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16일(토)

[비영리스타트업] ③정원을 가꾸듯 공동체를 가꿉니다

[비영리스타트업] ③정원을 가꾸듯 공동체를 가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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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민주·김현아 마인드풀가드너스 대표

비영리스타트업 마인드풀가드너스의 김현아(왼쪽), 김민주 대표. /김종연 C영상미디어 기자

정원을 가꾸는 ‘가드닝(gardening)’으로 공동체의 미래를 설계하는 두 사람이 만났다. 비영리 스타트업 마인드풀가드너스의 김민주·김현아 대표는 원예 활동으로 공동체 가치의 회복을 꿈꾼다. 이들이 내세우는 핵심 키워드는 ‘오가닉 가드닝’이다.

“가드닝이라고 하면 정원 혹은 텃밭 같은 공간에서 이뤄지는 모든 활동을 말합니다. 협소한 의미로는 화분에 반려식물을 키우는 일도 포함돼요. 식물을 키우려면 관련 지식과 정보가 필요하고, 작황이 좋으면 열매나 작물, 씨앗 같은 걸 이웃과 나누게 되거든요. 자연스럽게 공동체 문화가 회복될 수 있죠. 이러한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서 가드닝 커뮤니티를 지원하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김민주)

김민주 마인드풀가드너스 대표.

김민주·김현아 대표는 비영리 활동가 출신이다. 김민주 대표는 희망제작소를 시작으로 비영리 분야에서 발을 넓혔고, 김현아 대표는 아름다운재단에서 10년 넘게 일했다. 비영리 분야에서 오랜 기간 활동해왔지만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건 4년 전이다. 김민주 대표가 일본의 가드닝 콘텐츠를 담은 일본어 수업을 열었는데, 마침 김현아 대표가 그 수업을 찾아오면서 인연이 닿았다.

두 사람은 각자의 방식으로 실험에 매진했고, 올해 비영리 스타트업을 만들어 의기투합했다. 김현아 대표는 “정원 관련 일들을 하나의 산업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걸 비영리 방식으로 풀어낼 순 없을까라는 고민을 오랫동안 해왔다”면서 “직접 소모임을 만들어 커뮤니티 가드닝을 꾸려가면서 겪은 시행착오를 통해 그 가능성을 찾았다”고 했다.

우선 수요조사가 필요했다. 국내에서도 가드닝에 대한 수요는 있다지만, 풍문에 의지해 사업을 벌일 수는 없었다. 김현아 대표는 2018년 경기 김포의 주말농장에 조그만 땅을 빌려 꽃을 키우는 ‘블루밍달리아 프로젝트’를 벌였다. 기간은 1년.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처음에는 몇 명이나 모일까 걱정했는데 페이스북에 공지를 올리자마자 회원 10명이 금세 모였어요. 모두 도시 생활에 지친 분들이었고, 주택에 거주하면서도 정원을 제대로 꾸미지 못했다는 분도 있었어요.”

회원들이 다 같이 모여서 작업하는 날은 일 년에 세 번이다. 밭을 갈아 퇴비를 넣는 날, 모종을 심는 날, 구근을 수확하는 날이다. 노동력이 많이 필요한 이 세 작업을 ‘공동체 작업일’로 정하고, 나머지 날에는 개인 일정에 따라 텃밭에 나와 일하는 식으로 진행했다. 작업 내용은 회원끼리 공유했다. “일정이 맞아떨어지면 회원들끼리 자연스럽게 식사도 하고 커피도 마시게 되더라고요. 서로 사는 이야기도 하고요. 그런데 자율적으로 진행하다 보니 주 관리자가 필요한 순간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텃밭지기를 자청하고 작업 내용을 공유하고 ‘공동체 작업일’을 조율하는 일을 맡았죠. 또 회원들이 수확하고 남은 꽃들을 도시농부시장에 내놔봤거든요. 이게 다 팔리겠어 했는데, 완판됐어요. 수익금으로 활동비를 보충할 수도 있었어요.”

김민주 대표는 연고도 없는 충남 홍성으로 내려가 또 다른 실험을 했다. 홍성은 전국 첫 ‘유기 농업 특구’에 지정된 친환경 농업 선도 지역이다. 그는 홍성에 있는 선배 농부들에게 유기 농업의 철학과 가치를 배우며 직접 농장을 운영했다. “소비자들은 유기 농업을 생산물에 집중해서 제초제나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 키운 안전한 먹거리로만 인식하는데, 유기농업의 ‘유기’는 사람과 자연이 생태적인 방식으로 함께 순환한다는 걸 뜻해요. 그 과정에서 정서적 치유 효과도 큰데 일반 시민이 경험할 기회는 거의 없죠. 운영하던 농장 일은 마감하고 세계적인 정원 디자이너 메리 레이놀즈의 ‘생명의 정원’이라는 책을 공동번역하면서 생태적인 방식의 가드닝 활동에 확신을 가졌죠.”

두 사람이 공동체 회복을 목표로 삼은 건 개인적인 경험에서다. 김민주 대표는 “일로서 채워지지 않는 정서적인 허기는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친구와 마음껏 수다를 떨어도 채워지지 않았다”면서 “유기 농업으로 식물을 키우고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정서적으로 조금씩 안정되는 경험을 했고, 이걸 더 많은 사람에게 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김현아 마인드풀가드너스 대표.

김현아 대표의 경우 10년 넘게 모금 업무를 전담하면서 수많은 기부자를 만나고 지원 사업을 해왔다. 그러다 비영리 활동이 일상에서 실천하는 직접적인 활동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는 “안식년 기간에 삶의 방향을 고민하게 됐는데, 마침 영국 런던의 도시재생 성공 사례인 킹스크로스를 찾았을 때 도시 전체를 가드닝하는 모습을 보고 취미로만 여기던 가드닝에서 비영리적 가치를 찾을 수 있었다”고 했다.

마인드풀가드너스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다. 본격적인 사업 시작은 6개월 뒤로 잡았다. “농산물을 생산할 때 대량생산을 위해 화학비료를 씁니다. 효율성도 좋지만 많은 사람이 화학비료를 건강하지 않다고 느끼는 건, 인간이 농산물을 대하는 모습과 인간이 인간을 대하는 모습이 비슷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경쟁해야 하는 많은 사람이 가드닝이라는 주제로 위로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개인 정원이 없어도 됩니다. 아파트 단지 내에도 식물이 자랄 수 있는 공간은 이미 마련돼 있으니까요. 누구나 정원사가 될 수 있다는 목표로 전국에 커뮤니티 가드닝을 점조직처럼 형성할 수 있게 지원할 생각입니다.”

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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