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토)

기업 밸류업 공시 가이드라인 시행…ESG 자체평가도 핵심요소 [이 달의 ESG]

비재무지표 中 지배구조 중요해…환경과 사회적 책임은 언급만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인 ‘기업가치 제고 계획 가이드라인’이 27일부터 시행됐다. 밸류업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상장사가 공시해야 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기업 지배구조 또한 주요 공시 항목으로 꼽혔다.

올해 2월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국내 증시 저평가 현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한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 계획을 발표했다. 상장사가 자율적으로 기업 가치를 높일 방안을 공시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골자다. 지난 2일, 한국거래소는 기업들이 무엇을 공시에 담아야 하는지 안내하는 지침의 초안을 발표했고 24일 최종안을 확정했다.

기업가치 제고계획 가이드라인(안)의 핵심 원칙은 ▲자율성 ▲미래지향성 ▲종합성 ▲선택과 집중 가능성 ▲이사회 책임 등 5가지다. ‘기업 개요-현황 진단-목표 설정-계획 수립-이행 평가-소통’ 등 여섯 단계의 작성 순서도 제시했다. 그중 기업 현황을 파악해 개선 사항을 도출하는 현황 진단 항목에서 ‘비재무지표’ 부문은 지배구조에 주목한다. 지금까지 한국 기업의 불투명한 지배구조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지목되곤 했다.

비재무지표의 핵심은 지배구조

비재무지표가 중·장기적인 기업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지배구조 진단은 중요하다. 지배구조 지표가 주로 다뤄야 할 사항은 주주의사 반영, 이사회의 책임성, 감사의 독립성이다. 지배구조는 재무지표와 달리 추상적인 요소이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정해진 분석 지표가 없다. 기업가치 제고와 연관성이 높다고 판단하는 지표를 선정해 평가해야 한다. 한국거래소의 ‘기업지배구조보고서’는 활용하기 좋은 참고 지표다.

기업이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실행한 노력이 있다면 이를 함께 공시하면 된다. 예시로는 ▲이사회 업무 지원을 위한 전담 조직 설치 ▲총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전자투표 실시 ▲감사위원회 역량 강화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 마련 ▲계열회사 간 내부거래를 점검하는 사외이사로 구성된 위원회 설치 등이 있다.

비재무지표에서 ESG 중 G(지배구조)를 자세히 안내하는 것에 비해 나머지 E(환경)와 S(사회적 책임)의 비중은 거의 없다. ‘기업의 특성에 따라서는 탄소배출 등 환경 관련 지표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 관련 내용이 중·장기 기업가치 판단에 중요한 경우도 있다’며 ‘해당 경우 관련 지표를 선정할 수 있다’고 언급할 뿐이다. 일각에서는 기후 위기 대응이 기업에게 중요해진 시점에서 환경 관련 지표 안내가 빠진 것이 아쉽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거래소 연 1회 공시 권장… 인센티브는 아직 물음표

이번 밸류업 프로그램은 자율성에 맡긴다. 한국거래소는 연 1회 등 주기적으로 공시하는 것을 권장한다. 강제성이 없는 만큼 기업의 참여를 높이기 위해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방향성만 제시했을 뿐, 세제 지원 등 구체적인 지원방향은 미정이다.

금융당국은 참여 기업 목표설정의 적절성, 계획수립의 충실도, 이행 및 주주와의 소통 노력 등을 종합 평가해 ‘기업 밸류업 표창’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세정지원, ‘코리아 밸류업 지수’ 편입 우대 등 혜택을 언급했다. 세정지원의 예시로는 모범납세자 선정 우대, 법인세 공제·감면 컨설팅 우대 등이 있다.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밸류업 프로그램의 확산을 위해 기업들에 제공하는 인센티브의 추가적 확대를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밸류업 1호 공시 회사는 KB금융이다. KB금융은 27일 오전 한국거래소 기업공시 채널 사이트인 KIND에 ‘기업가치 제고 계획 예고’를 안내 공시했다. 공시에는 “당사는 이사회와 함께 ‘KB의 지속가능한 밸류업 방안’을 논의해 왔으며, 이를 토대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마련하여 2024년 4분기 중 공시할 예정”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채예빈 더나은미래 기자 yevi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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