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분들 있어 행복… 이런 게 살아 있다는 느낌이구나”

나눔 실천하는 이발사 아저씨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이 되면 양천장애인종합복지관은 아침부터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평상시 복지관에 얼굴을 잘 비추지 않던 사람들까지 지하 2층에 마련된 간이 이발소 앞을 서성거린다. 조규동씨가 익숙하게 간이 철제 의자에 앉자 조병헌(63세)씨가 이발 가운을 두르고 가위질을 시작했다. 조병헌씨가 이곳에서 이발 봉사를 한 것은 3년째. 규동씨는 “아침 10시부터 어두워지도록 하루 종일 머리를 깎는데도 매번 허투루 하는 법이 없다”고 했다. 조병헌씨가 이발 봉사를 시작한 것은 30년째이다. 이곳을 포함, 이발소가 쉬는 매주 수요일마다 여러 복지기관을 찾아다니며 봉사를 한다. 한 번 갈 때마다 보통 50명 정도의 ‘단골’이 눈 빠지게 기다린다. 사람들이 몰려 점심도 국에 만 밥만 꿀떡 넘기고 다시 가위를 잡는다. 6남매 중 장남인 조씨는 18살에 혼자 상경해 이발 기술을 배웠다. 32살에 결혼하고 집과 직장이 자리를 잡아 갈 무렵 어머니와 아버지가 1년 새 모두 돌아가셨다. 그가 이제 막 부모님께 따뜻한 밥 한 그릇 올릴 수 있겠구나, 마음먹은 찰나였다. 고향인 홍천에서 아버님 상을 치르고 서울에 올라오는 길, 만나는 어르신들이 모두 아버지처럼 보였다. 노인정 봉사를 처음 시작한 것도 부모님을 제대로 모시지 못했다는 죄책감 때문이었다. “노인정이 재개발로 철거될 때까지 자원봉사를 나갔어요. 어려운 형편의 어르신들을 만나면서 더 나이가 들면 아예 조그만 복지시설을 마련해 오갈 데 없는 분 20명 정도를 모시고 살아야겠다는 꿈도 생겼습니다.” 조씨는 이 꿈을 이루기 위해 2002년부터 3년 동안은 아예 가게 문을 닫고 명지대를

“연봉 절반 줄었지만 내 열정, 사람 위해 쓸 거예요”

“내가 마음 먹는 만큼 세상이 변하겠구나…” 영리에서 비영리로 옮긴 사람들 “비영리의 사람 중심 마인드와 영리의 효율성이 합쳐지면 엄청난 변화 가져올 것” 국제 구호단체인 월드비전은 2010년 공채를 진행하면서 ‘세상 변했다’는 것을 실감했다. 대기업 근무자, 해외 MBA 출신, 고연봉의 쟁쟁한 사람들이 다수 지원한 것이다. “좀 더 보람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다음세대재단 역시 최근 프로젝트 담당자를 채용하는 과정에서 같은 경험을 했다. 방대욱 총괄실장은 “얼마 전만 해도 마음에 딱 맞는 사람을 찾기가 어려웠는데, 올해는 실력과 열정을 모두 갖춘 지원자가 많아 누구를 뽑아야할지 고민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쟁쟁한’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비영리로 옮기는 이유는 뭘까. 그 궁금즘을 풀기 위해 최근 1~2년 새 영리 부문에서 국제구호 비영리 단체로 ‘이적’한 4명의 전문가들을 만나봤다. 한국컴패션의 지경영 홍보팀장(39·LG전자 근무),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채정아 미디어팀장(36·MTV 근무), 월드비전 길연수 해외사업본부과장(33·인천국제공항공사 근무), 굿피플 김기원 해외사업팀 주임(29·삼성전자 근무)은 만나자마자 비영리의 ‘경쟁력’에 대해 얘기를 풀어놨다. “비영리 조직의 가장 큰 장점은 ‘사람 중심’의 일 진행에 있는 것 같아요. 한 명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아주 크고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 프로그램 운영까지 본인이 마음만 먹으면 다양한 일을 할 수 있거든요.”기원씨가 먼저 입을 열었다. “삼성전자에서 근무할 때는 모든 사람이 딱 자기 분야의 일만 했어요. 저는 엔지니어 출신이라 제품 개발을 맡으면 끝까지 그 일만 해요. 그 제품을 어떻게 하면 더 잘 팔수 있을까 같은 마케팅 아이디어는 낼 엄두도 못

