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선택이 탄소중립을 결정한다
녹색전환연구소 ‘기후 전망과 전략: 10인과의 대화’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온실가스를 40%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지역 단위의 실천이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이에 따라 지난해 5월 전국 17개 광역시도는 ‘제1차 시도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제출했다. 환경부는 당시 “지역은 탄소중립 정책이 구체적으로 이행되는 공간이며,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가 탄소중립의 주체”라고 밝혔다. 이제 지방정부의 정책뿐 아니라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실천하는 ‘풀뿌리 탄소중립’이 주목받고 있다.
◇ 탄소중립 장터, 마을이 직접 운영한다
대전 대덕구 미호동에서는 마을 주민들이 직접 친환경 상품을 판매하며 에너지 전환을 실천하고 있다. 넷제로 공판장은 천연수세미, 친환경 세제, 재생에너지 교구 등을 판매하는 공간으로, 사회적협동조합 ‘에너지전환해유’가 운영을 맡고, 주민들이 함께 구상하고 이끌어가는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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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것이 바로 전국 최초로 재생에너지만 사용한 ‘RE100 술’이다. 청주 ‘하타’와 약주 ‘단상지교’는 신탄진주조 옥상 태양광과 주민 가정의 태양광에서 얻은 전력으로 양조된다. 대전시는 미호동과 신탄진 지역 LH매입임대주택에 150kW 규모의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해 전력을 공급한다. 미호동은 2023년 재생에너지를 50% 이상 사용하는 RE50+ 목표를 달성했으며, 현재 RE100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지난 25일 녹색전환연구소가 주최한 ‘기후 전망과 전략: 10인과의 대화’ 행사에서 양흥모 에너지전환해유 이사장은 “재생에너지의 가치를 직접 체험하는 것이 중요하며, 넷제로 공판장이 바로 그런 역할을 한다”며 “태양 덕분에 어르신들에게도 새로운 용돈 수단이 생겼다”고 말했다.
◇ 태양광이 연금이 되는 마을
경기도 여주시 구양리는 마을 주민들이 100% 소유한 ‘햇빛두레 태양광발전소’를 운영하며, 매월 평균 1000만 원의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1MW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는 창고, 주택 옥상, 농지 등 마을 곳곳에 분산된 태양광 패널을 연결해 하나의 발전소처럼 운영된다.
이 사업은 SK하이닉스 클러스터 조성에 따른 보상금 9억 원을 바탕으로 시작됐다. 주민들은 보상금을 활용해 농지에서 전력을 생산하는 영농형 태양광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총 사업비 16억 7000만 원 중 90%를 한국에너지공단에서 대출받고, 나머지 10%는 주민들이 분담했다. 현재는 모든 대출을 상환하고 남은 수익은 마을 복지에 사용되고 있다. 마을에는 무료 공용차량과 식당도 생겼다.
최재관 주민참여재생에너지운동본부 대표는 “지방의 고령화가 심해지는 오늘날,,마을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영농형 태양광이 지방의 기본소득 모델이 될 수 있다”며 “주민이 주인이 되면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 지방정부, 시민과 함께 변화를 만든다
광명시는 지방정부 차원에서 탄소중립을 주도적으로 실천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2018년 전국 최초로 기후위기 대응 전담부서(현 탄소중립과)를 신설하고, 기후대응기금을 조성해 2024~2028년간 50억 원을 편성했다.
시민사회와의 협력도 활발하다. 광명시는 협동조합에게 공공시설물 옥상이나 유휴부지를 임대하고, 광명시민에너지협동조합과 광명시민전력협동조합은 태양광발전소 14기를 운영하며 연간 144만 kWh의 전력을 생산, 748t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있다.
광명시는 ‘1.5℃ 기후의병’ 조직과 탄소중립 실천 포인트 제도 등 다양한 시민 참여 프로그램 운영 중이다. 박승원 광명시장은 “탄소중립의 핵심은 시민의 역동성을 키워내는 것”이라며 “지방정부가 기후정의 실현과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