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29일(금)

측은한 맘에 시작한 도움… 대표 사회 공헌으로

국민연금공단 사회공헌 ‘저소득층 연금 지원’

미상_그래픽_국민연금공단_하트_2010국민연금공단 이경욱(38)씨가 박수미(51·가명)씨를 만난 것은 10년 전이다. 박씨는 남편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후 노후를 위해 들었던 연금 가입을 취소하기 위해 공단 포항지사에서 근무하던 이씨를 찾아왔다. 박씨는 “남편이 죽고 난 후 불행이 끊이질 않았다”며 “물혹으로 자궁적출 수술을 받았고, 그 후 숨쉬기 힘들 정도로 건강이 나빠져 일자리도 잃었다”고 울먹였다. 기초생활수급비 21만원으로 초등학교와 유치원을 다니는 두 남매를 키워야 했던 박씨에게 연금 가입은 사치처럼 보였다.

하지만 연금 가입을 포기한 후에도 박씨의 연금 보험료는 매달 납부됐다. 1만9800원씩 내던 보험료도 오히려 월 4만원으로 늘었다. 박씨를 상담했던 공단의 이씨가 대신 보험료를 납부해줬던 것이다. 이씨는 “동네 수퍼 배달을 해 주고 돈 대신 과일을 받아와 어린 아이들을 먹인다는 박씨 말에 울컥했다”고 했다.

이씨는 2009년까지 꼬박 9년 동안 박씨의 연금을 대신 납부했다. 이씨의 당시 월급은 67만원. 빠듯한 월급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아내가 속상해할까 봐 박씨의 연금 통장을 몰래 만들어 관리했다. 이씨 덕에 국민연금 최소 의무 납부 기간인 10년을 채운 박씨는 만 60세부터 매달 30만원씩 연금을 받을 수 있다. 박씨는 “형편대로 살겠다고 몇 번씩 얘기했지만 어려워 말라며 계속 도와줬다”고 했다. “친척도 이렇게 도와주지는 못할 거예요.” 목소리가 떨렸다.

1995년부터 국민연금공단이 본격적으로 연금 가입을 유치하면서 이씨와 같은 직원이 각 지사 별로 생겨났다. 이씨처럼 저소득층 연금 가입자와 상담하면서 처지를 딱하게 여기고 도와주기 시작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주지사의 한 직원은 5명의 연금 보험료를 가입자도 모르게 5년 이상 대신 납부해 줬다.

이씨와 같은 직원이 점차 늘어나자 국민연금공단 사내 봉사단은 2008년부터 아예 저소득층 연금보험료 지원사업을 대표적인 사회 공헌 프로그램으로 정착시켰다. 사회공헌팀 강철 차장은 “직원들이 사비를 털어 연금을 대신 납부해 주는 경우가 많았다”며 “연금보험료 납부는 국민연금공단 직원들이 가장 잘 아는 일이자 수혜자들의 만족도가 높은 활동이어서 대표 사회 공헌 프로그램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현재 공단 전체 임직원 4800명 중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은 3700명이 넘는다. 연간 모이는 후원금도 2억9000만원에 달한다. 이 후원금으로 지역 가입자 중 55세 이상, 5년 이상 납부 이력이 있고 최근 가정 사정이 어려워진 사람을 골라 연금보험료를 지원한다. 현재까지 205명에게 1억여원을 지원했고 58명의 연금 수급자가 생겼다.

미상_사진_국민연금공단_김경자_2010지난 3일엔 가장 최근에 연금 수급자가 된 김경자(60·위 사진)씨가 공단을 찾았다. 김씨는 공단 직원들의 후원으로 2007년부터 3년간 연금보험료를 지원받아 이번 달부터 연금을 받게 됐다.

“고혈압이 심해지면서 오른손에 마비가 와서 식당을 그만둘 수밖에 없었어요. 35살에 이혼하고 혼자 살아왔는데, 살아갈 길이 막막했지요.”

매달 4만7000원씩 내던 연금보험료는 엄두도 낼 수 없었다. 두 달 보험료가 밀리자 7년 연금 가입이 취소될 위기에 처했다. 그때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연금보험료를 대신 납부해주겠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냥 놀리는 거짓말인 줄 알았죠. 그런데 다음 달부터 보험료가 납부되더라고요. 이런 천사 같은 양반들이 있나 싶었어요.” 그후 3년간 공단 직원들의 후원금은 그녀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연금보험료 지원 외에도 국민연금공단 봉사단<아래 사진>은 2007년부터 저소득 연금 수급자를 대상으로 무료 치과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의료, 스킨스쿠버, 위험물 취급, 중장비 등 재난 구호와 관련된 자격증을 보유한 사원 70여명을 중심으로 긴급 재해 구호단도 결성해 운영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 봉사단의 연평균 봉사 횟수는 3500건, 누적 참여 인원은 8000여명에 이른다.

미상_사진_국민연금공단_봉사단_2010국민연금공단 전광우 이사장은 “직원들이 먼저 나서서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성금을 모으고 자발적으로 봉사하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우리 공단과 어울리는 사회 공헌 활동을 계속 찾아내고 사업화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CSR Tip

우리나라 기업 사회 공헌 활동은 대부분 CEO의 일방적 지시나 외부의 요청에 의해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 때문에 기업의 비전이나 업(業)과 전혀 상관없거나 혹은 보여주기식 사회 공헌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말마다 되풀이되는 김장 자원봉사와 연탄 배달이 대표적입니다.

기업이 정말 사회 공헌 활동을 잘하려면 자신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사회의 어떤 변화를 이끌고 싶은지, 내부에 그런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실행할 역량이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사회 공헌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국민연금공단처럼 직원들이 가장 잘 아는 업무이면서도 지역사회와 연계되는 모델을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공단의 연금보험료 지원사업은 직원들이 먼저 시작하고 이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후 대표 프로그램으로 정착한 ‘바텀 업(bottom-up)’사회 공헌의 성공 모델이라 할 수 있습니다.

CS컨설팅&미디어 CSR팀 cs@cs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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