맥쿼리 코리아 자원봉사…나눔 전한 당신들께 “봉사상을 수여합니다”

창립 10주년맞이 자원 봉사 나서 전 직원 3000만원 기금마련해 기부 회사에 남은 직원 헌혈로 봉사하기도 “한사랑마을은 다른 재활시설에서 감당하기 힘든 중증 장애아들이 머물고 있는 곳입니다. 대부분 버려진 아이들이고 우울증 약을 복용하고 있어요. 눈치도 빨라서 봉사자의 심리 상태를 금방 알아 차리니까 편하게 대하시는 게 중요해요.” 어린이재단이 운영하는 중증장애인 재활센터 한사랑마을의 최금숙 후원나눔부장이 주의사항을 설명하자, 24명의 맥쿼리 코리아 직원들의 얼굴에 긴장감이 돌았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이날이 처음 경험하는 자원봉사였다. 아이들이 머무는 방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중에도 직원들은 딱딱한 얼굴로 입을 열지 못했다. 2명씩 짝을 지어 10여개 방에 들어간 후, 한동안은 한쪽에 머뭇거리고 서 있었다. 11시 30분. 식사 시간이 되자 직원들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몸을 가누기 힘든 아이를 안고, 받치며, 숟가락으로 밥을 떠먹이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처음 보는 사람이 떠주는 밥인데도 잘 받아 먹었다. 맥쿼리 인터내셔널 리미티드 이지원씨는 고개를 고정시키지 못하는 미혜(가명)가 밥을 받아 먹다 계속 흘려도 밥 한 그릇을 다 먹였다. 맥쿼리 삼천리자산운용팀 신진숙 상무는 한사랑마을에서 가장 어린 수진(6세)이를 맡았다. 신진숙 상무는 “20대부터 어린이재단에 매달 기부해 오고 있었지만 봉사활동은 처음이라 긴장했다”며 “아이들이 우리를 기다렸다는 듯이 손을 잡고 놓지 않은 걸 보고 편안해졌다”고 말했다. 맥쿼리 파이낸스코리아 이승현 차장은 뇌성마비로 몸을 못 가누는 영희(가명)씨의 휠체어를 밀었다<사진>. 영희씨가 기분 좋다는 듯이 소리를 질렀다. 지나가는 복지사마다 웃으며 한마디씩 건네기 시작했다. “영희야 그렇게 기분이 좋아?” “영희는 남자 자원봉사자만 좋아해.” 이승현 차장은

백광우 교수 인터뷰_”매월 300~400명에 무료 봉사… 같은 길 걷는 후배 기다려”

