로벌 기업들

글로벌 농식품 투자 속도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농식품 투자 컨설팅 기업 애그펀더(AgFunder)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농식품 분야 투자 규모는 29조5582억원에 달한다. 10년 전인 2011년 당시 5662억원과 비교하면 50배 이상 성장한 셈이다. 농식품 분야가 벤처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으면서 농업(agriculture)과 기술(technology)을 합친 ‘애그테크(Agtech)’라는 신조어도 나타났다.

특히 IT기술을 보유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도 애그테크에 과감한 투자를 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50년까지 전 세계 식품 생산량을 70% 높이는 걸 목표로 하는 ‘애저 팜비트’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지난 2015년 프로젝트 돌입 이후 4년 만인 2019년 11월 디지털농업 기술을 클라우드로 활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하는 데 성공했다. 농장 설비와 네트워크 장비를 연결하는 데 드는 비용을 5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는 평가다.

구글은 미국 주요 농지의 60년 데이터를 보유한 ‘클라이밋코퍼레이션’에 투자한 데 이어 지주회사인 알파벳은 농업 데이터를 비교·분석해주는 ‘파머스비즈니스네트워크’에 수년간 투자를 해오고 있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는 수직농장 개발사인 플렌티에 2억달러를 투자했다. 중국의 알리바바는 지난 2018년부터 ‘ET 농업 브레인’ 프로젝트를 통해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농업 기술 개발에 돌입했다. 현재 돼지 사육, 농작물·과수 재배 등 광범위하게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해 연간 수십억원의 비용을 줄여나가고 있다. 기업 간 인수합병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클라이밋코퍼레이션은 지난 2013년 글로벌 농산물 기업 몬산토에 9억3000만달러에 인수됐고, 이후 독일 제약사 바이엘은 몬산토를 630억달러에 사들였다.

특히 이스라엘의 경우 국가 차원으로 애그테크 스타트업 R&D에 2018년 270만달러, 2019년 540만달러 등을 지원하면서 농업 기술 혁신에 힘을 싣고 있다.

미국 수직농업 개발·운영 스타트업 플렌티. /플렌티 제공

노지(露地)로 나간 국내 스마트 농업

국내 농업 투자는 이제 막 주목받기 시작한 단계다. 기술적으로 가장 앞서나가 있는 스마트팜 분야는 정부의 농업 디지털화 정책에 따라 빠르게 몸집을 불리고 있다. 국내 시설 원예·축사 스마트팜 규모는 지난 2016년 430호에서 2020년 3463호로 성장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스마트팜 규모를 오는 22년까지 시설원예 7000㏊, 축산 5750호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문제는 설비 구축을 위한 막대한 예산이다. 1000평 기준으로 온실만 지어도 3억5000만원가량의 비용이 필요하다. 또 양액공급시설, 난방시설, 환경제어시설 등의 첨단 시설을 갖추기 위한 필요 예산은 10억원으로 껑충 뛰어오른다.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 스마트팜을 설치한 이후 수익 문제에 직면하면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농민들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스마트팜 산업이 농업 전체로 확장되지 못하고 수출을 목적으로 하거나 수익률이 높은 일부 농작물에 집중되고 있다. 실제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이 조사한 ’2020년 농업법인 정보화 수준 및 활용도 조사’에 따르면 농가에서 정보화 시설의 도입이나 확대가 필요하지 않다고 꼽은 이유로 ‘현재 정보화 수준에 만족’이 29.9%로 가장 많았고, ‘비용 부담’이 29.8%로 바로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구축 비용이 저렴한 ‘노지(露地) 스마트팜’을 대안으로 꼽는다. 과거 노지 농업은 관수 조절로 물을 대고 병충해 예방에 신경 쓰는 게 최선이었다. 최근엔 실내가 아닌 노지에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토양·기후를 분석해 물·비료·병해충 관리를 한 번에 해결하고 자율주행 농업 기계 등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노지 스마트팜을 적용하는 데 드는 비용은 온실 설비의 5분의 1 수준이다.

농업 스타트업 ‘에이아이에스’는 노지 작물 데이터를 취합해 생산성을 20%가량 끌어올리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품종에 따른 토양·생육조건, 기상 정보, 재배관리 등의 정보를 드론과 기상대로 수집한다.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해 최저 비용으로 최대 생산성을 낼 수 있는 설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에이아이에스는 재배관리 설루션을 통해 농업 진입 장벽을 낮춤으로써 초보 농업인의 유입도 기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시설 원예 중심이던 스마트팜 개념이 노지로 확대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많은 정보를 확보하는 게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이명훈 순천대학교 스마트농업전공 교수는 “노지를 온실로 전환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기 때문에 결국 노지 스마트팜으로 갈 수밖에 없는데 성공의 핵심은 방대한 데이터 확보”라며 “국내 디지털 농업이 활성화되기 위해선 현재 여러 곳에서 따로따로 축적되고 있는 농업 데이터를 표준화할 수 있도록 협력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고 했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강명윤 더나은미래 기자 mym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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