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일)

오픈율 80%… 작지만 강한 ‘십시일방’의 뉴스레터

후원자 사로잡는 비영리 뉴스레터의 비밀<1>

기부자와의 ‘소통’이 더 중요해졌다. 지난해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기부하지 않은 이유로 ‘경제적 여유가 없으므로(46.2%)’ 다음으로 가장 많이 꼽힌 것은 ‘기부에 관심이 없어서(35.2%)’, ‘기부단체 등 불신(10.9%)’ 순이었다.

자원이 부족한 작은 비영리 조직일수록, 기부자 커뮤니케이션도 부담이다. 돌파구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뉴스레터’라는 창구를 통해 새로운 기부자도 발굴하고, ‘찐팬’까지 만드는 강소 비영리단체들이 있다. 자립준비청년에게 주거와 교육을 제공하는 ‘십시일방’, 지역사회 교육 격차 문제를 해결하는 ‘점프’, 위기 가정의 임신과 출산, 자립을 지원하는 ‘비투비’다. 이들은 “각 단체의 서사를 담은 이야기를 통해 (잠재) 후원자와 소통한다”며 비결을 전했다.

◇ 영세한 소규모 조직의 한계를 넘은 십시일방 ‘이호영이 보낸 편지’

“기부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문제 해결’보다는 ‘삶의 이야기’에 더 관심이 있을 수도 있어요. 감동적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마음이 움직여 기부하게 되는 거죠.” (이호영 십시일방 대표)

이호영 십시일방 대표는 지난 3월, 지원 대상자인 자립준비청년(‘방친’)이 임신 사실을 알렸다는 내용의 뉴스레터를 보냈다. 뉴스레터의 제목은 ‘십시일방에 새로운 생명이 찾아옵니다!’. 이 대표는 뉴스레터를 통해 “이것은 죄송할 일이 아니며 축하를 받아야 할 일”이라며 후원자의 축하 메시지가 진심임을 전하기 위해 산후조리원 비용을 위한 별도의 기금을 마련했다.

/십시일방 ‘이호영이 보낸 편지’ 갈무리

뉴스레터 내 입금확인증 사진도 첨부하면서, “이 모든 노력을 가능하게 만들어주신 기부자님들께 다시 한번 고개숙여 감사드린다”며 인사를 전했다. 해당 뉴스레터에는 5명이 답장을 보냈다. 엄마가 된 ‘방친’을 돕고 싶다며 후원금을 보내달라는 내용이었다.

2022년 설립된 ‘십시일방’은 자립준비청년에게 보증금과 월세를 비롯해 자립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사회적협동조합이다. 2명의 직원과 1명의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소규모 조직이다. 십시일방이 뉴스레터를 보내기 시작한 이유도 “조직이 영세해서”였다. 2022년 9월부터 ‘이호영이 보낸 편지’라는 이름으로 뉴스레터를 보낸다.

이 대표는 디자인을 할 줄 몰라 ‘줄글’을 택했다. 뉴스레터를 쓰는 데 걸리는 시간은 3시간 남짓. 어떤 내용을 보낼지는 일주일 내내 고민한다. ‘줄글만으로는 부족하지 않을까’ 생각한 것도 잠시, 구독자의 반응은 고무적이었다. 아직 규모가 작긴 하지만, 100여 명이 받아보는 ‘이호영이 보낸 편지’의 오픈율은 무려 80%에 달한다. 구독자의 97%가 읽은 메일도 있었다. 뉴스레터 제작 플랫폼 스티비의 ‘2023 이메일 마케팅 리포트’에 따르면, 회사 및 단체에서 보내는 뉴스레터의 평균 오픈율은 14.6%이다.

이호영 십시일방 대표와 십시일방의 지원 대상자인 자립준비청년 ‘방친’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십시일방

◇ ‘솔직한 스토리’로 승부하며, 기부자에겐 대리만족을

이 대표가 꼽은 높은 오픈율의 비결은 ‘거침없는 솔직함’이었다. 그는 “진심을 다해 가감 없이 내 생각을 전달한다”며 “고민과 인간적인 괴로움 또는 기쁨, 지원 대상자를 향해 느낀 감정까지 표현한다”고 말했다. 정돈된 내용보다는 감정에 가까운 내용을 전한다는 것. 이 대표는 “직접 현장을 눈으로 본 뒤 전달하기 때문에 ‘진실에 가까운 글’을 쓸 수 있다”며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하는 한 인간으로의 고민을 비롯해 실패와 과정의 이야기를 나누며 기부자가 대리만족할 수 있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솔직한 이야기를 담은 뉴스레터는 그 이름처럼 ‘편지’가 됐다. 이 대표는 “애인에게 편지를 보내듯 쓴다”며 “대형 비영리 단체의 뉴스레터는 공지를 받는 느낌이라면, 십시일방의 뉴스레터는 개인적인 편지 느낌”이라고 말했다.

십시일방의 뉴스레터는 이 대표의 ‘성장기’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자립준비청년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모르는 게 더 많아 좌충우돌하곤 했는데 이 과정을 모두 공유했다”면서 “뉴스레터를 통해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고, 후원자의 도움으로 해결된 결과도 공유한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사회문제 자체를 분석하기보다는 ‘스토리텔링’과 ‘서사’에 집중한다. 이 대표는 “기존 기부자가 뉴스레터를 읽고 감동받아 지인에게 전달해 신규 기부자가 생기기도 하고, 자신의 SNS에 공유해도 되냐고 묻는 분들도 있다”며 “뉴스레터를 모아 책으로 냈으면 좋겠다고 해주신 분도 있다”고 전했다.

“기부자는 기부금을 통해 일종의 ‘이야기’를 산다고 생각해요.”

이 대표는 기부를 통해 ‘기부자가 어떤 일에 동참하고 어떤 변화를 만들었는지’ 주변에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부할 만한 사람들은 이미 다 기부하고 있다”며 “기부에 관심 없는 사람들을 새로운 모금 시장으로 고려한다면, 그들은 ‘사회문제’보다 ‘문제를 해결하는 스토리’에 끌린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 kyuriou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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