2002년 개인 병원 정리 후 장애인 돕는 제자 키우고자… 아주대학병원 교수직 맡아 “봉사를 한 지 10년이 되던 해까지는 저도 거만했어요. 아픈 사람을 무료로 치료해 주니까요. 20년이 넘으니까 비로소 이제 내 일을 찾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30년이 되자 저와 같은 길을 걷는 후배들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습니다.” 매월 평균 300~400명, 31년간 17만건의 무료 치과 진료. 아주대 치의학과 백광우 교수(58)의 지난 30년간 봉사 내역이다. 백 교수는 1979년 서울대 치의학과를 졸업하고 의사자격증을 따자마자 서울 시립 아동보호소(현재 꿈나무 마을)의 고아들을 대상으로 무료 치과 진료를 시작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는 해외 봉사로 눈을 돌려 매년 3번씩 자비를 들여 마리아수녀회가 운영하는 필리핀의 어린이집 4곳을 돌며 무료 진료를 해 왔다. 한 번 갈 때마다 그는 약 3000명의 아이들을 돌보고 돌아온다. 2008년부터는 매주 목요일마다 안양소년원을 찾아가 진료를 하고, 2009년부터는 서울시립영보자애원의 여성 장애인도 진료해 오고 있다. 백 교수가 매월 300~400건의 무료 진료를 소화하면서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은 치료의 질이다. 그는 치과병원과 동등한 수준의 장비가 갖추어지기 전에는 진료를 하지 않는다. 자비를 들여 필리핀 어린이집 4곳과 안양소년원, 꿈나무 마을에 대학치과병원에 버금가는 진료 장비를 구입해 기증한 것도 나름대로의 원칙 때문이다. “누구나 인간적인 치료를 받고 싶잖아요. 몇명을 치료해 주었느냐 보다 적절한 치료를 해 주었느냐 못해 주었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백 교수가 처음부터 전공을 치과로 정하고 봉사 활동을 시작한 건 아니었다. 서울 공대에 지원하려고 입학서류를 들고

측은한 맘에 시작한 도움… 대표 사회 공헌으로

국민연금공단 사회공헌 ‘저소득층 연금 지원’ 국민연금공단 이경욱(38)씨가 박수미(51·가명)씨를 만난 것은 10년 전이다. 박씨는 남편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후 노후를 위해 들었던 연금 가입을 취소하기 위해 공단 포항지사에서 근무하던 이씨를 찾아왔다. 박씨는 “남편이 죽고 난 후 불행이 끊이질 않았다”며 “물혹으로 자궁적출 수술을 받았고, 그 후 숨쉬기 힘들 정도로 건강이 나빠져 일자리도 잃었다”고 울먹였다. 기초생활수급비 21만원으로 초등학교와 유치원을 다니는 두 남매를 키워야 했던 박씨에게 연금 가입은 사치처럼 보였다. 하지만 연금 가입을 포기한 후에도 박씨의 연금 보험료는 매달 납부됐다. 1만9800원씩 내던 보험료도 오히려 월 4만원으로 늘었다. 박씨를 상담했던 공단의 이씨가 대신 보험료를 납부해줬던 것이다. 이씨는 “동네 수퍼 배달을 해 주고 돈 대신 과일을 받아와 어린 아이들을 먹인다는 박씨 말에 울컥했다”고 했다. 이씨는 2009년까지 꼬박 9년 동안 박씨의 연금을 대신 납부했다. 이씨의 당시 월급은 67만원. 빠듯한 월급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아내가 속상해할까 봐 박씨의 연금 통장을 몰래 만들어 관리했다. 이씨 덕에 국민연금 최소 의무 납부 기간인 10년을 채운 박씨는 만 60세부터 매달 30만원씩 연금을 받을 수 있다. 박씨는 “형편대로 살겠다고 몇 번씩 얘기했지만 어려워 말라며 계속 도와줬다”고 했다. “친척도 이렇게 도와주지는 못할 거예요.” 목소리가 떨렸다. 1995년부터 국민연금공단이 본격적으로 연금 가입을 유치하면서 이씨와 같은 직원이 각 지사 별로 생겨났다. 이씨처럼 저소득층 연금 가입자와 상담하면서 처지를 딱하게 여기고 도와주기 시작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주지사의 한 직원은 5명의 연금

