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분야에 재능있는 저소득층 아이들이
돈 때문에 꿈 포기 않게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서 재능계발비 지원해
꿈이 없는 아이들이 많다. 저소득 가정의 아이들에게 꿈은 생명줄이나 마찬가지다. 꿈이 사라진 삶이란, 나침반 없이 바다를 항해하는 것과 같다. 가난해도 꿈을 품고 산다면, 이 아이들은 어려운 환경을 극복한다. 생명력 넘치는 에너지로 가난과 소외, 절망을 넘어선다. ‘더나은미래’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함께 저소득 가정 아이들이 경제 사정 때문에 꿈을 포기하지 않도록, 안전한 환경에서 꿈을 키워갈 수 있도록 응원하는 ‘100만개의 꿈’ 캠페인을 전개한다.
◇”금메달 따면 아주 좋은 집을 짓고 싶어요. 우리 가족을 위한.”
경북 울진에 사는 사격유망주 전정원(17·죽변고)군의 롤모델은 런던올림픽 사격금메달 2관왕 진종오 선수다. 전군의 가족은 정신지체장애인인 엄마, 연로한 80대 할머니 이렇게 셋뿐이다. 전군은 그 꿈에 바짝 다가와 있다. 그가 속한 단체팀은 출전하는 대회마다 1~3위를 휩쓴다. 한회회장배 전국사격대회, 제20회 경찰청장기 전국사격대회, 제33회 충무기 전국 중고등학생 사격대회, 제41회 봉황기 전국사격대회 등 지난해에만 5차례 단체전 1위를 기록했다.
전군이 사격을 시작한 건 중학교 1학년 때부터. “학교도 안 가고 집에서 자고 있었는데, 코치님한테 잡혀서 사격부에 들어오게 됐다”고 한다. 노정만(32) 코치는 “정원이가 학교에 적응을 못 해 안 나온다는 얘기를 듣고 집까지 찾아갔는데, 처음에는 안 하겠다고 하는 걸 ‘사격부 들어오면 먹고 자는 걸 해결해주겠다’고 말하고 억지로 시켰다”며 “여긴 에어컨도 있고 먹을 것도 많아서인지 이젠 집에 보내줘도 안 간다”고 웃었다.
사격은 사춘기 반항아 전군에겐 희망이자 전부가 됐다. “학년이 바뀔 때마다 담임선생님과 마찰이 있었어요. 교무실에 가서 얘가 순진하고 순하다고 변명을 많이 해야 했어요. 화가 나고 답답한 걸 표현해야 하는데, 벽을 손으로 막 치기만 하는 거예요. 중3 때까지 힘들었는데, 이제는 괜찮아졌어요.”(노정만 코치)
가난과 어려운 환경은 사격훈련 때마다 오기와 집중력을 불러일으킨다. 사격의 가장 기초훈련은 자세훈련이다. 4~5㎏의 공기소총을 들고 10~20분 동안 계속 서 있어야 한다. 가장 버티기 힘든 훈련이다. 노 코치는 “‘이걸 성공해야 할머니한테 맛있는 거 사줄 수 있어’라고 하면 잘 알아듣는다”며 “상황이 절박하기 때문에 새벽이든 밤늦게든 훈련을 열심히 한다”고 말했다.
◇”금메달 따면 상금으로 기부하고 싶어”
전군과 같이 단체팀에 속해있는 김형민(17)군도 집안형편이 어렵다. 노정만 코치는 “지인한테 어려운 애가 있으니 밥이나 안 굶게 하라는 말을 듣고 대전 집에 찾아갔는데, 겨울에 난방도 안 되는 집에서 정말 찢어지게 가난하게 살더라”며 “‘운동 열심히 하면 금메달 따서 돈 많이 벌 수 있다’고 했더니 열심히 훈련했다”고 말했다. 매일 아침 7시부터 밤 9시30분까지 이어지는 고된 야간훈련까지 묵묵히 버텼다.
“형민이는 국가대표 상비군이에요. 국가대표 선발전은 총 6차례 대회를 치러 합산한 성적으로 4명을 뽑아요. 4차 대회까지는 공동 3위로 괜찮았는데, 집중력이 흐트러진 내용이 기가 차요. 대표로 선발되면 하루 5만원 정도 수당이 나오는데, 그 돈을 받아서 엄마한테 보태줘야겠다는 생각에 집중력이 흐트러진 거예요.”
