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30일(토)

장학금 지원·전문 교육 등 사회복지사 전문성 향상시켜

중부재단 사회복지사 지원사업
복지사업 늘어나고 있지만 사회복지사에겐 자문 부족
장기적 사업 설계로 인내심 가지고 투자해야

“클라이언트 (복지서비스 이용자)가 주체가 되어서 삶의 변화와 지역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 중요한데, 이것에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사회복지사가 하는 일이죠. 내가 기획한 사업으로 지역사회가 어떻게 변화할지 상상하면 너무 행복합니다.”

사진 왼쪽부터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 이세형 과장(12년 차), 금천노인종합복지관 이해경 과장(14년 차), 등촌4종합사회복지관 조중현 부장(12년 차).
사진 왼쪽부터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 이세형 과장(12년 차), 금천노인종합복지관 이해경 과장(14년 차), 등촌4종합사회복지관 조중현 부장(12년 차).

조중현 부장의 말에 이해경 과장과 이세형 과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장 사회복지 경력만 10년이 넘은 사회복지사 세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 15일, 사회복지법인 중부재단의 사무실에서 만난 중견 사회복지사 3인방은 평소 사회복지와 사회복지사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털어놓았다.

요즘처럼 너나 할 것 없이 복지가 중요하다고 열을 올리는 마당인데 오히려 현장에서는 어려움이 생기기도 한다.

이해경 과장이 최근의 경험을 이야기했다. “요즘 들어 언제 조사나 연구를 했는지 우후죽순으로 정책을 만들어냅니다. 그러면 현장은 숨 가쁘게 움직여야 합니다. 이 와중에 중복되는 사업들도 있습니다.”

대강의 얘기만 듣고 경쟁적으로 내놓은 복지정책들이 예산 낭비를 불러올 뿐만 아니라 이전에 하던 좋은 사업을 우선순위에서 미뤄두는 불합리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는 푸념이다. 현장의 사회복지사에게 조금만 자문해도 핵심사업을 알 수 있을 텐데 그런 노력이 부족하다.

조중현 부장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정부 부처나 기관들에서 소외계층과 사각지대에 관심이 많다 보니 지역의 복지관이나 복지시설과 함께 해야 하는 사업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이런 부처나 기관들이 복지에 대한 이해가 없이 실적 위주, 숫자 위주의 사업을 강요하다 보니 하지 않는 것만 못한 사업들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복지란 복지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변화를 끌어내야 하기 때문에 긴 시간을 보고 사업을 설계해야 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집행해야 한다.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부처나 기관에서는 일선의 복지관에 “실적을 제때에 못 내면 협약을 무효화하겠다”며 고압적인 자세로 엄포를 놓기도 한다. 체계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기 힘들어진다.

이야기는 사회복지사의 전문성에 대한 존중과 비전의 문제로 옮아갔다.

이세형 과장은 전문가라고 하면 윤리강령, 대학정규커리큘럼, 자격증, 협회가 있는 직군을 말한다고 운을 떼었다.

“사회복지사도 이런 직군에 속하지만 사회복지사를 전문가로 보거나 이에 합당한 대우를 하는 경우를 보기는 힘듭니다. 최근에 복지문제가 쟁점이 되어 여러 차례의 TV토론이 있었지만 정작 현장을 아는 사회복지사 교수가 토론에 나오지는 않는 것을 보면 의아한 일입니다.”

이해경 과장은 최근의 경험을 털어놓았다. “얼마 전 공부를 마친 실습생을 데리고 어느 기관에 갔는데, 그곳의 부장님이 남자가 급여가 적은 사회복지사를 왜 하려고 하느냐고 질문을 해서 실습생이 상처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사회복지사는 주변에 영향을 직접적으로 미치는 사람이라 자긍심을 가져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문제는 사회복지사의 비전과 전문성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즐거운 일터를 만들 것인가의 문제로 압축됐다.

이해경 과장의 말 속에 힌트가 있었다. 이해경 과장은 “중부재단처럼 사회복지사에 대한 지원과 투자를 통해 복지의 질적 향상을 유도하는 기관들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부재단의 비전스쿨은 사회복지조직의 중간관리자들이 조직운영의 역량을 키우고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준비된 10주차의 교육이다. 비전스쿨에 참여했던 조중현 부장은 “관심이 있었던 비영리조직 마케팅 분야에 대한 수업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사회복지사로서 임상을 통해 공부했던 부분 외에 경영기법, 마케팅 기법이 많이 필요해지고 있는데 비전스쿨을 통해 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었고 이를 토대로 기관의 후배들에게도 좋은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세형 과장은 중부재단의 ‘비전장학금’을 받고 있다. 비전장학금은 대학원의 학업과 실무를 병행하고 있는 사회복지사에게 대학원 등록금의 일부를 졸업 때까지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세형 과장은 “비전장학금으로 안정적으로 학업과 실무 모두에 매달릴 수 있다”며 “최근 비전장학금을 받은 사람끼리 우리도 사회복지사를 위해 뭔가를 하자는 의견이 모여 자체적으로 회비를 걷어 장학금을 조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중부재단은 사회복지사의 소진을 막기 위한 ‘내일을 위한 休’ 지원사업을 펼쳤다. 사회복지기관의 실무자에게 한 달 정도의 휴가를 주는 기관에 인력대체비를 지급하고, 안식월을 맞은 직원에게는 휴식비를 별도로 지급해 사회복지사가 휴식을 통해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사업이다.

이 외에 사회복지사의 경력개발을 위한 경력개발세미나(Career Development Seminar)나 사회복지사 자녀 학비지원사업인 ‘드림장학금’도 사회복지사의 역량강화와 직무 몰입에 도움을 주었다는 평가다.

사회복지사를 사회복지의 미드필더라고 부른다. 정치권과 정책가가 만들어 놓은 정책을 현장의 서비스 이용자들에게 전달하고 정치권과 정책가들에게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복지사의 역량과 전문성의 강화를 지원하는 일이복지당국이 아닌 민간기관의 힘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우리 복지의 현실이다.

현실이 이렇지만 세 사람이 사회복지사로서 느끼는 자긍심은 변함이 없다.

“사회복지사로서 사회의 건강성 회복을 위해 내가 의미를 만들어간다는 것이 좋아요. 본인의 성장과 지역사회의 변화를 함께 만들어내기 위해 다양한 방법론과 기술이 필요한 종합예술이죠.”

이세형 과장의 말에 이해경 과장이 적극 찬성하고 나섰다.

“사회복지사는 사명감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최고의 직업입니다. 이런 직업은 많지 않죠. 사람을 만나 제가 변화하고 사회가 변합니다. 가슴이 뛰고 에너지가 생깁니다.”

사회복지의 열쇠인 사회복지사가 어떻게 활동하는냐에 따라 건강한 복지의 문이 열릴 수도 있고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 최근의 복지논쟁이 놓치고 있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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