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14일(수)

직업 없던 빈민가 청년들, ‘기술’로 자립하다

직업 없던 빈민가 청년들, ‘기술’로 자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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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 단도라 그린라이트 프로젝트

“학교를 졸업하면 우리만의 정비소를 차리고 싶어요.”

케냐 나이로비 빈민가에 사는 데이비스의 꿈은 자동차 정비사다. 정비 기술을 함께 배우는 친구 두 명과 동네에 작은 정비소를 열기 위해 국가공인자격증 시험도 봤다. 도시 빈민으로 나고 자란 데이비스가 꿈을 품게 된 건 지난 2018년 문을 연 ‘단도라 그린라이트 직업훈련센터’에 나가기 시작하면서다. 단도라 지역은 나이로비의 대표 슬럼 중 하나로, 대형 쓰레기 매립지 주변에 빈민 30만명이 모여 살고 있다. 지역 청년 대부분은 변변한 직장 없이 일용직을 전전한다. 데이비스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9일(현지 시각) 케냐 나이로비의 단도라 그린라이트 센터에서 자동차 정비 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들. /굿네이버스 제공

기술 교육으로 자립 지원… 국가공인자격증 합격률 95.8%

단도라 청년들의 꿈을 키우는 직업훈련센터가 코로나를 뚫고 지난 1월 다시 문을 열었다. 케냐에서 첫 코로나 확진자 발생으로 셧다운 된 지 10개월 만이다. 올해 7월 예정된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학생 330명은 단계적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그린라이트 직업훈련센터는 기아와 굿네이버스, 케냐 지방정부, 코이카와 공동으로 2016년부터 추진한 ‘그린라이트 프로젝트(GLP)’의 일환으로 설립된 교육기관이다. 케냐에서는 전체 청년 중 62%가 중등교육을 이수하지 못했고, 대부분의 빈곤 청년은 제대로 된 직업 훈련을 받아본 적이 없다. 이러한 현상은 도시 빈곤층의 높은 청년 실업률로 이어져 국가적 문제로도 대두하고 있다. 케냐 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케냐의 20~24세 청년 실업률은 12.5% 수준이지만, 도심 지역 청년의 경우 20%를 웃돈다.

센터의 목표는 교육을 통한 도시 빈곤층의 자립이다. 지난 2018년 개관 첫해에만 178명이 입학했다. 이를 시작으로 2019년 308명, 지난해 331명 등 꾸준히 학생 수가 늘고 있다. 직업훈련 수업은 국가공인자격증 시험에 맞춰 ▲자동차 정비 ▲전기전자 ▲재봉 ▲정보통신 기술 ▲미용·뷰티 ▲컴퓨터 활용 등 6개 프로그램으로 세분화돼 있다.

케냐의 국가공인자격증은 자동차, 일반 정비, 섬유, 전기전자, 미용·뷰티 등 크게 5개 분야로 나뉜다. 자격증 등급은 분야별로는 가장 낮은 등급의 ‘그레이드3(Grade3)’, 중간 등급인 ‘그레이드2(Grade2)’, 상위 등급인 ‘그레이드1(Grade1)’, 숙련공들에게 주어지는 ‘크래프츠멘(Craftsmen)’ 등 네 가지로 구분된다.

교육 프로그램은 기본적으로 1년 과정이다. 다만 학생들이 더 높은 레벨의 자격증에 도전하고 싶다면 최대 3년을 다닐 수 있다. 허남운 굿네이버스 케냐 대표는 “입학생 대부분은 1년 과정에 그레이드3 자격증을 취득하고, 크래프츠멘 등급까지 가려면 3년을 다녀야 한다”면서 “실전 기술을 갖추고 있더라도 학교 졸업장이나 기술 자격증이 있어야 취업이 수월해진다”고 했다.

학생들의 호응은 뜨겁다. 굿네이버스에 따르면, 센터 학생들의 월평균 출석률은 96%에 이른다. 자격증 시험 합격률도 지난 3년간 평균 95.8%에 이를 정도로 높다. 전체 합격자 수는 184명으로, 이 가운데 자동차 정비 자격증을 취득한 청년만 123명이다. 취업률도 높다. 지난 2019년 5월 교육과정을 마친 제1회 졸업생 66명 가운데 51명이 졸업과 동시에 취업했다.

사업 목표 1년 단축해 운영권 조기 이양

그린라이트 직업훈련센터의 인기 과목은 단연 자동차 정비다. 전체 학생의 약 70%가 정비 기술을 배우고 있다. 이는 케냐의 현지 상황과 맞물려 있다. 현재 케냐에서는 15년 이상 운행 차량이 전체 차량의 약 51%에 육박하고, 평균 운행 기간도 16.6년에 이른다. 이 때문에 자동차 정비 사업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높아 미래 전망이 밝은 산업 중 하나로 꼽힌다.

허남운 대표는 “케냐에서 자동차는 선망의 대상이기 때문에 고장 난 자동차를 자기 손으로 고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자부심이자 교육에 집중할 동기부여가 된다”고 말했다. 이어 “자동차 정비 기술을 배워놓으면 정부 기관에서 정비사로 일할 수도 있고, 기술학교의 보조 강사로 취업할 수도 있다”면서 “도심에 있는 큰 규모의 자동차 정비 기업에서 일을 배우고, 나중에 실력을 인정받으면 몇몇 청년들이 모여서 동업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케냐에서 대졸 신입 초봉은 보통 300~400달러 수준이다. 자동차 정비 회사에 취업하면 규모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200~300달러 정도 받을 수 있다. 비교적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는 정비사를 꿈꾸는 학생들의 나이는 만 16세부터 20대 중반까지 다양하다. 성별도 가리지 않는다. 현재 직업훈련센터에 등록된 학생의 약 40%가 여학생이다.

GLP의 총 사업 기간은 5년이다. 이 기간 안에 센터 운영권을 지방정부에 넘기고 자립 모델을 갖추도록 하는 게 목표다. 지난해 12월 기아와 굿네이버스는 학생들의 높은 자격증 취득률과 센터와 별도로 설립된 ‘그린카센터’ 운영을 통한 소득 사업이 안정적으로 운영됨에 따라 목표 사업 기간보다 1년 앞당겨 센터를 나이로비시청에 조기 이양했다. 허남운 대표는 “직업훈련 교육 외에도 학생회 운영, 동아리 활동 등 다양한 학교 운영 프로그램이 정착했다”면서 “앞으로 나이로비시청에서 센터를 공립학교로 직접 관리·감독하고, 추가적인 예산 지원 없이도 자립적으로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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