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4일(수)

“3분 걸었더니 보행 문제점 한눈에” 파리올림픽 선수 20명 사용한 ‘피츠인솔’

[인터뷰] 채경훈 알키메이커 대표

“이 정도면 운동이 시급한데요? 서 있을 때 좌우 발 압력 분포도의 차이가 10% 정도 나요. 왼쪽에 압력의 중심이 더 쏠려 있어요. 골반이 틀어져 있거나, 다리 길이가 다를 수 있어요. 걸을 때 발뒤꿈치 수치를 보면, 뒤꿈치 힘이 안쪽으로 많이 쏠리네요. 발목 부상 확률이 높죠. 신발 중에 뒤가 단단한 걸 신으셔야 해요. 발목을 잡아주는 신발이요.”

피츠인솔 ‘부상 예측 보행 분석 서비스’로 측정한 기자의 보행 패턴. /알키메이커

기자가 파란색 매트 위에서 한 3분 걸었나. 몸의 앞뒤 좌우 균형부터 보행 패턴으로 인한 부상 가능성까지, 순식간에 30여 개의 측정 결과가 나왔다. 이를 바탕으로 뒤꿈치 안쪽을 단단하게 설계하고, 발목 부상을 예방할 ‘패드’를 깊게 넣은 인솔(insole·깔창)을 제작해야 한다는 제안까지 받았다.

걷거나 뛰는 ‘동적 데이터’로 ‘맞춤 깔창’ 제작

이는 (주)알키메이커의 브랜드인 ‘피츠인솔’의 ‘부상 예측 보행 분석 서비스’로 측정된 데이터다. 피츠인솔을 이용하면, 걷거나 뛸 때 발바닥의 압력 크기와 압력이 이동하는 방향 등을 측정해 개별 맞춤 깔창을 제작할 수 있다.

채경훈 알키메이커 대표는 “피츠인솔을 통해서 보행장애를 겪고 있는 많은 운동취약계층을 돕고, 일자리 창출도 이뤄지길 꿈꾸고 있다”고 말했다. /조유현 기자

지난 2017년 9월 설립된 알키메이커는 채경훈 대표가 LG이노텍과 LG전자 등에서 10여 년 동안 근무하다 퇴사 후 “하고 싶은 거 하자”며 시작한 사업이다. 회사 재직 시절, 3D프린팅 응용제품을 공동으로 개발한 벨기에 기업 ‘머티리얼라이즈’와의 인연이 창업 아이템이 됐다. 해당 기업과 2017년 계약을 맺고, 부상예측 보행 분석 기술과 기기를 구매했다.

기존 깔창이 정적인 상태에서 발 형태를 측정한다면, 피츠인솔은 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작된다. 측정 기기에는 1만2000개의 센서가 탑재돼 1000분의 5초 단위로 보행패턴을 분석할 수 있다. 걷거나 뛸 때 발바닥 위치별 압력과 힘의 크기 분포, 압력의 이동 경로 등 33가지의 측정 결과가 나온다.

이렇게 측정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자의 보행 패턴을 정상치로 바꾸는 깔창을 제작한다. 3D프린팅 기법으로 인솔을 제작할 때, 위치마다 다섯 단계로 탄력성을 조절할 수 있는데, 압력이 과하게 많이 들어가는 곳은 단단하게 만들어서 체중이 실리는 것을 막는 방식이다. 예로, ‘오다리’를 가진 이들은 대부분 압력의 이동 방향이 바깥쪽으로 향하는데, 이를 안으로 향할 수 있게 하는 바깥쪽 깔창을 더 단단하게 제작하는 것이다.

현재 25개의 병·의원에 피츠인솔의 보행 분석 시스템이 보급됐으며, 1만 건 이상의 보행 분석 데이터가 쌓였다. 또 5000여 명의 고객이 피츠인솔을 사용 중이고, 이 중 40%가 기존 고객의 ‘추천’을 받아 사용자로 입문했다.

주 소비자 중 22%가 운동선수인 점도 주목할 만하다. SBS 예능프로그램 ‘골때녀’ 출신인 오범석 감독과 표승주 배구선수 등이 SNS를 통해 먼저 연락이 온 게 시작이었다. 이후 입소문이 퍼지면서 펜싱, 역도, 피겨스케이팅, 배구 등 다양한 종목의 선수들이 피츠인솔을 사용 중이다. 이번 파리올림픽 국가대표로 출전한 펜싱 오상욱, 도경동 선수, 유도 안바울 선수, 배드민턴 서승재, 채유정 선수 등 20여 명의 선수도 피츠인솔 사용자다.

정관장 레드스파크스 소속의 김채나 배구선수가 인솔 제작을 위해 보행 패턴을 측정하고 있다. /피츠인솔

“보행 분석 데이터로 시각장애인 부상·노인 질환 예방이 목표”

채 대표는 최근 인솔 제작을 넘어 “보행 분석 데이터를 활용해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는 꿈도 생겼다. 최근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맞춤 인솔 제작을 준비 중이다. 이는 지난 2022년 지인의 요청으로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서울시립노원시각장애인복지관 등 네 기관과 협업해 시각장애인 50여 명의 보행 패턴을 측정했던 게 계기가 됐다. 이때 시각장애인 대다수가 앞이 보이지 않아 종종걸음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채 대표는 “일반인이 걸을 때 뒤꿈치가 바닥에 닿아있는 시간 분포도 평균이 60% 정도인데, 시각장애인은 평균이 80%였다”며 “이렇게 보행할 경우 발목 부상과 허리 통증 등을 유발하기 때문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보급형 인솔 개발을 계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보급형 인솔은 현 인솔 가격(45만원)의 절반까지 낮출 예정이다. 3D프린팅 기술이 아닌 앞발 패드를 깎아 넣는 방식 등의 방법을 구상하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피츠인솔 매장에 전시된 인솔. /조유현 기자

노인 질환 및 운동선수들의 부상 예방 등에 기여하고 싶은 목표도 있다. 보행 장애가 증상으로 나타는 치매나 파킨슨병 같은 뇌질환자의 데이터가 확보되면, 비슷한 보행 패턴을 보이기 시작하는 이들에 병원 치료를 권하거나 예방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채 대표는 “지자체별 보건소 등 공공기관에서 피츠인솔의 서비스로 65세 이상 고령자들의 보행을 정기적으로 측정하면 좋겠다”며 “데이터를 기반으로 질환을 예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꾸준히 성장 중인 피츠인솔은 최근 경기도사회적경제원 ‘임팩트프랜차이즈’ 사업에 선정되면서 본격적으로 가맹 사업도 준비 중이다. ‘임팩트프랜차이즈’는 임팩트유니콘(연간 매출 100억원 이상 또는 기업가치 500억원 이상 사회적경제기업)이 될 수 있는 성공모델 후보군 12개를 선발해 빠른 성장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난 6월 최종 6개 기업이 선발됐는데, 알키메이커도 그중 하나다.

“은퇴선수를 가맹점주로 한 스포츠 종목별 전문 운동센터를 계획 중입니다. 종목별 은퇴선수들이 현역선수의 보행을 분석하고, 맞춤 인솔을 제작하며, 종목별 전문 운동 방안을 제공하는 겁니다. 피츠인솔을 통해서 보행장애를 겪고 있는 많은 운동 취약계층을 도울 수 있길 기대합니다.”

조유현 더나은미래 기자 oil_lin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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