국내 기업의 다문화 프로그램

이중언어 문화지원·다문화 어린이도서관…사회 시스템 업그레이드 계기 삼아야 다문화 가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다문화 가정 지원에 나서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2008년부터 다문화가정 아동을 대상으로 이중언어 문화지원프로젝트인 ‘Kids of Asia(아시아의 아이들)’를 3년째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이중언어 구사를 위한 체계적인 언어 교육, 정체성 확립을 위한 다문화 교육 지원, 다문화 습득을 위한 문화 체험, 1:1 멘토링 지원 등 다문화 가정 아이들의 심리적 정서적 안정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하나금융그룹은 베트남어와 한국어가 병기된 어린이 도서를 제작해 다문화 가정이나 도서관 등에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현재까지 발간된 양국어 병기 도서는 세계 전래 동화나 각 나라의 위인, 창작 동화 등 세 종이다. 올 하반기에는 두 나라의 차이점과 공통점을 다룬 책과 중국, 일본, 필리핀어 등 외국어와 한국어가 병기된 어린이 도서도 선보일 계획이다. 현재까지 약 4만5000권이 제작돼 1만5000여 다문화가정에 배포됐다. LG그룹은 올해 3월 처음으로 ‘LG와 함께하는 사랑의 다문화 학교’를 열었다. 사랑의 다문화 학교는 과학·언어 분야에 재능 있는 다문화가정 청소년 70명을 선발해 2년 동안 한국외국어대학 및 카이스트 교수진에게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과학인재 양성 과정의 경우 필리핀, 몽골, 네덜란드, 일본 등 10여 개의 다양한 다문화가정 학생들이 참여해,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대전 카이스트에서 진행한다. 이중언어인재 양성 과정은 중국 및 베트남 다문화가정 학생들을 중심으로 매월 둘, 넷째주 토요일 한국외대

사회적 책임활동 미비하면 중소기업 신용도 낮아진다

중소기업 ‘CSR 장벽’ 높다 국민은행은 최근 외부 감사 대상인 중소기업의 신용평가 때 기업의 ‘사회적 책임경영 실천 정도’를 반영하기 시작했다. 일자리 창출 기여도와 사회복지사업 참여도, 환경보호 실천, 녹색 성장산업에 대한 투자, 녹색 기술 활용, 윤리경영 실천 등 기업에 요구되는 각종 사회적 책임활동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A·B·C·D·E의 5등급으로 신용도에 반영한다는 것이다. A등급과 E등급은 100점 기준으로 최대 5.6점 차이가 난다. 기업 신용등급은 해당 기업의 대출 여부를 좌우하는 기준이면서 대출금리 수준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다. 신한은행 역시 이달 중 기업의 환경관리 능력 등을 평가하는 시스템을 개발해 신용평가 때 반영할 예정이다. 우리은행은 작년 하반기부터 환경위험 부문을 여신 심사에 반영하고 있고, 하나은행도 환경 부문을 기업의 비재무 항목 평가 때 일부 반영하고 있다. 금융권이 이처럼 사회적 책임을 아예 신용평가에 넣기 시작한 것은 세계은행 산하 국제금융공사의 ‘적도 원칙(The Equator Principles)’이 출발점이 됐다. 적도 원칙은 1000만달러(1200억원) 이상의 개발 프로젝트가 환경 파괴를 일으키거나 해당 지역 주민들의 인권을 침해할 경우 자금을 대지 않겠다는 금융회사들의 자발적 협약으로 2003년 6월 씨티그룹, HSBC, ABN암로 등 세계 10개 대형 은행이 서명하면서 시작됐다. 2009년 말 기준, 이 원칙에 참여하는 금융회사는 70여곳으로 전 세계 프로젝트 파이낸싱시장에서 80%를 웃도는 비중을 가지고 있다. 금융권의 중소기업에 대한 ‘사회적 책임’ 평가는 올 하반기 발표될 ISO26000과 맞물려 뜨거운 감자가 될 전망이다. ISO26000은 환경, 지배구조, 윤리경영, 사회 공헌 등 광범위한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국제 표준으로

