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후위기 영향으로 학업을 중단한 저소득국가 여학생이 최소 400만명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기후위기 피해는 사하라 남쪽 아프리카 국가에 집중됐다.
23일 글로벌 데이터분석 기업 SAS에 따르면, 대홍수·쓰나미·가뭄 등 기후 관련 재해로 학업을 포기한 여학생은 최소 400만명이며, 2025년에 이르면 최소 1250만명을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SAS는 말랄라펀드와 공동으로 기후위기와 여성 교육의 연관성을 수치로 분석한 ‘기후위기-여학생 교육 영향 지수’를 발표했다. 말랄라펀드는 최연소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말랄라 유사프자이가 설립한 비영리단체로 여성 아동을 대상으로 교육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기후위기가 여성 학업에 미치는 영향을 데이터로 분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수는 전 세계 여학생들의 학업 중단 위험도를 가리키는 지표(GECI)와 국가별 기후 위기 대비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ND-GAIN)를 분석해 산출됐다. 수치가 높을수록 기후위기로 인한 여학생 학업 중단 위험도가 높다.
분석 결과를 보면, 1위부터 10위까지 모두 사하라 남쪽 아프리카 국가들이 차지했다. 나이지리아가 7.80점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았고, 이어 카보베르데(7.76), 차드(7.37), 기니(7.33), 말리(7.32), 베냉(7.32), 중앙아프리카공화국(7.26), 토고(7.19), 카메룬(7.18), 세네갈(7.17) 순이었다. 15위에 오른 케냐는 6.88점으로 나타났고, 22위 인도는 6.54점이었다. 유럽 국가 중에는 우크라이나가 5.34점으로 53위에 올랐다. 동남아에서는 베트남이 4.21점으로 70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편 북한은 4.27점으로 68위였다.
여학생들이 학업을 중단하게 되는 주요 원인은 홍수로 인한 이주, 임시 학교의 안전 문제, 코로나19 등 전염병 문제 등이다. 말랄라펀드는 “가뭄 피해가 극심한 지역의 여학생들은 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일찍 결혼하거나, 먼 곳으로 물을 길러 가기 위해 학업을 중단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성에 대한 성 평등 교육 제공, 성적 자기 결정권 보장, 동등한 STEM 교육 기회 제공 등을 통해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고 했다.
말랄라펀드는 여학생에 대한 교육 지원이 기후위기 영향을 완화하는 가장 중요한 전략 중 하나라고 주장한다. 성평등 교육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여성들을 육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성적 자기 결정권 보장을 통해 출산율을 조절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약 854억t 감축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말랄라펀드는 이번 분석을 바탕으로 오는 11월 영국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기후위기 대응에서 여성 교육의 중요성을 알릴 계획이다.
수잔 엘리스 SAS 브랜드 디렉터는 “인류는 과거보다 2~3배 커진 산불로 인한 황폐화, 강력한 태풍, 극심한 가뭄, 생태계 변화 등 기후위기의 영향을 끊임없이 경험하고 있고 산업계에서도 기후변화로 인한 위험을 측정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기후변화는 취약한 계층에 가장 먼저 영향을 미치는만큼 여학생 교육 지원 등을 우선과제로 여러 단체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강 더나은미래 기자 river@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