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24일(화)

“사회적기업은 취약하다? 35개국서 러브콜, 53억 투자까지 받아”

사회적기업 최초 코스닥 상장 준비하는 제너럴바이오

1년 만에 손익분기점 달성
바이오 식품·화장품 등 분야 확장
미국·중남미·유럽 등 글로벌 수출

사회적기업 판로 개척 주도
유통회사 ‘지쿱’ 설립

사회적기업 최초로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인 곳으로 유명한 제너럴바이오. 지난해 12월 31일 이곳은 미래에셋벤처투자, L&S벤처캐피탈,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 SJ투자파트너스 등 국내 대표 벤처캐피털로부터 53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발표했다. 사회적기업이 전문 벤처펀드로부터 투자받은 사례는 이곳이 처음이다. 지난해 6월에는 키움증권과 업무 협약도 체결, 1500억가량의 기업 가치액을 평가받았다. 2017년 상반기를 목표로 코스닥 상장을 준비한다는 제너럴바이오의 전북 완주군 사업 현장을 찾아가봤다.

제너럴바이오는 전북 완주군에 있는 사회적기업. 취약계층 비율은 72%에 이른다. 제너럴바이오는 사회적기업으로는 최초로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다. /김경하 기자
제너럴바이오는 전북 완주군에 있는 사회적기업. 취약계층 비율은 72%에 이른다. 제너럴바이오는 사회적기업으로는 최초로 코스닥 상장을 준비 중이다. /김경하 기자

“여기 설비 투자액만 14억원이에요.” 지난달 찾은 사회적기업 제너럴바이오의 전북 완주군 연구소 반응실. 흰색 가운의 연구원들은 갈색 스포이드병을 손에 들고 분주하게 움직였다. “고부가가치 원료 개발을 이곳에서 해요. 친환경 세제 원료라든지, 건강 식품에 사용되는 원료들이요. 우리 회사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죠. 사람들이 연구소 장비 보면 ‘이걸 다 어떻게 했냐’고 물어요. 중소기업에서 이 정도 설비투자 과감하게 못하거든요.”

서정훈(42·작은 사진) 제너럴바이오 대표는 LG 계열사의 엔지니어 출신이다. 평생을 일벌레로 살다보니 아이가 천식으로 고생하는 걸 몰랐다. 공기 좋고, 물 좋은 곳이 필요했다. 2007년 회사를 그만두고 동료 한 명과 함께 먼저 완주로 내려왔다. “가족을 데리고 내려오려면 기반을 닦아놔야 했어요.” 1년간의 야전침대 생활 끝에 의약품 개발에 성공했다. 1년 만에 손익분기점을 달성했다.

◇시골에서 피어난 글로벌 사회적기업의 꿈

미상_사진_사회적기업_서정훈_2016

“시골에 와서 편해지니깐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어렸을 때부터 성당에 다니면서 봉사는 종종 해오다보니 장애인들이랑 접점이 많았어요. 근데 지방 장애인들은 진짜 혜택을 못 받는거예요. 집에서도 구박받고, 밖에서는 일자리가 없고. 젊은 장애인들이 술만 먹는거예요. 이거 안되겠다, 싶었어요.”

원료 사업을 하려던 초기 사업 방향도 바꿨다.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일감이 필요했다. 먼저 친환경 생활제품 개발을 시작했다. 비장애인은 주로 제품 개발과 경영을 맡고, 장애인은 공장에서 제조 및 포장 작업을 담당했다. 직원 두 명으로 시작했던 제너럴바이오의 현재 구성원은 45명. 이 가운데 중증 장애인이 12명으로 취약 계층 비율은 72%에 이른다. 연구직은 9명으로 구성원의 20%. 이들은 다른 사회적기업들의 제품 개발도 돕는다.

제너럴바이오의 대표 상품은 허브 식물에서 추출한 천연 물질로 만든 친환경 세제. 이 세제는 코코넛 오일과 쌀겨·허브 등을 섞어 만든 것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무독성 인증도 받았다. 하루 생산량만 2400~2500개. 유명 글로벌 유통업체 C사에도 납품하고 있다. 지금은 생활 제품뿐만 아니라 기능성 화장품, 바이오 식품 분야로 확장하고 있다. 수출국만 미국, 말레이시아, 중남미, 유럽 등 35곳에 달한다. 주름살 개선용 화장품인 리프팅겔은 독일의 유명 화장품 업체인 클랍 코스메틱사에서 사용한다. 지난해 클랍 납품액만 3억원 정도. “판로를 뚫으려고 3년 동안 공을 들였죠. 이제 독일 피부숍 가면 한국 제품으로 시술받는다고 보면 돼요.”

