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일)

“한국 사회의 미래 위해서 경쟁 아닌 나눔 가르쳐야”

인터뷰_ 김중곤 굿네이버스 본부장

국제구호개발 NGO 굿네이버스가 지난 1993년부터 진행해 온 세계시민교육은 세계화 시대를 살아가는 학생들이 지구촌 이웃의 삶을 이해하고 그들의 인권을 존중하는 ‘세계시민’으로 커갈 수 있도록 교육하는 프로그램이다. 학교나 가정에서 굿네이버스가 제작한 영상과 홈페이지를 통해 교육을 받는 ‘간접교육’과 전문강사가 학교로 파견돼 수업을 하는 ‘직접교육’이 있다. 지금까지 약 1500만명의 학생들이 이 교육을 통해 ‘나눔’을 배웠으며, 올해에도 226만여명의 학생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김중곤 굿네이버스 본부장
김중곤 굿네이버스 본부장

굿네이버스 사업운영본부의 김중곤 본부장은 “세계시민교육의 3가지 핵심 키워드는 이해와 존중, 협력”이라고 말했다. 이 중에서도 가장 바탕이 되는 것은 ‘이해’, 즉 상대 문화와 사람에 대한 ‘공감’이라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돈도 많고 경험도 많은 선진국의 NGO가 실패하는 이유는 ‘우리가 가르쳐줄게’ 혹은 ‘내가 많이 가지고 있으니깐 불쌍한 너희들을 도와줄게’라는 생각으로 국제협력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받는 사람의 입장에선 당연히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다.

세계시민교육의 수업을 들어보면 강사는 유독 ‘학교에 가는 것은 모든 아이의 권리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이는 김 본부장이 말한 세계시민교육의 핵심과도 일치한다. 아이들은 수업을 통해 자연스럽게 생존과 교육은 모든 아이에게 주어진 당연한 권리임을 인식하게 된다. 또한 그렇지 못한 아이들의 상황을 ‘이해’하고, 그런 당연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우리가 ‘협력’해야 한다는 것을 배운다.

그렇다면 세계시민의 자질인 ‘이해’와 ‘존중’, ‘협력’ 등을 배우는 나눔교육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 본부장은 “아동기에 형성된 행동 양식이 성인기에 패턴으로 굳어지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한국의 아동기와 청소년기에 이뤄지는 교육은 나눔보다는 경쟁을 가르치는데, 이런 교육을 받고 자란 아이들이 만드는 사회는 결국 나눔보다는 경쟁을 통한 ‘소유’가 중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본부장은 “경제발전은 빨랐지만, 시민의식은 그것을 따라가지 못하는 한국 사회의 미래를 위해서는 아이들이 더불어 사는 가치를 배워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세계시민교육은 단체인 학교를 중심으로 이뤄지지만 개인 역시 온라인(www.f5.or.kr)을 통해 참여할 수 있다. 김 본부장은 “학교와 개인이 간접교육과 직접교육 등을 받은 후 ‘희망편지 쓰기’ 대회에 참여하면 세계시민교육을 끝까지 제대로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2009년부터 시작된 희망편지 쓰기 대회는 교육을 받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그 가족이 함께 제3세계 아동에게 편지를 쓰는 것으로 아이들은 이를 통해 직접 ‘나눔’을 경험할 수 있다. 이 대회에서 선정된 우수학생과 우수 지도교사에게는 해외자원봉사의 기회도 제공된다.

김 본부장은 “세계시민교육을 통해 이루고 싶은 꿈이 두가지 있다”고 말했다. 하나는, 나누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할 수 있도록 세계시민교육이 정규 교과과정으로 편성돼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나눔’을 배우는 것이고, 또 하나는 세계시민교육을 시작으로 기부문화가 전국에 뿌리내리는 것이다. 그는 “학교에서 직접 교육을 받는 것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간접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교육용 CD를 200만개 만들었다”라며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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