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英 아동 보호 체계
우리나라보다 40년 먼저 아동학대 예방 및 치료에 관한 법률을 제정한 미국은 일찍부터 공공과 민간의 역할을 명확히 분담했다. 모든 학대 신고 접수·현장 조사·학대 여부 판정은 아동학대 관련 공공기관인 ‘아동보호국(CPS· Child Protective Service)’에서 이뤄지고, 가족 상담 및 치료 서비스는 민간 아동보호 전문기관이 담당한다. 아동보호국을 통해 전체 신고 640만건 중 학대가 아닌 사례 61%가 걸러질 정도로(2013년 기준) 불필요한 현장 조사가 확연히 줄었다.
학대 판정을 받은 부모들이 상담 및 치료를 거부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차등적 대응 시스템(Differential Response System)’을 마련한 것도 큰 특징이다. 학대 판정 시 사례별로 위험성을 진단해 ‘전통적 조사 방식(조사 및 법원 개입)’과 ‘대안적 방식(가족 서비스 중심)’ 등 두 가지 경로로 나누어진다. 후자에 배정된 가족들은 가정 돌봄·복지 서비스·병원 진료·상담·취업 알선·교육 등 다양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해당 가족이 2주 안에 서비스를 다시 받는 비율이 높아졌고, 서비스를 받은 가족들의 학대 재신고율도 현저히 줄었다.
영국은 각 지자체의 사회아동돌봄부서가 아동학대 조사 및 서비스를 총괄하는 구조다. 경찰·병원·사회복지기관 등 다양한 기관들과 주기적으로 아동보호 회의를 한다. 아동보호 전략이 세워지면, 사례별로 이를 수행할 핵심 전문가와 가족 집단을 구성하고 모니터링한다. 지자체의 사회복지사가 아동에 대한 조사 및 서비스 전반을 결정하고, 각 서비스 기관들은 지자체의 요청에 협력하는 통합 시스템이 특징이다. 김기현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초창기 민간 아동보호 전문기관이 현장 조사와 서비스를 전담하다가 한계에 부딪혀 공공과 민간의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한 미국처럼 우리나라도 곧 아동보호 체계를 개선해야 할 시점이 올 것”이라면서 “학대 위험도와 긴급성에 따라 공공과 민간의 역할을 나누고, 가족 서비스 기능의 다양성·전문성을 높이는 등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