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8일(목)

자녀 징계권 63년 만에 민법에서 삭제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제공

자녀에 대한 친권자의 징계권 규정이 63년 만에 삭제됐다. 1958년 민법 제정 이후 단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은 조항이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국회는 8일 본회의를 열고 민법 제915조(징계권) 조항을 삭제하는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재석 264명 가운데 찬성 255명, 기권은 9명이었다. 징계권은 ‘친권자가 아동의 보호나 교양을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고, 법원의 허가를 받아 감화나 교정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고 규정한 조항이다. 하지만 자녀를 훈육할 수 있다는 근거로 쓰이면서 가정 내 체벌을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합리화하는데 악용됐다는 지적도 있었다.

우리나라 민법의 징계권에 대해서는 꾸준히 문제 제기돼 왔다. 2019년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제5·6차 대한민국 국가 심의를 통해 특정 환경에서 여전히 체벌이 합법인 점을 우려하면서 “당사국 영토 내 모든 환경의 법률 및 관행상의 간접체벌과 훈육적 처벌을 포함한 모든 체벌을 명시적으로 금지할 것”을 권고했다. 지난해 4월에는 법무부의 ‘포용적 가족문화를 위한 법제개선위원회’에서 민법의 징계권 조항 삭제를 요구했고, 같은 해 8월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같은 내용을 지적했다.

국내 아동권리옹호단체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사단법인 두루, 세이브더칠드런,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굿네이버스 등 5개 단체는 지난 2019년부터 징계권 조항 삭제를 요구하는 캠페인 ‘Chang915: 맞아도 되는 사람은 없습니다’를 진행해 왔다. 이날 5개 단체는 공동 논평을 통해 국회의 결정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냈다. 이들은 공동 논평에서 “이번 법률 개정은 아동이 어떠한 환경에서도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권리 주체라는 점을 국가가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깊다”면서 “법률 개정이 형식적인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제 체벌 관습을 없애고 아동 학대를 예방하는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아동권리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비폭력적인 방식으로 자녀를 양육할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아동학대 의심 사건이 접수되면 즉시 수사에 착수하도록 의무화한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에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도 의결됐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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