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지진 1주년
“보건소에 침대가 30개뿐인데 환자가 많을 때는 100명씩 몰립니다. 콜레라 때문에 하루에도 서너 명씩 죽어나가요. 지금은 건기라 그나마 주춤한 상태지만 곧 우기가 되고 날씨가 더워지면 콜레라가 더 번질까 걱정이에요.”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Port-au-Prince)의 빈민가 ‘시티솔레’ 지역에서 10개월째 구호활동 중인 굿네이버스 권기정(36) 지부장의 목소리에는 다급함이 묻어났다.

한국 시각으로 13일(아이티 현지 시각 12일)이면 아이티 지진이 일어난 지 딱 1주년이다. 그러나 아이티는 여전히 ‘전쟁 중’이다. 콜레라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아이티 정부는 콜레라 발생 한 달 반 만에 사망자 3400명, 감염자 15만 7300명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웃 도미니카 공화국에도 수백 명의 콜레라 감염자가 있었지만 사망자는 없었다.
아이티에 콜레라 피해가 유난히 큰 것은 지진 후 도시 재건 사업이 제대로 되지 않은 탓이다. 지진 후 복구사업이 20%도 채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권 지부장은 “마을에 상하수도가 없어 깨끗한 물을 먹을 수도 없고 하천에는 쓰레기가 고여 썩어가고 있다”며 “콜레라는 영양상태가 좋으면 걸리지 않거나 걸려도 하루 이틀 치료로 나을 수 있는 병인데 지금은 치료인력도, 손을 씻을 수 있는 물도 부족하다”라고 현지 사정을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아이티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이 줄어드는 것은 아이티 재난 구호를 한층 어렵게 하고 있다. 작년 3월 반기문 UN 사무총장의 주재로 뉴욕에서 열린 ‘아이티 재건을 위한 원조결의’에서는 전 세계 59개 나라와 국제기구들이 아이티 재건을 위해 2년간 61억7000만달러(6조9200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UN 아이티 특사 사무소(Office of the Special Envoy for Haiti)에 따르면, 그중 93%인 57억5200만달러(6조4500억원)를 담당하고 있는 24개 나라와 국제기구들은 2010년까지 지불하기로 약속한 21억달러(2조3600억원) 중 42.3%만 지원했다.(11월 기준) 한국은 정부 차원에서 1250만달러(134억6000만원)를 지원했지만 1000만달러(112억원) 이상을 지원하기로 약속한 27개국 중 지원금액수에서 26번째를 차지해, 공적원조위원회(DAC) 가입이 무색할 정도였다.
국내에서도 아이티 구호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기는 마찬가지다. 아이티 지진 직후 모금에 대한 관심은 엄청났다. 적십자사, 굿네이버스, 기아대책, 월드비전 네 개 단체의 모금액수만 합쳐도 188억원이었다. 그러나 지진이 난 후 두 달 정도 지나자 모금액도, 관심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대한적십자사 조은희(38) 대리는 “전체 모금액의 50~60%가 모금시작 후 1~2개월 안에 모인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 세계 비영리단체들은 아이티 사람들의 자립을 위한 구호사업을 벌이고 있다. 한국에서도 11개 국제구호단체가 현지에 가 있다. 기아대책 국제사업팀 김정복(31) 간사는 “장기 재건을 하려면 교육이 필수적인데, 아이티는 다른 건물에 비해서 학교가 특히 많이 붕괴됐다”라고 말했다. 기아대책은 간시에르 시로부터 무상으로 땅을 임대받아 학교를 짓고, 현지인을 학교 건설인부로 고용해 일자리를 제공하는 등 아이티 재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굿네이버스 홍보팀 윤보애(30) 대리는 “아이티 재건에는 10년 정도가 걸릴 거라고 예상하고 있다”며 “재해 후 긴급구호를 위해 거액을 일시후원하는 것도 좋지만 적은 액수라도 지속적으로 후원하는 것이 아이티를 실제적으로 돕는 길”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