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3분간 60여명 영유아 사망 갈 길 먼 ‘빈곤 퇴치’

5년 남은 ‘MDGs 빈곤 반으로 줄이기’
각자 자리에서 조금만 관심 가져도많은 아이가 목숨을 구할 수 있고한 끼 밥을 더 먹을 수 있어…

9월 20~22일, 전 세계 정상들이 뉴욕에 모인다. MDGs(Millennium Development Goals, 새천년개발목표)를 주제로 한 UN 정상회담 때문이다. MDGs는 지난 2000년 9월 전 세계 189개국 정상들이 모여 ‘2015년까지 빈곤을 반으로 줄이자’고 수립한 목표다. 절대빈곤 감소를 비롯한 8개 목표와 그에 따른 21개 세부 목표, 60여 개 실증지표로 구성되어 있다. 목표가 선언된 지 만 10년이 지났고, 목표 달성 시점까지 앞으로 5년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남은 5년 동안 8개 목표를 다 달성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MDGs의 첫번째 목표는 ‘절대빈곤 및 기아 퇴치’다. UN의 2010년 보고서에 따르면, 하루 1달러 이하로 살아가는 사람의 비율은 1990년 46%에서 2005년 27%로 감소했다. 8개 목표 중, 2015년 목표(23%)에 가장 가까이 간 수치다. 하지만 최저 개발국에 있어서의 비율은 63%에서 53%로 감소한 것에 그쳐 낙관만 하기는 어렵다.

미상_사진_빈곤퇴치_기아_2010MDGs 두번째 목표는 ‘보편적 초등교육 달성’이다. 2015년 목표는 초등학교 100% 보급이다. 현재 목표까지는 11% 정도 남아 있다. 굿네이버스 김윤주(40) 국제협력본부장은 “저개발국가의 경우 정부에서 학교 등록을 강제해 등록률은 높지만, 실제 학교에 가는 아이들은 극소수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정말 의미 있는 졸업생 비율 혹은 출석률로 따지면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이 두 목표는 그나마 희망적인 상황이다. 나머지 목표들, 즉 양성평등과 여성능력 고양(목표 3), 아동사망률 감소(목표 4), 모성보건 증진(목표 5), HIV/AIDS, 말라리아 및 기타 질병퇴치(목표 6), 지속가능한 환경보호(목표 7), 개발을 위한 범지구적 파트너십 구축(목표 8)의 달성도는 매우 심각하다. 1990년 10%였던 5세 미만 영유아 사망률은 아직도 7.2%에 달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약 880만명의 어린 아이들이 생명을 잃었다. 우리나라 인구의 20% 정도가 매년 숨을 거두는 셈이다.

산모 사망률 역시 마찬가지다. 10만명 신생아당 사망하는 산모 수는 1990년 480명에서 2005년 고작 450명으로 감소했을 뿐이다. 월드비전 옹호사업팀의 남상은(37) 과장은 “지난 10년간의 속도라면 2015년까지 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우리가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도, 조금만 더 노력해도, 많은 아이들이 목숨을 구할 수 있고, 학교에 갈 수 있고, 한 끼 밥이라도 더 먹을 수 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 세계 정상들이 모여 인류 공통의 목표를 세우고 함께 노력하자고 약속했지만 이렇게 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자료를 살펴보면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UN은 MDGs 8개 목표를 수립하면서, 국민총소득(GNI) 대비 0.7%까지 공적개발원조(ODA)를 늘리겠다고 결의했다. ODA는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 또는 국제기관에 하는 원조를 총칭한다. 다시 말해 ‘부자 나라’가 ‘가난한 나라’를 돕도록 결의한 셈이다.

하지만 지난해 그 약속을 지킨 나라는 스웨덴, 룩셈부르크, 덴마크, 네덜란드, 노르웨이 5개국에 불과하다. DAC 국가들의 국민총소득 대비 공적개발원조 사용 비율의 평균 역시 0.31%에 불과해 UN 정상회담에서 목표로 세운 0.7%에 크게 못 미친다. 특히 최저개발국에 대한 ODA 사용 비율은 0.09%에 불과하다. 가장 도움이 필요한 곳에 오히려 더 적은 지원금액이 간 셈이다. 도움이 절실한 곳이냐 아니냐보다 자원외교, 자국 기업의 해외 진출 등 자국의 이해관계가 더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국민총소득 대비 공적개발원조가 가장 높은 스웨덴의 라르스 바리외(Lars Vargö·63) 주한 대사는 “중요한 것은 이해관계가 아니라, 가장 도움이 필요한 곳이 어디인가, 어떤 도움이 필요한가에 대한 고민”이라며 선진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총소득 대비 공적개발원조 사용 비율은 0.1%로 개발원조위원회 국가 중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다. 우리나라의 ODA 활동을 모니터링하는 시민단체인 ODA Watch의 윤지영(29) 간사는 “ODA 금액이 낮은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해외개발원조에 대한 전략의 부재”라고 지적했다. “MDGs 이행을 위한 구체적 목표의 수립, 목표 달성에 부합하는 전략적 원조사업 기획이 없으면, 원조 사업의 일관성, 효과성 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굿네이버스 김윤주 본부장 역시 “우리나라가 부자 대열에 꼈다고 좋아만 할 것이 아니라, 선진국으로서의 책임, 선진국민으로서의 시민의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외교통상부 설경훈(52) 개발협력국장은 현재의 턱없이 낮은 원조 규모에 안타까워하며, “2015년까지 국민총소득 대비 0.25%까지 ODA를 늘려가겠다”고 밝혔다.

지구촌 빈곤 퇴치를 위한 MDGs 목표 달성 시점까지는 이제 5년밖에 남지 않았다. 지구 반대편 저개발국가에서는 아직도 하루 1달러 미만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10억명이다. 이 기사를 읽어 내려가는 3분 동안에도 이미 60명의 5세 미만 영유아가 사망했다. 국제구호개발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관심과 참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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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혜정 기자

류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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