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UN)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
하루 앞당긴 29일 정오 초안 개정본 발표 예정
전 세계적으로 생산되는 플라스틱의 9%만이 재활용되고, 나머지는 생태계를 위협하는 현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사회는 2022년 3월 유엔환경총회(UAEA)에서 플라스틱 오염 방지를 위한 법적 구속력 있는 협약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
정부 간 협상위원회는 같은 해 우루과이에서 첫 회의를 시작으로 총 다섯 차례 회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25일부터 부산에서 열리고 있는 제5차 협상위원회(INC-5)는 협약 초안 완성을 목표로 한다. 이번 협약은 플라스틱의 생산, 소비, 폐기 전 과정을 규제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번 협상의 핵심은 플라스틱 제품에 포함된 유해 화학물질 규제, 지속가능한 생산·소비를 위한 공급망 관리, 그리고 재정 메커니즘 구축이다. 특히, 1차 플라스틱 폴리머 감축안을 두고 각국의 입장차가 뚜렷하다.
화석연료에서 추출한 플라스틱 원료인 1차 폴리머는 석유화학 제품을 기반으로 제조되며, 생산과 분해 과정에서 유해 화학물질이 방출돼 환경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에 한국과 유럽연합(EU)이 포함된 ‘플라스틱 국제협약 우호국 연합'(HAC)은 감축에 찬성하는 반면, 사우디아라비아 주도의 ‘플라스틱 지속가능성을 위한 국제연합'(GCPS)은 재활용과 폐기물 관리에 초점을 맞춘다.
◇ 플라스틱 오염 종식, 국제협약 초안 부산서 논의… 관건은 ‘감축’
협상 첫날(25일), 루이스 바야스 발비디에소 INC-5 의장은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자주의의 힘을 발휘할 때”라며 각국의 협력을 강조했다. 잉거 안데르센 유엔환경계획(UNEP)은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결의한 유엔환경총회(UAEA) 이후 1000일째 되는 날”이라며 협상의 상징성을 역설했다. 한국 정부대표단 수석대표인 김완섭 환경부 장관은 “지구와 미래세대를 위한 수호자로서의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발비디에소 의장은 77쪽에 달하는 협약 초안을 17쪽으로 요약한 비공식 문서(논페이퍼)를 협상에 활용하기 위해 공식 문서로 채택했다.
협상 둘째 날(26일), 한국 환경부는 협상위 개최국인 5개국(한국, 우루과이, 프랑스, 케냐, 캐나다)을 초청해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논의된 내용은 발비디에소 의장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특정 플라스틱 제품에 대한 국제사회 구속력에 대한 비공식 협의가 진행됐지만 공식적인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플라스틱 생산에 사용되는 유해 화학물질 판별에 있어 보조기구 설립 내용이 언급됐지만 퇴출에 대한 내용은 제외됐다.
◇ “인권과 정의로운 전환 필요” 환경단체 목소리 커져
협상 3일 차(27일), WWF가 지지부진한 협상 속도에 일침을 가했다. 에이릭 린데뷔에르그 WWF 플라스틱 정책 책임자는 “플라스틱 전 생애주기를 포괄하는 법적 구속력 있는 국제질서를 마련해야 한다”며 “진전이 없는 협상은 협약 목표에 역행한다”고 강조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중국 등 석유화학 제품 생산국의 플라스틱 생산 규제 반대 입장이 플라스틱 오염의 피해를 보는 개발도상국의 항의를 불러왔다.
발바디에소 INC-5 의장은 28일(4일 차), 협약 초안 개정본을 예고된 토요일보다 하루 앞당겨 29일 정오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속도를 위해 핵심 조치를 약화하는 타협은 안 된다”고 경고했다.
같은 날, 환경운동연합과 지구의벗(Friends of the Earth)는 부산 벡스코 제1전시관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협약의 결단을 촉구했다. 헤만타 위트하나게 지구의벗 인터내셔널 의장은 “제 고향 스리랑카에서는 어부들이 생선보다 플라스틱을 더 많이 낚는 상황”이라며 “이번 협약은 인권을 바탕으로 정의로운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음 서울환경운동연합 자원순환팀장은 “일부 대표단이 협약에서 폴리머 관련 문구 삭제를 희망하고 있지만, 플라스틱 오염이 인권을 위협한다는 점이 명백히 밝혀진 만큼, 전체 생애주기를 규제할 수 있는 협약이 제대로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기용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