지역에서 나는 원료를 사들여 제품을 개발하는 것은 경영 원칙 중 하나다. 이렇게 번 돈으로 지역 사람을 고용하고, 지역 복지 시설에 기부도 한다. 2013년에는 인삼, 칼랑코에 등의 원료를 지역 내에서 조달했다. 지난 2011년부터 정부로부터 받은 사회적기업 지원금도 주택관리공단에 장학금으로 기부했다. 작년에는 글로벌 사회적기업 인증인 ‘B코퍼레이션(B Corp· Benefit Corporation)’ 인증도 받았다. 한국의 사회적기업 중 가장 높은 점수(162점)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 1만4000여 개 업체 중 7위에 랭크됐다.

◇공정다단계 회사 만들어, 사회적기업 물품 판로 개척까지…

연구소에서 30분을 차로 달려 공장이 있는 본사에 도착했다. 사무실 한쪽에는 화장품, 세제뿐만 아니라 비누, 커피 등 다양한 상품이 진열돼 있었다. “이 비누는 누야하우스에서 만든 유황 비누예요. 사회적기업 누야하우스 알죠? (누야하우스는 중증 장애인이 천연비누·화장품 등을 만드는 사회적기업이다.) 저희가 유황 온천수의 45배 이상 유황 성분이 첨가된 원료를 개발하고, 누야하우스에서는 이 비누를 OEM(주문 제작 방식)으로 만들어내는 거예요. 그리고 이 제품까지 우리가 팔아줍니다.”

서 대표의 목소리에 한층 힘이 들어갔다. 서 대표가 요즘 주력하고 있는 것은 사회적기업 물품의 판로 개척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공정 다단계 유통회사’를 표방하는 지쿱(G-coop)을 설립했다. 누야하우스에서 만들어낸 비누도 지쿱을 통해 판매된다. 지난달 초 서울 삼성동에서 열린 ‘지쿱 그랜드 오픈’ 행사에는 1000여명의 사업자 및 관계자가 모였다. “현재 소비자들은 ‘사회적기업 물품’이라고 하면 기부한다는 생각으로 사요. 그런데 물품으로 승부하지 않으면 결국엔 망해요. 좋은 상품을 만들어낸 다음에는 강력한 유통망이 필요합니다. 사회적기업 물품은 스토리가 있고, 정직한 상품이기에 구전(口傳) 효과가 다른 것보다도 커요. 사실 저희는 세제를 파는 것이 아니라 친환경을 파니깐요.” 지쿱에서는 사회적 경제 물품을 90% 판매하는 것이 원칙이다. 누야하우스처럼 외부에 생산을 맡겨도 제조원은 ‘제너럴바이오’로 표기한다. 제품에 문제가 생기면 제너럴바이오가 책임진다는 의미다.

최근 전문 벤처펀드로부터 투자를 받은 것과 관련, “사회적기업이라고 투자를 꺼리지는 않았냐”고 물었다. “사회적기업은 잉여금의 3분의 1까지만 배당이 가능하다는 조항 때문에 말이 많았죠. 근데 그만큼이나 배당하는 기업이 어딨어요? 한국 기업들 리스트를 쫙 뽑아서 ‘그 어디도 30%나 배당하는 기업은 없습니다’ 그랬죠.” 서 대표는 “사회적기업이 자금을 확보하고 투자자는 투자금을 회수할 출구(exit) 모델이 전혀 없는 상황”이라면서 “앞으로 후배 사회적기업가들이 성장할 수 있는 하나의 성공 모델이 되기 위해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서 대표의 또 다른 목표는 제너럴바이오가 인도의 타타그룹과 같은 모델이 되는 것이다. 타타그룹은 철강·자동차·금융·유통·호텔·정보기술(IT) 등 7개 분야에 114개 계열사를 거느리는 인도 최대 재벌이다. 하지만, 타타그룹의 지주회사인 타타선즈(Tata Sons)의 주식 66%는 타타재단이 가지고 있다. 또한 타타그룹은 매년 1억달러(약 1216억원) 이상을 자선 단체에 기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국민들은 “타타그룹의 물건을 사는 것이 아깝지 않다”고 말한다.

“재작년에 인도 출장을 갔다가 타타재단 이야기를 현지인한테 들었어요. 정말 너무 멋있지 않나요? 이후에는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재단을 꼭 만들거예요.”

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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