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2일(일)

공연과 정성 담긴 음식에…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모두 싱글벙글

중소기업·예술이 함께하는 나눔
㈜제닉 음식·팩 제공
숙명가야금연주단 공연
문화와 나눔이 한자리에

지난달 27일 아침 7시, 토요일 아침의 이른 시간임에도 김유진씨는 평소 연습을 하던 해금을 안고 집을 나섰다. 유진씨가 도착한 곳은 서울 노원구의 마들종합사회복지관. 곱게 드레스를 차려입은 유진씨가 해금을 들고 입장하자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있던 할머니들이 박수를 보냈다. ‘섬집 아기”나비야”자장가’를 연달아서 연주하는 사이 할머니들은 “딸 해라, 딸”이라며 호응을 보냈다. 자기 차례를 마치고 대기실로 돌아온 유진씨는 “어떤 무대이든지 공연을 하면 설레고 떨리지만 이렇게 재능을 나누는 행사에서 공연을 하다 보니 더 의미가 깊었다”며 기뻐했다.

지난달 27일 오전, 마들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작은 나눔 모임이 있었다. 그 주인공은 1999년 창단한 한국 최초의 가야금 오케스트라인 숙명가야금연주단이다. 숙명가야금연주단은 이날 얼굴에 미용팩을 하고 자리에 앉아 방실방실 웃고있는 할머니 70분을 위해 공연을 펼쳤다. 할머니들이 얼굴에 바른 팩은 “요즘 잘나간다”는 ‘하유미팩’이었다. 할머니들은 “공연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고, 팩도 하고 얼마나 좋아”하며 마냥 싱글거렸다. 할머니들에게 하유미팩과 음식을 제공한 것은 이번 나눔 모임의 또 하나의 주인공 ㈜제닉이었다. 이날 제닉은 할머니들에게 1000만원 상당의 샴푸와 하유미팩 200장, 그리고 도시락을 전달했다.

하유미팩을 얼굴에 붙인 할머니들이 국악공연을 감상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고대권 더나은미래 기자
하유미팩을 얼굴에 붙인 할머니들이 국악공연을 감상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고대권 더나은미래 기자

숙명가야금연주단의 송혜진 대표는 “일상에서 숨 쉴 수 있는 국악을 찾는 게 우리의 목표”라며 “특히 오늘의 무대는 음악이 가지고있는 감동, 위로, 편안함을 그대로 드러낼 기회였다”고 재능 기부에 나선 의의를 설명했다. 특히 연주단의 단원들이 “이번 공연을 통해 청중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며 “연주기법의 기량을 키우는 것 못지않게 음악 하는 마음도 넓어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제닉은 문화와 봉사, 나눔이 함께한 이 자리에 어울리는 기업이다. ㈜제닉의 유현오 대표는 중소기업계에서 ‘문화경영’의 전도사로 유명하다. 클래식기타, 플루트, 바이올린으로 구성된 사내 클래식 동아리를 회사 차원에서 지원하고 있고, 유 대표 본인도 요즘 바이올린을 배우고 있다.

유 대표는 1200억 매출을 목표로 하고 코스닥에 입성한 중소기업의 성공전략은 ‘문화경영’이었다며 “중소기업은 우수한 인력을 유치하는 것과 소비자들에게 신뢰감을 주는 것이 중요한데 두 마리 토끼를 잡기엔 ‘문화’와 ‘예술’을 기업문화에 접목시키는 것이 좋은 방법이었다”고 평가했다. “직원이 만족해야 소비자가 만족한다. 직원들이 행복해지면 소비자도 행복해진다. 그게 전문기업, 깨끗한 기업으로 향하고 있는 중소기업이 나갈 길”이라는 것이다.

유 대표는 이번 봉사활동에 직원 24명이 자발적으로 나서주었다며 직원들에 대한 자랑도 빼놓지 않았다.

“나눔이라고 하는 걸 어렵고 거창한 것이라고 생각하다 보면 선뜻 나서기 힘들다. 하지만 오늘처럼 할 수 있는 것들, 중소기업에 어울리는 일들도 있다는 것을 알게 돼서 우리 직원들도 봉사활동에 대한 만족감이 높다”는 유 대표는 즉석에서 노원구에 있는 개인사업자와 중소기업들이 함께 참여하는 나눔 네트워크 같은 것도 해볼 수 있지 않으냐며 아이디어를 냈다.

공연이 끝나자 도시락과 선물 꾸러미를 양손에 든 할머니들은 복지관 앞의 임대아파트로 돌아가며 “오늘 즐거우셨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답을 대신했다.

공연과 기부, 봉사가 함께한 이날 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중소기업 중앙회가 주관하는 ‘중소기업과 예술이 함께하는 기부여행’의 일환으로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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