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NPO 리더십 교체, 미국은 1년 전부터 준비”

‘세대를 뛰어넘어 함께 일하기’ 공동저자 프랜시스 쿤로이더·헬렌 선희 김

“벽에 연대표를 그리고, 자신의 가치관에 영향을 미쳤던 사회적 사건을 포스트잇에 써서 붙여보세요. 서로 다른 세대가 어떻게 성장해왔는지 들여다보는 시작이 될 거예요” ‘세대를 뛰어넘어 함께 일하기’의 공동 저자 프랜시스(오른쪽)와 헬렌이 조직내에서 실행할 수 있는 워크숍을 제안했다. /이경민 조성영상미디어 기자
“벽에 연대표를 그리고, 자신의 가치관에 영향을 미쳤던 사회적 사건을 포스트잇에 써서 붙여보세요. 서로 다른 세대가 어떻게 성장해왔는지 들여다보는 시작이 될 거예요” ‘세대를 뛰어넘어 함께 일하기’의 공동 저자 프랜시스(오른쪽)와 헬렌이 조직내에서 실행할 수 있는 워크숍을 제안했다. /이경민 조성영상미디어 기자

한국 시민사회를 이끌어온 ‘베이비붐 세대(1955~1969년 출생)’가 은퇴기를 맞으면서 비영리 리더십의 세대 교체가 일어나고 있다. 차세대 비영리 리더로 거론되는 이들은 암울한 경제 위기(IMF) 속에서 젊은 시절을 보내고, 서태지의 음악을 들으며 다양성의 가치를 존중하게 된 ‘X세대’다. 새로운 관점에서 조직을 돌아봐야 할 때, 우리보다 한발 앞서 세대 교체를 겪은 미국의 이야기에 관심이 집중된다. 2008년 미국 베이비붐 세대(1945년)의 은퇴 시기에 맞춰 비영리 조직에 ‘세대’라는 새로운 지침을 제공한 책 ‘세대를 뛰어넘어 함께 일하기(Working across generations)’가 한국어로 출간됐다.

공동 저자 프랜시스 쿤로이더(Frances Kunreuther)와 헬렌 선희 김(Helen S Kim)이 본 한국 비영리조직의 ‘세대 갈등’은 미국과 어떻게 다를까. 프랜시스는 하버드대 하우저센터, 뉴욕대 리더십행동연구센터 등에서 30년 넘게 비영리 세대 교체와 사회 변화를 연구해온 전문가다. 현재 국제 비영리전문교육단체 ‘락우드 리더십’의 교육자인 헬렌은 24년간 비영리 영역에서 실무자, 이사, 교육자, 상담가, 컨설턴트 등으로 활동해왔다. 지난달 23일, 두 저자를 서울시NPO지원센터에서 만났다. 편집자 주


―많은 비영리단체가 리더십 교체, 조직 내 소통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이 갈등을 ‘세대’라는 키워드로 연구한 이유는 무엇인가.

프랜시스 쿤로이더(이하 프랜시스)=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갈등이다. 리더와 스태프가 같은 세대로 구성된 조직에서는 볼 수 없는 문제(세대 갈등)를 파악해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많았다. 특히 젊은 세대의 욕구가 높았다. 둘째는 생애주기에 따른 구성원의 환경 변화다.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 처음 들어갔을 때, 결혼 후, 아이가 장성한 후, 은퇴를 앞뒀을 때의 직장 생활은 각각 다를 수밖에 없다. 이런 사이클은 모든 구성원에게 반복된다. 조직을 더 유기적으로 운영하려면 구성원이 어떤 세대에 속하며, 지금 어떤 포지션에 와 있는지 생애주기별로 나눠보는 것이 중요하다.

헬렌 선희 김(이하 헬렌)=같은 세대란 말은 중요한 사회적 사건을 동일한 생애주기에 경험했다는 뜻이다. 같은 시대에 민주화나 경제 위기를 겪었다면 이는 개인의 가치관에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세대라는 기준으로 서로 문제를 보는 관점이 어떻게 다른지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을 서로 이해할 수 있다면 세대 차이는 조직의 걸림돌이 아닌 주춧돌이 된다.

