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고위험산모 현황
고위험임신 대비하는 의료체계는 허술
고위험산모=고령산모… 한정된 인식도 바꿔야
그동안 고위험산모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은 주로 ‘고령산모’에 한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고위험임신은 고령산모보다 넓은 개념이다.
원주에 사는 정희은씨는 6월 16일에 딸을 출산했다. 임신 33주 만에 제왕절개를 통해 낳은 아이는 1.29㎏이었다. 28주 정도 된 아기의 크기다. 출산 후 석 달이 지난 지금에 와서야 아기의 몸무게는 3㎏을 넘었다. 희은씨는 임신 33주 때 갑자기 혈압이 197까지 올라갔었고 그로 인해 임신중독증 확진을 받았다. 병원에서는 태아가 엄마 뱃속에 있는 게 안 좋다며 세 시간 만에 응급수술을 했다.
희은씨의 나이는 29세로 고령산모와는 거리가 멀다.
그렇다면 국내 고위험임산부의 현황은 어떻게 될까?
최근 우리나라는 신생아 수는 꾸준히 감소하지만 1.5㎏ 미만의 저체중 출생아 수와 임신 37주 미만의 조산아 수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이는 결혼이 늦어짐에 따라 임산부가 고령화되고 불임시술이 증가함에 따라 다태임신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20세 미만 35세 이상의 산모는 지난 95년에 3만3700명에서 2008년에 5만9900명으로 늘어났다. 전체 산모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4.9%에서 13.4%로 늘어났다. 임신 37주 미만의 조산산모는 95년에 2만200명에서 2008년에 2만8100명으로 증가했다. 전체 산모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8%에서 6.0%로 증가했다. 다태아를 낳는 산모도 95년에 9400명(1.3%)에서 2008년에 1만2700명(2.7%)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저체중 출생아는 2만3600명에서 2만5000명으로 늘어났다.
통계청 자료를 통해 산모 연령이 20세 미만이거나 35세 이상인 경우, 임신 37주 미만에 분만한 경우, 다태아를 분만한 경우, 출생 시 체중이 2.5㎏ 미만인 경우 중 어느 하나라도 해당하는 고위험 산모와 출생아 수를 산출하면 95년에 6만7800명에서 2008년에 9만600명으로 증가했다. 이들 고위험산모와 출생아가 전체 출산에서 차지하는 비율 역시 9.9%에서 20.3%로 증가했다. 이 수치는 사망데이터는 제외한 수치다. 같은 기간 합계출산율은 1.65명에서 1.19명으로 감소했다.
희은씨가 걸린 임신중독증에는 원인이 없다. 다리가 붓거나 얼굴이 붓고 혈압이 높아지고 단백뇨가 나오는 등의 증상이 있어야 임신중독증임을 알 수 있다. 임신중독증에 걸리면 영양분이 아기한테 전달이 안 되고 산모에게만 가서 산모는 살이 찌고 애기는 정상적으로 자라지 못하게 된다.
희은씨는 “초기에 병원에서 진찰을 잘 받았으면 미리 알고 식단 조절 등을 통해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는데 원래 다니던 산부인과에서 발견을 못했다”며 아쉬워했다. 고위험임신에 대비하는 의료체계의 허술함이 아쉬운 대목이다.
2008년도에 우리나라에서 분만을 시행하는 기관은 총 954개다. 조산원이 18개, 개인의원이 641개이고 전문병원은 127개, 종합병원은 124개, 상급종합병원은 44개에 불과해 고위험산모와 태아를 추적하고 관리해 건강한 출산으로 인도하기 힘든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