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아동권리 NGO 세이브더칠드런과 서울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가 ‘2024 한국 아동 삶의 질’ 연구 결과를 발표한다.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17개 시도 중 대도시와 중소도시·농어촌 지역 순위의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다. 사회서비스, 환경 등 지역사회의 인프라 격차가 아동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연구팀은 지난해 4월부터 5월까지 전국 17개 시도 초등학교 3·5학년과 중학교 1학년 각 2천5백 명과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아동 삶의 질 지수(CWBI, Child Well-Being Index)를 도출해 시도 간 격차와 변화추이를 분석했다. 아동 삶의 질 지수는 건강, 주관적 행복감, 아동의 관계, 물질적 상황, 위험과 안전, 교육환경, 주거환경, 바람직한 인성 등 8개 영역, 43개 지표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산출된다.
한국 아동의 삶의 질은 부산, 대구, 광주, 울산 등 대도시 지역과 경북, 전남, 강원, 전북, 충남 등 중소도시·농어촌 지역 간의 격차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특히 대도시와 인접 도 지역 순위 양극화 현상이 유지되고, 상위권과 평균의 격차보다 하위권과 평균의 격차가 더 크게 나타났다.
자세히 살펴보면 아동 삶의 질 종합 순위는 CWBI 117.38을 기록한 부산이 가장 높았다. 이어 세종 (116.40), 대구(110.92), 광주(109.43), 울산(106.79)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위였던 부산은 건강과 아동의 관계, 주거환경 등 3개 영역에서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1위에 올랐다. 세종의 경우, 교육과 물질적 상황, 바람직한 인성 등 3개 영역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반면, 충남의 CWBI는 82.24로 가장 낮았으며, 전북(85.67), 강원(91.90), 전남(92.23)이 뒤를 잇는 등 도지역은 8개 영역 대부분에서 낮은 수치를 보이며 하위권에 머물렀다.
2012년부터 2023년까지의 아동 삶의 질 지역별 현황 및 추이에 따르면, 세종과 부산 등 대부분의 대도시는 큰 변화 없이 삶의 질의 상위권에 머물렀다. 하지만 지난 1차 연구에서 1위였던 대전이 10위로 하락하고 10위였던 광주는 4위로 상승하는 등 지역 간의 격차도 점차 커졌다. 연구진은 지리적 위치가 가깝더라도 대도시와 도지역의 차이가 확대되고 있어 지역별 사회지표나 사회서비스 현황 등 지역사회에서 제공하는 사회서비스 인프라 격차가 아동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아동의 낮은 삶의 질이 인구 유출 또는 출생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 영향을 미쳐 저출생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교통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김선숙 교수는 “저출생 시대에 아동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지역 간 편차를 분석하고, 지역별 특성과 아동의 요구를 반영한 맞춤형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아동권리 실현을 위한 법률적 근거가 되는 아동기본법을 제정해 유엔아동권리협약을 성실히 이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한, 이번 연구에서는 일상적 삶의 환경 속에서 아동 삶의 질을 함께 살펴봤다. 아동·청소년 관련 인프라가 부족한 인구소멸지역의 전반적인 주관적 웰빙 수준은 낮지 않았음에도 지역사회의 안전과 놀이 환경 부족이 일관되게 나타났다. 연구진은 지방자치에 따른 사회복지 격차가 실재하고 있으며, 이는 지역인구감소 및 인구소멸위험과 연관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유민상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역사회 환경은 아동 삶의 질과 밀접한 영향이 있기 때문에 지자체 간 법률적, 정책적 간극을 줄일 수 있는 정책 지원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지역사회 개선을 위해 아동·청소년의 인식과 경험을 파악하고 이들의 목소리를 제도화할 수 있는 체계적 실행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전체 연구 결과는 3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리는 ‘아동 삶의 질과 지역격차 대응방안 심포지엄’에서 공개된다. 이번 심포지엄은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 서울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와 공동 주최한다. 2024 한국 아동의 삶의 질 연구를 바탕으로 지역 간의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한 국가와 사회의 역할을 모색한다. 또한 아동의 삶의 질을 종합적으로 향상하는 방법을 모색함으로써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방안을 논의한다. 연구 결과보고서는 세이브더칠드런 홈페이지에 게시될 예정이다.
이봉주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는 저출생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사회복지 패러다임인 포용적 성장이 중요하다“면서 ”지역 간 격차를 줄이기 위한 기회의 평등을 제고해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고, 아동에 대한 지원을 늘려 아동친화적 사회를 만드는 것이 저출생 정책의 핵심이 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yevi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