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28일(수)
“밀레니얼 세대는 이기적? 조직보다 가치를 중요시할 뿐” 밀레니얼 공익활동 연구한 ‘진저티 프로젝트’ 인터뷰 ①

밀레니얼 세대의 공익활동 연구 ‘매거진 밀레니얼’ 펴낸 ‘진저티 프로젝트’ 인터뷰

“비영리는 ‘노답’이요, 꼰대 문화다” vs. “요즘 애들은 사명감이 없다”

비영리 조직이 곳곳에서 몸살을 앓고 있다. 세대 간 소통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곳도 상당하다. 지속 가능 보고서를 만들거나 조직 워크숍을 의뢰하는 곳들도 생겨났다. 변화를 고민하는 단체들 사이에서 한 보고서가 화제다. 지난해 12월, 비영리 조직 컨설팅기관 ‘진저티 프로젝트’에서 동그라미재단 후원으로 펴낸 ‘매거진 밀레니얼‘이 바로 그것.

밀레니얼 세대의 공익 활동을 이해하기 위한 이번 연구에는 밀레니얼 세대 및 이들과 일하는 리더 그룹에 대한 심층 인터뷰, 4000명이 넘는 밀레니얼 세대가 참여한 온라인 설문 조사를 바탕으로 한 밀레니얼 세대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담겼다. ‘진저티 프로젝트’에서 밀레니얼 세대를 연구한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를 기획·진행한 진저티 프로젝트의 서현선(40) 팀장, 홍주은(36) 팀장, 김빛나(27) 연구원을 만나 ‘밀레니얼 프로젝트’ 연구의 뒷이야기를 물었다.

왼쪽부터 진저티 프로젝트의 서현선 팀장, 홍주은 팀장, 김빛나 연구원. ⓒ주선영 기자
왼쪽부터 진저티 프로젝트의 서현선 팀장, 홍주은 팀장, 김빛나 연구원. ⓒ주선영 기자
밀레니얼 세대는 곧 ‘달라지는 사회’, 변화에 대한 이야기. 윗세대가 변화 받아들이지 못하고 예전 문법만 고집하니 문제생겨.

◇‘밀레니얼 세대’, 새로운 변화에 대한 이야기

―진저티에서 밀레니얼 연구를 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예전에 비해 비영리 영역이 힘이 많이 빠졌다. 젊은 사람들이 비영리로 잘 안 오고, 왔다가도 떠난다. 비영리 영역은 사람이 핵심인데, 이렇게 가다간 비영리가 끝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교육·컨설팅을 통해 비영리 사람들을 많이 만나다 보니 개인 간의 갈등을 넘어 ‘세대’라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런데 위세대가 아래세대를 정말 모르더라. 밀레니얼 세대를 제대로 이해하는 게 필요하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동그라미재단과 기회가 닿아 연구를 진행하게 됐다.”

진저티 프로젝트의 창립자 셋 모두 아름다운재단 출신. 재단에서 근무하며 ‘건강하지 않은 비영리조직’을 많이 봐 왔던 이들이 각자의 이유로 재단을 나온 뒤 ‘건강한 조직이란 무엇이고 어때야 할까’를 고민하다 만든 게 ‘진저티 프로젝트’다. 서 팀장은 “비영리에서 종사하는 이들을 여럿 만나다보니 자연히 세대 문제에 관심이 갔다”며 “번역서 ‘세대를 뛰어넘어 함께 일하기’를 낸 뒤에는 비슷한 고민을 가진 이들을 더 많이 만나게 됐다”고 했다. (관련기사:NPO 리더십 교체, 미국은 1년 전부터 준비)

―밀레니얼 세대를 이해하는 게 왜 중요할까.

“‘밀레니얼’은 세대 문제를 넘어 ‘변화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사회는 달라지고 있다. 기술이 발전하고 일하는 방식도 바뀌었다. ‘공익 활동’으로 정의되는 일의 형태도, 확산되는 방식도 달라졌다. 밀레니얼 세대는 이런 변화의 주체다. X세대가 사회 변화 주체였던 시기가 있었듯 새로운 세대가 등장한 거다. 그런데 많은 비영리에서 위세대가 그런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예전 문법만 고집하니 갈등이 생긴다. 밀레니얼 세대 스스로도 자신들의 특성이나 강점을 모르고 충분히 자기답게 살지 못하고 있다. 세대간에 잘 일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사회 변화를 이해한다는 차원에서도 밀레니얼 세대를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연구가 있나.

“미국은 밀레니얼 연구가 활발하다. 대표적인 연구가 밀레니얼 임팩트 리포트(Millenial Impact Report)다. 케이스 재단(Case Foundation)에서 후원하고 어치브(Achieve)라는 단체에서 연구하는데, 2009년부터 매년 각기 다른 주제로 밀레니얼 세대를 연구하는 보고서를 냈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밀레니얼 세대를 조망하는 연구가 거의 없다.

그렇다고 맥락이 다른 해외 연구를 많이 참고하진 않았다. 미국만 해도 밀레니얼 세대는 스스로를 ‘자신 있고(Confident)’, ‘낙관적인(Optimistic)’ 세대로 인식한다. 그런데 한국의 밀레니얼 세대는 스스로를 ‘흙수저’, ‘노오력(암담한 현실에 대한 고려 없이 청년들에게 무조건 노력만을 강요하는 기성세대의 행태를 비꼬는 말)’, ‘N포세대’라 칭한다. 위세대의 시선 또한 우호적이지 않다. 자수성가가 가능했던 사회를 지나온 우리나라 기성세대는 젊은이들을 두고 ‘패기 없고’ ‘무기력하다’고 한다.”

