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6일(화)

나일강 발원지 우간다 가보니_검게 변해 악취 심한 나일강물을 마시는 아이들 “그래도 강물이 있어 행복해요”

年220만명 오염된 물로 사망
위생시설 없이 사는 인구 39%
그중 대부분이 아프리카 주민
우물 파도 물 안 나와 발만 동동

아프리카를 떠나 오며 잊어지지 않는 풍경 중 하나가 나일강이었다. 비가 6개월 이상 오지 않아 쩍쩍 갈라지는 마른 땅과 숨죽이며 살아가는 사람들 뒤로, 아프리카 대륙은 거대한 수원(水源) 나일강을 품고 있었다. 길이 6671㎞의 거대한 강. 고대부터 사하라사막을 넘어 북부 아프리카와 적도 이남의 내륙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유일한 교통로. 그리고 가난한 ‘백성’들이 배 곯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풍부한 농업용수를 제공해 온 강이다.

하지만 5000년 넘게 가난한 이들을 품어 온 나일강도, 21세기 아프리카 사람들을 살리기에는 역부족이다. ‘경제 발전’이라는 미명 하에 각종 산업 지구가 쏟아내는 폐기물과 사람들이 버리는 쓰레기, 폐수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누구나 마실 수 있고, 물을 대 농사를 지을 수 있었던 나일강은 이제 옛날 얘기다. 강물은 검게 변했고, 악취까지 났다.

어른이 들기에도 무거운 물통에 강물을 가득 담은 아이들은, 해가 지기 전 집에 도착하기 위해 몇 시간을 걷는다.
어른이 들기에도 무거운 물통에 강물을 가득 담은 아이들은, 해가 지기 전 집에 도착하기 위해 몇 시간을 걷는다.

나일강의 발원지가 있는 우간다 진자에서 만난 열 살 로널드는, “그래도 강물이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아이의 마음이 이해가 됐다. 몇 개월간 비가 오지 않는 사막지대에서 낙타의 피와 오줌으로 굶주림과 극한 갈증을 견디는 사람들을 봤기 때문이다.

로널드는 커다란 노란 통 2개에 강물을 가득 담았다. 가족 모두가 하루 동안 마시고 씻을 물이다. 어른인 내가 들어도 휘청할 만큼의 물통을 들고, 아이는 1시간 거리의 집으로 떠났다. 로널드가 떠난 후 6~8세 정도 된 꼬마 3명도 노란 통 한 개씩을 들고 나란히 나타났다. 제 키만큼의 물통을 들고 나타난 숀티(7)는 “집안에서 하는 일 중 가장 큰일이 물 길어 오는 것”이라고 했다. “힘들지 않으냐”는 질문에, 조그만 아이는 삶을 초탈한 것처럼 답했다. “그냥 제 일인걸요.”

건네준 작은 사탕 하나에 행복해하는 아이를 보며, 바쁘고 정신없이 사는 서울이 떠올랐다. 이곳에 사는 아이들보다 훨씬 큰 풍요 속에서 살면서도, 늘 힘들고 삶의 무게를 버거워하는 도시 풍경이 스쳐 지나갔다.

해가 떨어질 무렵이 되자, 아이들은 서둘러 큰 물통을 들고 떠나가기 시작했다. 무거운 통을 들고 낑낑대는 모습도 안쓰러웠지만, 거무튀튀한 강물을 그대로 마신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로널드나 숀티처럼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하는 세계 인구는 무려 8억8400만명에 달한다. 전 세계 인구의 13%에 달하는 숫자다. 일곱 명 중 한 명이 흙탕물과 다름없는 우물, 비소 등 독성물질로 오염된 물을 먹으며 살아가고 있다. 또 전 세계 인구의 무려 39%인 26억명은 위생적인 상하수도 시설이나 정화조 시설 등이 없는 곳에서 살고 있다. 공장이나 가정에서 배출하는 각종 쓰레기와 폐기물이 식수원을 오염시키고 있는 셈이다.

기아대책이 후원해 우간다에 만든 우물을 보며 주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기아대책이 후원해 우간다에 만든 우물을 보며 주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매년 220만명이 오염된 물로 죽어 가고 있다(세계보건기구). UN인간계발연구보고서는 수인성 질병 때문에 20초당 1명꼴로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한다. 장티푸스와 열병 등 위생적인 상하수도 시설을 갖춘 나라에서는 거의 걸리지 않는 질병들이 원인이다.

기아대책 정하희 기아봉사단원은 “그래도 우간다는 다른 나라에 비해서는 형편이 나은 편”이라며 “비가 아예 오지 않아 마실 강물이나 우물조차 없는 아프리카 지역이 태반”이라고 했다.

실제 케냐, 에티오피아, 소말리아를 포함한 아프리카의 뿔이라고 하는 동아프리카 지역에서는 지난 한 해 내린 비가 15년 평균 강수량의 30%도 채 안 됐다. 벌써 3만명이 넘는 사람이 가뭄과 굶주림, 목마름으로 숨을 거뒀다.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한 물 문제는 동아프리카뿐만 아니라 지구촌 전체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2010년 유엔환경계획(UNEP)은 지금 추세대로라면 2025년 세계 인구의 3분의 2가 물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물 스트레스’ 지역에, 18억명은 물이 아예 없는 지역에 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18억명의 생명에 ‘빨간 불’이 들어와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응은 느리기만 하다. 세계 정상들이 2015년까지 달성하기로 약속한 ‘새천년개발계획(Millennium Development Goals)’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당초 세계 정상들은 2015년까지 상수도나 정화조 등 위생 시설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비율을 23%까지 떨어뜨리기로 목표했다. 하지만 지금 추세대로라면 36%나 되는 사람들이 혜택 밖에 있을 전망이다〈그래픽 참조〉.

미상_그래픽_물스트레스_공중위생시설_2011이 때문에 식수 사업을 벌이는 NGO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후원금을 모아 우물을 파는 일도 쉽지 않은 데다, 수원(水源)을 찾았다고 생각해 우물을 파도 실제 물이 나오지 않는 등 실패율도 높기 때문이다. 케냐 코어 지방에서 구호 활동을 펼치는 최인호 기아봉사단원은 “수량이 많지 않은 지역은 200m 이상은 파 내려가야 우물로서 기능을 할 수 있다”며 “바위산을 활용한 미니 저수지를 만들거나, 대형 물통을 만들어 빗물을 받아 쓰는 등 노력은 하고 있지만 마시고 쓸 물이 너무 부족하다”고 말했다.

‘더 잘살기 위해’ 공장을 짓고 이산화탄소를 뿜어내고 광물 자원을 마구 쓰는 사이, 가장 원초적이고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가졌다는 아프리카는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었다. 잠시 머무르는 이방인은 내내 생수병을 들고 다녔지만, 아프리카 땅에 사는 사람들은 피할 수 없는 죽음과 매일 마주하고 있었다.

강물을 떠서 그대로 먹는 아이들에게 진 빚은 어떻게 갚아야 할까. 장티푸스를 낫게 하는 주사값과 우물을 팔 수 있는 후원금만으로는 마음의 짐이 쉽게 내려놓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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