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8일(목)

청소년 목소리 직접 듣는 지방정부… 아동친화도시 늘어난다

아동·청소년 참여권 증진, 지자체가 뛴다

올해 아동권리지수에서 가장 많이 상승한 분야는 ‘참여권’이다. 참여권은 아동이 자신의 일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생존권·보호권·발달권에 비해 보장 수준은 낮은 편이지만, 가장 빠른 증가 속도를 보이는 분야이기도 하다. 이에 지방자치단체들도 아동·청소년의 참여권 증진을 위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청소년 목소리로 도시 정책 만든다

지난 20일 부산에서 열린 ‘청소년 200인 원탁토론회’에 참석한 청소년들의 모습. ⓒ굿네이버스

지난 20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청소년 200인 원탁토론회’에 부산 지역 청소년 20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학생들은 토론을 주도하는 20명의 리더 토론자를 중심으로 총 20개의 테이블에 나눠 앉아 ▲건강 ▲문화와 여가 ▲안전 ▲사회 참여 ▲교육 정책 등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눴다.

학생들의 관심사는 ‘문화와 여가’ ‘교육 정책’부문에 집중됐다. 학생들은 개인적으로 걸음 하기 어려운 미술관·박물관 관람을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자고 제안했다. 학업으로 인한 시간 부족에 시달리는 고등학생 중심으로 나온 목소리다. 매달 마지막 수요일로 지정된 ‘문화가 있는 날’처럼 청소년을 위한 ‘청소년 문화의 날’을 만들어달라는 요구도 호응을 얻었다. 이 밖에 청소년 연합 체육대회, 대선 청소년 모의투표 등의 의견도 눈에 띄었다.

교육 정책에 대해 토론하는 시간이 되자 ‘자유 학기제’에 대한 이야기가 집중적으로 쏟아졌다. 김민현(부산외고 2)군은 “자유 학기제가 전면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일부 학교에서는 인기 프로그램을 듣기 위해 ‘가위바위보’를 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박나연(부산외고 2)양은 “프로그램 정원을 늘리거나 여러 반으로 만들면 될 텐데 학교에서는 형식적으로 진행해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경험에서 나온 제안도 있었다. 임가영(부일외고 1)양은 “진로 교육은 거창하게 할 필요 없이 학생들의 끼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주면 된다”면서 “중학생 시절 학교에서는 요리에 흥미 있는 친구들이 만든 음식을 시식할 수 있게 했고, 춤을 추고 싶은 아이들에게는 무대를 만들어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날 제안된 의견들은 ‘청소년 미래정책백서’로 제작돼 부산 지역 전 학교로 배포되며, 부산시와 부산시교육청에 전달돼 정책 마련을 위한 참고 자료로 쓰일 예정이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이주현 부산시청 아동청소년과 아동친화팀장은 “내년도 시행 가능성이 큰 ‘초등 교통비 무료’ 안건은 실제 청소년의회에서 나온 이야기”라며 “자신의 의견이 도시 정책에 반영됐을 때 학생들도 한 명의 시민으로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동 권리 위해 61개 지방정부 팔 걷어붙여

서울시 아동권리모니터링단은 생활 속 아동권리 침해 사례를 조사해 정책 개발에 참고할 수 있는 자료를 제공한다. ⓒ굿네이버스

서울시도 아동친화도시 조성을 위해 여러 가지 사업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아동친화도시는 유엔아동권리협약에서 규정한 아동의 4대 권리를 보장하는 정책을 이행하는 도시를 말한다. 서울시는 지난 7월부터 굿네이버스와 함께 ▲아동참여아카데미 ▲아동권리모니터링단 ▲아동참여박람회 ▲아동정책토론회 ▲놀이공모전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해당 사업들의 핵심은 아동의 참여권 보장이다. 특히 아동권리모니터링단 ‘Good Action+’는 청소년들이 직접 아동 권리가 침해된 사례를 조사해 정책 개발 활동을 수행한다. 총 100여 명으로 구성된 모니터링단은 청소년 정당 10개를 조직해 아동 정책 공약을 내걸었다.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안전 귀가 도우미 ‘귀가 메이트’ 제도 활성화 ▲저렴하고 접근성 좋은 청소년문화시설 확대 ▲청소년 전용 근로계약서 도입 등이다. 이들의 공약은 이달 초 열린 아동참여박람회를 통해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에 전달됐다.

국내에서 시·도 단위 중 최초로 아동 친화 도시 인증을 받은 군산시는 ‘어린이행복 부모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아동·청소년의 주 양육자인 부모와 교사를 대상으로 감정 코칭을 진행해 지역 주민들의 호응이 높다.

한편, 아동 친화 도시 추진을 위한 지방정부협의회도 마련됐다. 전국 61개 지자체가 아동 권리 증진을 위한 우수 사례를 공유, 벤치마킹해 각 지역 눈높이에 맞는 행정 구현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부산=문일요 더나은미래 기자 ily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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