착한 가격에 카드결제·전기사용료 확인까지 똑똑한 충전기 개발 위해 달린다

전기차 충전기 개발 KEPCO 전력연구원 한 달 20만원 정도 들던 휘발유 승용차를 전기 자동차로 바꾸면 얼마나 절약할 수 있을까? 현재 기름값과 전기료를 기준으로 하면, 평균 15만원 정도를 아낄 수 있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전기 자동차가 언제쯤 시판되는지 큰 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전기 자동차의 보급 속도가 매우 더디다. 전기자동차가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자동차 자체의 성능 향상 못지않게 충전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다. 최근 선진국들이 앞다퉈 전기자동차용 충전소를 설치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영국은 이미 2006년에 공공 충전기를 런던에 설치했다. 현재까지 보급된 충전기는 총 165대지만 영국 정부는 올해 안에 1500대를 추가로 보급할 계획이다. 일본도 올해 말까지 주요 도시와 간선도로에 급속 충전기 1000대를 보급할 계획을 세우는 등 적극적으로 전기자동차 인프라를 구축하고 나섰다. 뒤늦게 전기자동차 사업에 뛰어든 우리나라는 지난 4월 6일 서울에 저속 전기자동차(NEV) 운행을 허용했다. 하지만 충전기는 겨우 5대에 불과하다. 전기 자동차를 산다고 해도, 충전할 곳이 없어 운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KEPCO 전력연구원 전기자동차 충전인프라개발팀 소속 13명의 연구진은 충전기와 IT 기술을 접목한 ‘한국형 충전 시스템’을 개발,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승호 책임연구원은 “외국의 충전기는 전기자동차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설치한 것들로 단순히 전력 공급만 가능한 경우가 많다”며 “우리 연구팀은 사용자에게 많은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좀 더 똑똑한 충전기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발팀은 충전기에 카드 결제 시스템을 부착하는 것에서

韓·美·英 3국의 공정무역 예찬론 ③영국 – 앤터니 이르빈 문

“가난한 생산자들도 정당한 대가 받아야죠” 앤터니 이르빈 문 “가난한 생산자들도 정당한 대가 받아야죠” “영국이 다른 나라보다 공정무역 상품을 구하기가 쉬운 건 맞아요. 그래도 저는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옥스팜 같은 전문 상점에 가지 않으면 사기 힘든 물건이 많거든요.” 앤터니 이르빈 문(Anthony Irvine Moon·29세)씨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말했다. 앤터니씨의 ‘공식 직업’은 교사다. 영국 데번 지역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마을을 벗어나면, 앤터니씨는 멋진 ‘공정무역가’로 변신한다. 인도 델리에 공장을 짓고 만든 가방을 영국으로 수입해 팔고 있다. “사람들이 공정무역의 내용을 알게 되면, 당연히 공정무역 제품을 구입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소비자는 물건의 생산 과정부터 유통까지 전 과정을 확인할 수 있고, 생산자는 정당한 대가를 받을 수 있으니까요.” 앤터니씨가 공정무역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동네의 단골 수퍼마켓 때문이었다. 상점에는 ‘카리브해 동쪽에 위치한 작은 섬나라인 세인트 루시아(Saint Lucia)와 공정무역 계약을 맺고 수입하고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바나나가 있었다. 바나나 판매 수익으로 섬의 허물어져 가는 학교를 고치고, 소독기와 살균 도구가 없는 병원을 개선시킨다는 설명도 곁들여 있었다. “개당 100원 정도 비싼 가격이었지만, 착한 일을 한다는 기분 때문이었는지 그날 먹은 바나나 맛은 잊혀지지 않습니다.” 이때의 경험은 앤터니씨가 공정무역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됐다. “어려운 나라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싼 노동력을 제공하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아픕니다. 이들이 만드는 제품의 가치를 더 널리 알리고 싶어요.” 2010년 현재 영국에서 팔리는 공정무역 제품은 3000여 종, 거래 금액은 10억파운드(1조7000억원)에 달한다.