―연구 과정에서 중시했던 점이 있다면

“결론을 최대한 열어둔 채로 시작했고, 연구 과정에서도 밀레니얼 팀원들에게 가장 큰 주도권을 쥐어줬다. 또 우리나라 청년 세대의 현상을 날카롭게 보여주는 책들은 있지만 이들의 잠재력에 집중한 연구는 없었다. 우리는 밀레니얼 세대가 가진 강점을 보여주는데 집중했다.”

Getty Images / 이매진스
Getty Images / 이매진스

 

◇밀레니얼에 대한, 밀레니얼을 위한, 밀레니얼에 의한

연구는 지난해 8월부터 12월에 걸쳐 진행됐다. 초반 2개월간 심층 인터뷰가 이어졌다. 전통적인 비영리조직부터 중간지원조직, 소셜섹터, 1인 활동가, 일반 기업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동하는 밀레니얼 세대를 만나 이들의 공익 활동을 물었다. X세대, 베이비부머 등 밀레니얼 세대와 일하는 리더들도 만났다. 홍 팀장은 “처음에는 공익분야에 종사하는 이들만을 만났는데, 이야기를 듣다보니 조직의 형태가 밀레니얼 세대가 정의하는 ‘공익활동’을 담기에 협소하다는 걸 깨달았다”며 “이후에는 일반 기업등에 종사하지만 공익에 관심이 있는 밀레니얼 세대 7명도 추가적으로 만나 심층 인터뷰를 했다”고 했다. 

이후 두 달간 밀레니얼 세대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조사’를 진행했다. 쉽지 않은 질문에 주관식 답변, 넉넉잡아 20분은 걸리다 보니 “500명만 참여해도 다행”이라고 여겼던 설문 조사에서 대박이 났다. 폭발적으로 공유되며 4000명이 넘게 참여한 것.

―여러 밀레니얼 세대 활동가를 심층 인터뷰했다. 이 세대의 특징이 무엇이었나.

“밀레니얼은 자기 중심적이다. 이기적이라는 게 아니다. 스스로의 가치와 동기가 이들을 움직이게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다. 또 다른 키워드는 재미다. ‘코드가 맞는’이들끼리 작당모의를 하며 재미를 느낀다. ‘8대 2의 법칙’을 이야기하는 이도 많았다. 회사에서 주어진 업무가 80이라면, 본인이 하고 싶고 가치를 실현하고 싶은 활동을 20 비율로 한다는 것이다. 다른 세대는 80대 20 비율로 일한다고 하면 ‘주인의식이 없고 느슨하다’고 한다. 밀레니얼 세대는 비슷한 가치를 지닌 이들 간 ‘느슨한 연대’가 가능하고, 개인이 추구하는 모든 가치를 담아내는 단 하나의 조직이 없다고 생각한다.”

―밀레니얼 세대의 공익 활동은 어땠나.

“밀레니얼 활동가 심층 인터뷰를 하며 세 차례에 걸쳐 워크숍을 했다. 첫 워크숍에서 ‘지난 1년간 공익 활동을 하면서 만났던 주요 인물 관계 지도’를 그려보는 활동을 했다. 각자가 정의하는 ‘공익 활동’과 그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네트워크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공통점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다양성을 확인했다.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공익 활동의 경계나, 이를 설명하는 방식 자체가 예전과는 완전히 다르더라. 영리·비영리, 상근·비상근 같은 경계도 없고, 자신이 잘하고 좋아하는 방식으로 공익 활동을 한다. 자기가 옳다고 믿는 가치를 표현하기 위해 구즈(Goods·상품을 뜻하는 말. 최근엔 문화 분야 파생 제품을 일컫는 좁은 의미로 더 많이 쓰임)를 사고 팔기도 하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서 만난 사람들끼리도 느슨한 연대를 형성하며 영향을 주고받는다.”

―연구 경력이 수 년인 팀장 급을 대신해 입사 두 달 된 밀레니얼 세대 팀원이 연구의 주축이 됐다.

“우리는 연구의 대상이자 주체인 밀레니얼 팀원들이 가장 큰 주도권을 쥐어줬다. 결론도 최대한 열어둔 채로 시작했다.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정하면 X세대인 나나 다른 연구자의 시각이 반영될 것 같았다. 밀레니얼 세대만큼 자신 세대를 잘 아는 사람이 없다.

결과적으로 굉장히 다행이었다. 우리 세대의 틀에 박힌 ‘연구의 언어’가 밀레니얼 세대 팀원들을 거치면서 ‘일상의 언어’가 됐다. 윗 세대를 한번만 걸러 정제돼도 밀레니얼 세대는 내 이야기가 아니라고 느끼더라. 밀레니얼 팀원들이 주도한 덕분에 참여자도 훨씬 더 깊은 공감이 가능했던 것 같다. 연구 보고서에도 연구진의 풀이나 정제된 용어 대신 ‘날것의 언어’를 많이 넣었다.”

<온라인 설문조사, 4000명 넘게 자진 참여한 이유는? 밀레니얼 공익활동 연구한 ‘진저티 프로젝트’ 인터뷰 ②에서 계속>

밀레니얼M☞ 매거진 밀레니얼(Magazine Millennial)

밀레니얼 세대와 그들의 공익활동을 이해하고 촉진하기 위해 동그라미재단이 후원하고 진저티프로젝트가 진행한 밀레니얼 프로젝트의 연구결과보고서. 진저티프로젝트에서 2016년 8월부터 11월까지 동그라미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한 <밀레니얼 세대의 공익활동을 이해하고 촉진하기 위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에 참여한 총 676명의 밀레니얼의 목소리가 정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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