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일(토)

건강 위태로운데 경제적 부담까지… 아이 갖기도 낳기도 힘들다

고위험산모 대책 어디까지 왔나?
정상임산부의 2배 넘는 출산비용
저출산문제 떠들지만 정작 생명 위태로운 고위험산모 지원은 빈약

미상_그래픽_고위험산모_임신부_2011인천에 사는 박희경(가명)씨는 지난 7월 23일 저녁 8시 임신 36주2일 만에 아들과 딸 쌍둥이를 자연 분만했다. 희경씨의 나이는 올해 서른여덟 살, 결혼한 지 7년 만의 경사였다. 하지만 아이를 낳기까지 희경씨는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결혼하고 처음 2년 동안은 자연 임신을 하려고 노력했어요. 하지만 뜻대로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인공수정을 시도했죠.”

인공수정도 쉽지만은 않았다. 2007년에 첫 번째 인공수정을 했는데 실패했다. 두 번째 세 번째 인공수정에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려고 하는데 갑상샘에서 혹이 있는 것을 발견해 알아보니 암이었다.

“남편과 저에게 문제가 없다는데 계속 임신도 안 되고 암까지 걸렸어요. 그럴수록 점점 아기를 갖고 싶었어요.”

수술을 통해 암을 제거한 희경씨는 2009년 시험관아기 시술을 시도했다. 2009년 첫 번째 시도한 시험관시술에서 8주 만에 계류유산을 겪어야 했다.

“아기집도 보이고 심장소리도 들었는데 8주차에 심장이 안 보였어요. 의사선생님이 아기가 사그라졌대요.”

아기를 가슴에 묻고 두 번째 시험관을 준비하는데 작년 6월에 자연 임신이 됐다. 그러나 기뻐할 사이도 없었다. 자궁외임신이 되어 나팔관 한쪽을 절제해야 했다. 이 모든 과정을 거치고 2차 시험관시술을 한 결과로 지금의 쌍둥이를 얻었다.

“임신을 확인하고 출산 전까지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었어요. 8주가 지나서 3개월차가 될 때까지 집 밖으로 안 나왔어요. 유산이라도 될까 봐요. 그러곤 4개월 지나서는 조산할까 봐 집안에만 있었죠. 좀 지나서는 임신중독에 걸릴까 봐 체중조절을 했고요.”

희경씨처럼 높은 연령대에서 임신을 하거나 위험이 높은 임신을 하는 여성은 고위험산모로 분류된다. 고위험임신이란 산모나 태아가 정상적인 경우보다 사망 또는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은 경우이거나 분만 전후의 합병증이 정상 임신보다 더 많이 발생할 수 있는 환경에 처한 임신상태를 말한다. 그 원인은 다양하다.

20세 미만의 임신이거나 35세 이상의 임신은 상대적으로 문제가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저체중인 산모는 저체중아를 가질 가능성이 높고 비만인 산모는 임신성 당뇨병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 임신 중에 식사를 적게 하거나 흡연, 음주, 약물 남용을 할 경우 유산이나 조기 진통, 태아의 자궁 내 발육 지연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조기 진통이나 사산 등의 경험이 있는 경우에도 임신에서 위험이 증가한다.

산모의 건강은 아기의 건강과 밀접한 연관을 맺는다. 고위험산모에 대한 맞춤형 서비스가 필요하다. /이진한
산모의 건강은 아기의 건강과 밀접한 연관을 맺는다. 고위험산모에 대한 맞춤형 서비스가 필요하다. /이진한

고위험임신을 겪은 희경씨를 더 가슴 아프게 했던 것은 고위험임신에 따른 임신, 출산, 병원비의 증가였다.

“시험관을 시도할 때 한 번에 300만원이 넘게 들었는데 나라에서 150만원을 지원해줬어요. 그런데 난임(難妊)부부에 대한 지원과는 달리 고위험임신에 대한 지원은 별도로 없더라고요.”

고위험산모는 다태아를 낳을 가능성도 있고 당뇨가 생기거나 혈압이 높아지는 등 병원을 더 많이 다녀야 할 필요가 있다.

희경씨의 가계는 남편의 월수입 250만원에 프리랜서로 일하는 희경씨의 임금이 보태져서 꾸려졌었다. 하지만 임신과 함께 희경씨가 일을 중단하게 되었는데 “임신하기까지 950만원이 들었고, 임신과 출산 후 병원비만 500만원”이 들었다. 그것도 인천에서 제일 싼 병원에서 남들은 3주씩 있는 산후조리원에 2주만 있었는데도 그랬다.

“지금도 친정엄마가 와서 봐주시니 산후조리사를 안 부르지만 만약 산후조리사를 부를 경우 한 달에 150만원은 줘야 한대요. 지금 우리 집에서 아기들 분유값과 기저귀값으로만 한 달에 50만원이 드는데 아이들이 먹는 양이 많아지면 80만원까지 들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희경씨는 힘든 임신과 출산을 겪는 동안 느껴야 했던 섭섭함을 토로했다.

“온 나라가 저출산이 문제라면서 호들갑인데 정작 산모나 아이 모두의 건강이 위태로운 고위험산모에 대한 지원이 빈약한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현재 정부 차원에서 고위험산모에 대한 지원은 이제 시작단계에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난임부부를 위한 비용지원 사업 외에 고위험임산부를 직접 대상으로 하는 정책은 아직 없는 상황”이다. 다만 앞으로 “체계적인 고위험 산모의 치료와 관리를 위해 고위험 분만 통합치료센터 설치를 추진할 계획”임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이미 권역별 고위험 산모 미숙아 센터를 시행 중이다.

정부 차원의 지원이 없는 동안 민간에서 고위험산모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과 인구보건복지협회는 2009년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2억6000만원을 들여 평균연령 35.4세의 산모 290명에게 산전검사비와 안전분만비를 지원했고 고위험임신 예방관리 책자 2200부를 제작배포했다. 또 고위험 임신 예방교육도 실시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은 “고위험임산부는 정상임산부의 태아 1명당 임신 및 출산 관련 평균비용인 185만원보다 2배 이상의 비용을 의료비로 지출한다”며 “고위험임산부에게 의료비를 지원하는 것은 산모와 태아의 건강관리를 도와 아기는 태내기부터 건강하도록 지켜주고 엄마에게는 출산 의욕을 고취하는 효과가 있다”고 사업 의의를 설명했다.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