하지만 성실함과 노력으로 되지 않는 것도 있다. 사격 장비다. 소모성 운동인 사격은 총알, 가늠쇠 등 소모가 많다. 총 하나만 해도 460만원이 넘는다. 그것도 3년마다 한 번씩 교체해야 한다. 총 외에도 사격화, 사격장갑, 사격복 등이 모두 고가 수입품이다. 부모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가난한 이들에게 따뜻한 소식이 전해졌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으로부터 ‘재능계발비’를 지원받게 된 것이다. 1년에 최고 800만원(월 66만원가량)에 이르는 이 후원금은 특정한 분야에서 꿈을 키우는 아동·청소년의 재능을 지원하기 위해 사용된다. 후원금은 값비싼 운동기구나 악기 등을 구입하기 위한 ‘교재·교구 구입비’ ‘대회 참가비’ ‘재능계발보조비’ 등으로 쓰인다.
장비 걱정을 덜게 된 이들의 꿈은 국가대표가 돼서 실업팀에 들어가는 것이다. 시합장에 갈 때마다 멀리서 진종오 선수를 바라보며 자신들의 5년 후, 10년 후를 그린다. “나중에 금메달 따면 상금으로 기부하고 싶어요. 어려운 사람 돕고 싶어요. 저도 겪어봐서 알아요.”(김형민군)
◇”돈 벌면 척추장애 엄마와 여행 가고파”
김미연(17·인천디자인고 2년)양은 여자 축구선수다. 전북 부안 곰소항에서 자란 김양은 어린 시절부터 동네의 남자아이들과 어울려 자주 공을 찼다. “골을 넣으면 바람을 뚫고 공이 날아가는 스릴이 있어요. 그게 좋았어요.” 초등학교 5학년 때 전북 부안의 남자축구 경기를 보러 갔다가 만난 축구감독이 “볼 한번 차보라”고 해서 찼는데, 그걸 계기로 광주 하남 중앙초등학교 여자축구부로 스카우트됐다. 삼례여중으로 스카우트됐다가 다시 인천디자인고로 스카우트됐다.
“키가 큰 애들은 보통 둔한데, 미연이는 재빠른 편이에요. 최정주 감독님이 ‘차기 국가대표감’이라고 해요. 대학감독들도 벌써부터 데려가려고 눈여겨보고 있어요. 고2 선수 중 랭킹 5위 안에는 들 겁니다.”(김형근 축구부장) 김양의 키는 174㎝. 빠른 스피드와 경기 집중력이 장점이다. 2010년에는 15세 유소년 국가대표로 선발되기도 했다.
김양에게 가족은 그리움이자 안타까움이다. 어린 시절 돌아가신 아빠, 척추장애 2급인 엄마, 그리고 언니. 엄마와 언니는 정부 보조금으로 생활한다. 가끔 있는 소일거리로 번 돈은 추운 겨울 난방비를 위해 아껴둬야 한다. 김양을 위한 축구화나 운동복은 살 엄두도 못 내고, 합숙비나 훈련비 등을 지원하기도 어렵다. 이런 김양에게 올해 어린이재단으로부터 후원받은 재능계발비는 ‘고마움’ 그 자체다. 김형근 축구부장은 “다른 애들은 축구화 2개를 살 때, 미연이는 1개만 샀다”며 “다른 애들에 비해 물품이 많이 부족해서 늘 안타까웠는데 재단에서 지원을 받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국가대표로 뽑히고 실업팀도 1순위로 뽑혀야 돈을 많이 받는대요. 유명한 축구선수가 되면 엄마 용돈 좀 드리고 싶어요. 그러곤 (웃으며) 차를 사고 싶어요. 엄마랑 가족여행을 딱 한 번밖에 못 가봤거든요. 구례로 온천 하러 갔었나…. 같이 여행하고 싶어요.”
“축구 외에 좋아하는 게 없다”는 김양에게도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다.
☞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만7~18세의 수급권자 및 차상위계층 아동 중에서 학업과 예체능, 기능(기술) 등 특정분야에서 우수한 재능과 발전 가능성이 있는 아동을 매년 선발하고 있다. 이들은 연간 최대 800만원의 후원금을 지원받는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2007년부터 재능계발비를 지원하기 시작했으며, 매년 약 80명의 아동들이 혜택을 받고 있다. 선정 후 1년을 지원 받았을 경우 재심사를 통해 지속적인 지원여부가 결정된다.
꿈나무 후원문의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희망나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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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란희 편집장
울진=김경하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