―한국에 있는 동안 비영리조직 실무자·리더들을 만나 세대 갈등 이슈에 대한 워크숍과 라운드테이블을 진행했다고 들었다. 우리나라 비영리 리더들의 가장 큰 고민은 뭐였나. 미국과 한국의 비영리조직이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다.
미상_사진_NPO_프랜시스쿤로이더_2015
프랜시스=공통점은 한국과 미국의 젊은 세대 모두 리더가 되길 거부한다는 거다. 감당해야 할 짐이 너무 무겁기 때문이다. 다른 점은 그 문제를 풀어가는 방식이다. 미국은 조직의 리더가 바뀌면서 금전적인 위기가 발생할 경우, 중간 지원 조직의 기금을 받아 봉급을 유지한다든가 리더십 교육을 받는 등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조직 자체에서도 전임 리더의 노하우를 신임 리더에게 전달할 수 있도록 외부에 자문 조직을 개설하거나, 젊은 세대끼리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를 마련하는 등 다양한 해법을 활용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이런 부분에서 아직 경직돼 있는 것 같다.

헬렌=조직의 세대 교체가 자연스러운 변화의 과정이라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 오히려 아무런 대응 없이 갑자기 조직의 리더가 바뀌는 것이 더 큰 위기다. 건강한 리더 후보를 양성하려면 여러 사람이 함께 조직의 의사 결정에 참여해야 한다. 기부자나 협력단체 관계 역시 한 사람에 의해 좌우되지 않도록 사전에 대화 채널을 넓히는 것도 중요하다.

―조직 내 세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기존 리더십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인데, 모두가 그 의견에 동의할까?

헬렌=우리가 만난 한국 비영리조직의 리더는 실제로 공동대표 등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들의 목적이 개인의 리더십을 이어가는 것이 아니라, 조직이 건강한 상태로 사회적 가치를 달성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대 갈등 해결이 전적으로 기성세대의 책임이라고 보는 것은 잘못됐다. 권력을 오픈하는 것이 변화의 중요한 계기가 되는 것은 맞지만, 젊은 세대도 ‘내가 리더십에 들어서기 위해 어떤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지’ ‘조직과 직무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고민하고 표현해야 한다.

프랜시스=차세대 리더는 기존 리더의 유산을 기반으로 세워진다. “당신은 우리 세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며 대화를 단절하면 비영리조직은 세대 교체를 준비할 수 없다. 영리조직은 훨씬 전부터 새로운 시장 확보와 조직원 관리감독(Supervising)을 위해 젊은 세대의 말에 귀 기울여 왔다.

―많은 비영리 리더가 은퇴 후 조직의 미래와 개인의 삶을 걱정한다. 이들이 은퇴 후에도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면서 신진 리더들을 지지할 방법이 필요할 것 같다.

미상_사진_NPO_헬렌선희김_2015
헬렌=미국에서는 비영리조직의 원활한 리더십 세대 교체를 위해 최소 6개월에서 1년간 준비 기간을 가진다. 떠나는 리더와 새로운 리더 모두를 위한 코칭 기간이다. 애니 케이시 재단(Annie E Casey Foundation)은 이를 서포트하는 ‘경영전환관리(Executive Transition Management·ETM)’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리더와 이사진을 위한 워크숍을 개최하고 경영지원조직과 컨설턴트를 양성한다. 조직의 승계 계획을 준비·전환·성장 세 단계에 걸쳐 돕는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의 포인트는 은퇴 리더와 신임 리더뿐만 아니라 이사회, 간사, 컨설턴트, 외부 관계자까지 모두가 함께 커뮤니티로서 세대 교체 과정에 참여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이런 시스템 체계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프랜시스=미국에서는 조직을 떠난 리더가 리더십 전환 준비 과정에 있는 조직의 단기 매니징을 맡거나, 두 단체 사이에 다리를 놓아주는 일도 드물지 않다. ETM의 핵심은 조직과 개인 모두를 위한다는 점이다. 은퇴나 리더십에 대한 개인의 압박을 조직의 문제로 확산해 함께 해결하기 때문에 미래를 준비할 시간과 여유가 생긴다. 오래 머무른다고 해서 조직에 대한 걱정이 사라지진 않는다. 조직이 어떻게 이후의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지 고민하고 방법을 체계화하는 것이 먼저다.

미상_사진_NPO_세대를뛰어넘어함께일하기_2015

세대를 뛰어넘어 함게 일하기
미국의 비영리조직 구성원을 세대별로 분류, 이들이 하나의 조직 안에서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세대 갈등을 극복한 미국 비영리조직의 구체적인 사례가 제시돼있으며, ‘세대별 성취와 교훈 나누기’ ‘신뢰에 대해 이해하기’ 등 조직 구성원과 함께 해볼 수 있는 토론 과제도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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