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AI 혁명 시대에 살고 있다. 2022년 말 ChatGPT가 세상에 공개되고 사람들은 AI가 인터넷과 모바일 다음의 커다란 혁명이라고 믿기 시작했다. 2023년 약 436조 원의 VC 투자금 가운데, 분야별 투자금 총액을 분류했을 때 가장 많이 투자된 분야는 Gen AI(29조 원), 그다음으로는 Gen AI model maker(21조 원), 그리고 Gen AI applications(9조 원)이다(DealRoom). AI와 관련된 반도체, 자율주행차, 신약 개발 등의 산업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훨씬 방대해진다.
초기의 과열되었던 AI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다소 진정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AI는 미래의 핵심 산업으로 평가되며 그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기술 발전은 우리에게 번영을 가져다주었다. 농업 혁명이 그러했고, 18세기 증기 기관의 발명이, 19세기 전기와 전화의 발명이, 20세기 컴퓨터와 인터넷의 발명이, 21세기 모바일과 AI의 발명이 그러했다.
어두운 이면도 있다. AI의 발전으로 일자리 감소와 사회적 불평등 심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고,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기후 위기 대응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AI와 데이터센터, 암호화폐 분야 전 세계 전력 소비량은 2022년 기준 약 460TWh였는데 2026년에는 1000TWh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이는 우리나라의 한 해 전체 전력 소비량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
역사적으로 기술 발전에 따른 번영엔 어두운 이면은 늘 있어왔다. 농업혁명 때에는 노예 제도가, 산업혁명 때에는 노동 착취가 있었고, 갈수록 커져가는 빈부 격차와 공해와 같은 환경 오염 문제 등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현재 마주한 문제들은 번영 뒤 늘 있어왔던 어두운 이면이라고만 하기엔 훨씬 더 큰 위기감을 느끼게 한다.
마치 기술 발전의 축적이 어느 임계점에 다다르면 기술 혁명이 일어나는 것처럼, 복잡한 사회문제들의 축적이 어느 임계점을 넘어 돌이킬 수 없을 지경이 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에서다. 기후위기는 몇 년 전부터 인가 우리도 일상에서 피부로 느끼고 있기에 더 이상 많은 설명이 필요 없어졌다.
얼마 전 세계기상기구(WMO) 발표에 따르면, 앞으로 5년 안에 지구 기온 상승 폭이 1.5도를 돌파할 가능성이 80%에 달한다고 한다. 1.5도는 비가역적(원래 상태로 돌아올 수 없는)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기온 상승 마지노선이다. 그 마지노선을 5년 안에 넘길 가능성이 80%에 달한다는 것이고, 그 가능성은 매해 증가하고 있다.
기후위기 뿐일까? 한국은 지방소멸, 높은 자살률, 저출산 등의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인구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지방도시는 소멸되고 청년들은 서울에 몰리며, 자살률은 갈수록 높아지고 출산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그 기저에는 한국의 교육 시스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 등이 있지만, 이 문제들은 크게 개선되고 있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한국의 인구위기는 비가역적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임계점까지 몇 년의 시간이 남아 있을까?
이러한 위기들 가운데 기회도 있다. 아니, 기회가 정말 크다. 필자는 글로벌 기후위기와 한국의 인구위기 해결에 큰 관심을 가지고,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에서 심사역으로 일하며 기후테크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고,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의 Global Shapers Community에서 활동하며 지방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지방특별시 포럼’을 주최하고 있다.
앞으로 ‘임팩트로의 초대’ 연재를 통해 세상의 문제에 자본과 사람을 연결하는 고민의 과정에서 목격하는 흥미로운 기회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는 그간 축적해온 기술과 번영을 활용해 이 위기들을 극복해야 할 것이며,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는 위기에 맞서 지속가능성을 위한 진화를 거듭할 것이다. 그에 따라, 금융, 산업, 교육 등 우리 사회 주요 시스템 전반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다. 이는 그간의 기술 혁명들보다 더 크고 보다 근본적인 변화로, 이 변화를 이끄는 주체들에겐 기술 혁명 때 못지않은 큰 기회들이 따라올 것이다. 우리는 위기이자 동시에 기회이기도 한 ‘지속가능성 혁명’ 시대에 살고 있다.
이 지속가능성 혁명에 더 많은 동료들을 초대하고 싶다. 위기 극복을 위해선 더 많은 젊고 똑똑한 동료들이 필요하다. 명분으로만 초대하는 것이 아니다. 커다란 기회가 있으며, 그 여정에는 여러 기쁨도 있다. 함께하는 여정에는 더 큰 기쁨이 있을 것이다. 여러분을 임팩트로의 여정에 초대한다.
정원식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 심사역
필자 소개 KAIST 물리학 학사, KAIST K-School에서 기술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대학원 과정 중 프랑스 그랑제꼴 Polytechnique와 HEC의 기업가정신 공동 석사 과정을 수료했습니다. 학부생 시절, 도서산간 지역의 교육 문제를 해결하는 비영리단체 ‘여행하는 선생님들’을 설립하기도 했습니다. 디쓰리쥬빌리파트너스에서 투자심사역으로 일하며 기후 테크 스타트업에 활발히 투자하고 있으며,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의 2030 소셜임팩트 리더십 이니셔티브인 Global Shapers Community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기후 위기와 한국의 인구 위기와 같은 세상의 문제에 돈과 사람을 연결하는 것을 고민하며, 이를 임팩트 투자와 임팩트 커뮤니티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