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5월 21일(토)
韓·美·英 3국의 공정무역 예찬론 ①한국 – 김송이

“내가 산 단 하나뿐인 제품그들에겐 삶을 바꾸는 힘”

미상_그래픽_공정무역_태극기_2010오는 8일은 세계 공정 무역의 날이다. 공정무역(Fair Trade)은 제3세계의 가난한 생산자를 ‘시장’에서 돕기 위한 사회적 운동이다. 생산자에게는 정당한 대가를 주어 물건을 사고, 소비자에게는 유통 과정을 최대한 생략해 합리적인 가격에 공급하도록 노력한다. 공정무역 제품은 일반 상품에 비해 10~20% 정도 비싸지만, 프랑스에서는 바나나 판매량의 80% 이상을 공정무역 상품이 차지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공정무역 시장은 매년 20%가 넘는 성장을 기록하며, 2008년 기준 40억달러(약 4조5000억원)의 거래를 기록하고 있다. 공정무역으로 인해 750만 명의 생산자와 그 가족들이 좀 더 나은 집에서 살고 교육을 받으며 일자리를 얻고 있다. 한·미·영 3개국의 공정무역 예찬론자를 통해 실제 공정무역에 어떤 매력이 있는지 들어봤다. 편집자 주


김송이(29세)씨는 전 세계를 상대로 무역 사업을 펼치려는 꿈이 있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지난 2004년 미국 샌디에이고에 있는 대학 국제경영 학과에 입학했다. 영어 수업은 쉽지 않았지만, 꿈을 향해 나아가는 첫걸음이라 생각하니 신나기만 했다.

“그때는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을까 매 순간 생각한 셈이나 마찬가지였죠.”미상_사진_공정무역_김송이가방_2010

하지만 학교는 그저 돈을 잘 버는 방법만 가르치지는 않았다. 수업 중간, 제3세계 사람들에게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주고 물건을 거래하는 ‘공정무역’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배우게 됐다.

“갑자기 머리를 망치로 맞은 듯했어요.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더 적은 임금을 주고 더 많이 일하도록 할까를 고민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임금을 주고 인간다운 삶을 살게 도와줄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었으니까요.”

그 순간, 그녀의 꿈도 바뀌었다. 하고 싶은 일이 정해지자 일체의 고민 없이 2008년 ‘네파리바자로’라는 일본의 대표적인 공정무역 회사에 인턴을 신청했다. 그해 12월에는 대학을 졸업하고 ‘샌디에이고 프렌즈 오브 페어트레이드(San Diego Friends of fair-trade)’에서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자원봉사 두 달째, 한국의 “페어트레이드 코리아’라는 공정무역 단체에서 사람을 구한다는 말을 들었다.

“당장 짐을 쌌죠. 우리나라에도 공정무역을 널리 알려야겠다는 사명감에 불탔거든요. 하하.”

그녀는 현재 이 단체에서 네팔 생산자들에게 주문서를 전달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가장 어려운 일은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디자인에 맞춰 물건을 만들어내는 일. “아무리 자세히 설명해도 서로의 문화가 다르다 보니 엉뚱한 물건이 나올 때도 있어요. 그럴 때는 속상하기도 하죠. 하지만 언제나 긍정적인 네팔 사람들과 얘기하다 보면 결국에는 서로 웃고 말아요.”

그녀가 꼽는 공정무역 제품의 가장 큰 매력은 ‘희소성’이다.

김송이씨가 공정무역 가게‘그루’에서‘R’자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책임(Responsibility) 있는 소비가 국경을 넘어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다. / 이경섭 객원기자
김송이씨가 공정무역 가게‘그루’에서‘R’자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책임(Responsibility) 있는 소비가 국경을 넘어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다. / 이경섭 객원기자

“공정무역으로 생산된 옷은 생산자들이 직접 염색하고 손바느질해서 만든 옷이라 조금씩 다 다르거든요. 같은 파란색 옷이라도 색깔이 달라요. 세상에 단 하나뿐인 물건이죠. 생각해 보세요.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제품을. 얼마나 의미 있어요.”

그녀가 지금까지 산 공정무역 제품은 니트 티셔츠, 머플러, 카드 지갑, 화장품, 설탕 등 20종이 넘는다. 생활에 필요한 대부분의 물품을 공정무역 제품으로 사용하고 있다.

“찾아보면 의외로 많은 공정무역 제품을 발견할 수 있거든요.”

그녀는 공정무역 제품을 사용한 이후 씀씀이도 크게 줄었다고 했다.

미상_사진_공정무역_공정무역장난감_2010“예전에는 쉽게 사서 쓰고 또 쉽게 버리는 데 익숙했었어요. 그런데 공정무역 제품에는 만든 사람의 사연이 담겨 있잖아요. 그 물건을 만든 사람들의 정성과 그 사람들이 처한 상황을 떠올리니까 버릴 수가 없더라고요. ”

저절로 필요한 물건이 줄었다는 그녀는 꽃처럼 웃었다.

“오히려 그동안 불필요한 것들을 너무 많이 사서 쓰지 않았던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처음엔 공정무역을 위해 물건을 샀는데, 요즘엔 저 자신을 위해 공정무역 제품을 사는 기분이에요. 여러 사람이 이 충만함을 함께 느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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