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월)

청소년 우울증과 실태 반항이 아니라 ‘病’… 상처가 곪기 전에 관심을

아이 우울증 발견할 수 있는 부모·교사의 교육 강화해야
상담 전화·지원센터도제 역할 하기엔 역부족

미상_그래픽_아동청소년_자살생각률_2010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그리고 교육과학기술부는 매해 ‘청소년 건강행태’에 대한 온라인 조사 통계를 발표한다. 이 통계가 보여주는 대한민국 청소년의 오늘은 회색빛이다.

평상시 스트레스를 ‘대단히 많이’ 또는 ‘많이’ 느끼는 남자 청소년의 수는 10명 중 4명, 여자 청소년의 수는 10명 중 5명에 달한다. 2주 내내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을 느껴봤던 청소년의 비율도 남자 34.0%, 여자 44.3% 수준이다. 10년째 청소년 상담을 담당하고 있는 서울특별시 청소년상담 지원센터의 현선미(39) 팀장은 “아이들과 상담을 해보고 청소년 우울이라고 하면, 아이들이 무슨 우울이냐고 따져 묻는 부모가 많다”며 “장차 사회를 책임지게 될 청소년의 정신 건강에 대해 지금이라도 우리 사회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 우울과 성인 우울은 표현 방식이 많이 다르다. 청소년은 일반적인 성인과 달리 자신의 감정 상태를 ‘우울’이라고 말하지 않고 ‘짜증’이나 ‘귀찮음’ 등으로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 컴퓨터나 인터넷 게임 등 자신이 몰입하는 것 이외의 다른 것들에 대해 집중하지 않거나, 등교를 거부하는 행동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 때문에 가정이나 학교에서는 청소년의 이런 표현이나 행동을 ‘병’으로 보지 않고, ‘반항’이나 ‘잘못된 태도’ 정도로 인식한다. 또 ‘시간이 지나면 다 해결된다’는 식의 대응으로 가벼운 우울증을 방치해 더 큰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부모나 학교 입장에서는 청소년들의 극단적인 행동이 ‘예고 없이’ 찾아온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실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생각을 해 본 비율이 남자 청소년의 경우 15.4%, 여자 청소년의 경우 22.9%에 달한다. 자살을 시도한 비율도 남자 3.7%, 여자 5.9%로 나타났다.

이화여대 사회복지정책대학원의 정익중 교수는 “학생 자신이 우울에 빠져 있으면 사회에 도움 요청을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학생들을 직접 만나는 교사나 부모들에게 우울을 발견할 수 있는 눈을 길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청소년들의 정신 건강을 위해 지역사회청소년 통합 지원체계(CYS-Net)를 구축했으나 개선될 부분들이 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09년 12월 말 기준, 전국 166개의 청소년상담 지원센터가 운영되고 있다. 885명의 직원이 상담사로 활동한다. 직원으로 활동 중인 상담사 외에 아이들의 개별 사례에 대해 별도로 밀착상담을 하는 ‘동반자’ 상담인력은 880명 정도다. 이들이 상담한 건수는 2009년 한 해에만 신규상담 9만8020명, 이들이 2009년에 제공한 서비스는 71만5590건이다. 1인당 연간 400건이 넘는 상담건수를 소화해야 하는 셈이다. 한 아이에 대한 상담이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2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살인적인 업무량이다.

보통 학부에서 교육학이나 심리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상담심리를 다시 전공해 국가자격증을 취득하는 이들의 연봉은 평균 2250만원 수준. 이런 가운데 166개 지원센터 중 40개의 지원센터가 2010년 들어 국비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청소년 상담 전화 역시 제대로 된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현재 청소년 상담 전화는 전국적으로 1388번으로 일원화되어 있다. 그러나 번호만 통일했을 뿐, 콜센터를 따로 운영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1388번으로 전화가 걸려 들어오면 이 전화는 다시 해당 지역의 지원센터로 자동 연결된다. 그러다 보니 상담전화를 걸었다가 해당 지역의 상담 지원센터 내에 근무하는 상담사의 수나 업무량에 따라 응답대기 상태로 30~40분을 기다리다 상담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 특히 직장인 부모들의 상담이 집중되는 시간인 야간엔 센터에 근무하는 상담사들이 퇴근을 하고 지역의 중심 지원센터로 착신을 해두기 때문에 더더욱 상담사와 통화를 하기 힘들어진다. 중앙에서 운영하는 콜센터를 운영하자는 건의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OECD 조사에 따르면 삶에 대한 만족도를 10점 만점 중 7점 이상으로 표현한 한국 청소년의 비율은 44.9%에 불과했다. 미국(78.3%), 독일(77.8%), 영국(76.4%)은 물론 일본(50.3%)보다도 현저히 낮았다. 지난 한 해 청소년들이 ‘SOS’를 치며 상담 서비스를 이용하는 건수는 400만건에 이른다. 대한소아청소년정신과학회 회장을 역임했던 노경선(69) 박사는 “어려서부터 학업 스트레스와 열등감 등을 지속적으로 겪은 아이들이 성장해서 포용력 있는 어른이 되기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며 “지금부터라도 부모와 선생님 교육을 강화해 청소년들의 정신 건강에 대한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고 인식의 전환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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