韓·美·英 3국의 공정무역 예찬론 ②미국 – 아시위니 쿨카르니

“쉽고 재미있게 사람 돕는 놀라운 공정무역” 아시위니 쿨카르니(Ashwinee Kulkarni·27세)씨는 3년 전 인도 여행 때 본 장면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16살 남짓한 어린 소녀들이 진흙 바닥 공장에 앉아 성냥을 만들고 있었다. 공장 내부는 유황 냄새와 연기로 자욱했다. 숨쉬기조차 힘든 공간에서 아이들은 하루 12시간도 넘게 일하고 있었다. 이 아이들이 받는 돈은 그녀가 피트니스 트레이너를 하며 받는 월급의 20분의 1에도 못 미쳤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 한참을 자괴감에 시달렸지만, 바쁜 생활에 그녀는 곧 인도를 잊었다. “어느 날 친구가 나무로 된 옷걸이를 선물로 줬어요. 인도네시아 빈곤 가정에서 만든 ‘공정무역 옷걸이’라는 거예요. 인도에서 봤던 소녀가 떠올라서 울컥했어요.” 보통 옷걸이보다 1달러 정도 비쌌지만, 그 돈이 어려운 가정에 돌아간다고 생각하니 뿌듯했다. 그때부터 아시위니씨는 공정무역 상품 마니아가 됐다. 친구들에게 줄 선물은 모두’1000개의 마을(1000villages)’ 같은 공정무역 상점에서 구입하고, 지인들에게도 공정무역 제품을 사라고 추천하기 시작했다. 공정무역 제품을 사용할 때마다, 예전 성냥 공장에서 일하던 소녀가 떠오른다고 했다. 그녀는 언젠가 모든 기업이 공정무역으로 물건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믿는다. “우리는 가능하면 싸고 좋은 물건을 사려고 하잖아요. 그런데 조금만 신중하게 물건을 사는 것만으로도 가난한 제3세계 생산자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어요. 공정무역은 아주 쉽고 재미있게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는 환상적인 방법이에요.” 미국의 수도인 워싱턴DC에는 그녀 같은 ‘착한 소비자’들이 많은 걸까. 그녀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공정무역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아는 사람보다 더 많아요.

韓·美·英 3국의 공정무역 예찬론 ①한국 – 김송이

“내가 산 단 하나뿐인 제품그들에겐 삶을 바꾸는 힘” 오는 8일은 세계 공정 무역의 날이다. 공정무역(Fair Trade)은 제3세계의 가난한 생산자를 ‘시장’에서 돕기 위한 사회적 운동이다. 생산자에게는 정당한 대가를 주어 물건을 사고, 소비자에게는 유통 과정을 최대한 생략해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하도록 노력한다. 공정무역 제품은 일반 상품에 비해 10~20% 정도 비싸지만, 프랑스에서는 바나나 판매량의 80% 이상을 공정무역 상품이 차지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공정무역 시장은 매년 20%가 넘는 성장을 기록하며, 2008년 기준 40억달러(약 4조5000억원)의 거래를 기록하고 있다. 공정무역으로 인해 750만 명의 생산자와 그 가족들이 좀 더 나은 집에서 살고 교육을 받으며 일자리를 얻고 있다. 한·미·영 3개국의 공정무역 예찬론자를 통해 실제 공정무역에 어떤 매력이 있는지 들어봤다. 편집자 주 김송이(29세)씨는 전 세계를 상대로 무역 사업을 펼치려는 꿈이 있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지난 2004년 미국 샌디에이고에 있는 대학 국제경영 학과에 입학했다. 영어 수업은 쉽지 않았지만, 꿈을 향해 나아가는 첫걸음이라 생각하니 신나기만 했다. “그때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까 매 순간 생각한 셈이나 마찬가지였죠.” 하지만 학교는 그저 돈을 잘 버는 방법만 가르치지는 않았다. 수업 중간, 제3세계 사람들에게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주고 물건을 거래하는 ‘공정무역’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배우게 됐다. “갑자기 머리를 망치로 맞은 듯했어요.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더 적은 임금을 주고 더 많이 일하도록 할까를 고민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임금을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