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대학생들, 생활정치로 목소리 높이다

‘장애인 복지관에 사전투표소를 설치해 장애인 유권자의 선거권을 보장하자’, ‘동일역 환승제도를 개선해 지하철 개찰구를 잘못 통과해도 15분 이내 추가요금 없이 반대편으로 이동 가능하게 만들자’, ‘심장 제세동기(AED) 설치 의무화 장소를 확대하자’…

이 같은 생활밀착형 정책을 기획하고 제안한 사람들은 정치인도, 공무원도 아니다. ㈔시민이만드는생활정책연구원(이하 생활정책연구원)이 운영하고 있는 ‘대학생정책연구단 마이폴(myPOL·이하 대학생정책연구단)’의 3기 대학생들이다.

생활정책연구원은 2016년 6월 당론과 정치이념에 좌지우지되지 않고 시민의 삶을 변화시키는 생활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창립된 시민단체다. 말 그대로 ‘생활과 밀접히 연관된 정책’을 제안한다. 거대담론이나 엄청난 정책이 아니다. 미래 세대인 청년들의 민주 시민의식을 높이고자, 설립 초기부터 대학생정책연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1일에는 4월부터 12주간 정책활동을 했던 대학생정책연구단 3기 43명의 수료식이 열렸다. 조별로 기획하고 실행했던 8개의 생활정책을 발표하는 경연대회도 함께 열렸다. 장애인 선거권, 심장제세동기 설치, 서울시 종량제봉투 사용, 교통안전 보장 등 다양한 생활밀착형 정책 아이디어들이 제시됐다.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대학생정책연구단 3기 수료식 현장. ⓒ생활정책연구원

박장선 생활정책연구원 사무국장은 “심장제세동기 설치 구역 확대 및 관련 규정 개선 정책은 의원실 2곳에서 입법발의 의사를 밝혔고, 학교 내 안전시스템 개선 방안은 서울소방재난본부와 공동으로 정책 추진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왜 하필 생활정치일까. 지난 19대 국회에서 약 1만5000여건의 법안이 발의됐다(의원입법). 이중 통과된 것은 10%도 되지 않는다.*경실련 발표 참고 시민 생활에 필요한 법안은 정치싸움으로 배제되기 일쑤다. 당론·이념에 좌지우지 되지 않고 시민 생활에 필요한 깨알 같은 법안들을 발굴하고 연구해 시민의 힘으로 정책을 실현하는 움직임이 필요한 이유다.

생활정책연구원이 첫 번째로 주목한 것은 대중교통 청소년 요금할인 기준을 청소년기본법상 청소년인 24세까지 확대 적용하자는 것. 대학생정책연구단에서 직접 정책안을 만들고, SNS 서명캠페인을 진행해 이틀간 1만5000여명이 서명에 참여했다. 젊은 정치를 표방하는 만큼, 페이스북이 주된 소통 채널이다. 대중교통청소년요금할인 SNS 캠페인은 170만뷰를 달성하기도 했다.

대학생정책연구단이 지난 4월 신촌역 명물거리에서 펼친 대중교통 이용요금 할인 확대를 위한 포스트잇 캠페인 현장. 청소년 요금할인 기준을 24세까지 확대 적용하자는 것이 골자다. ⓒ생활정책연구원

오프라인에서도 활동은 이어졌다. 온라인의 들끓는 여론을 확인한 서울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가 관련 정책토론회를 제안한 것. 2016년 11월 대중교통 청소년 요금할인을 주장한 대학생정책연구단 1기 대표가 참석해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특별한 것은 주된 활동을 펼치는 주체가 대학생들이라는 것이다. 대학생정책연구단은 봄학기와 가을학기, 1년에 2개 기수를 선발해 운영한다. 대학생들도 각자 회비(5만원)를 내고 모여, 목소리를 높인다. 운영 전반은 전(前) 기수에서 선출된 다음 기수 기획단이 정한다. 대학을 가지 않아도,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어도, 졸업한 사람이라도 의지만 있으면 참여할 수 있다.

대학생정책연구단3기 리더였던 신승현(동국대 4) 회장은 “일자리 정책, 비정규직 해소, 청년고용 등 다양한 해법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체감되는 것도 바뀌는 것도 없다”며 생활정치에 주목하는 이유를 말했다.

“청년에게 필요한 것은 구호나 이념, 숫자로만 말하는 일자리 정책들이 아닙니다. 저희 청년들과 시민들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작은 정책이 필요합니다. 생활 정치의 의미에 공감하신다면 저희와 함께 깨알정책 선봉장에 서보지 않으실래요?”

※이 기사는 더나은미래와 동그라미재단이 진행한 ‘비영리 리더스쿨 4기’ 취재·보도자료 작성에서 최우수상을 차지한 박장선 시민이만드는생활정책연구원 사무국장의 글을 토대로 취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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