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시행, ESG 리스크 본격 관리해야

2023 ESG 리스크 사건 읽기 <1>

‘사회(S)’ 리스크 대비 중요성 커져
ESG 리스크 기업 손실, 평균 750만 달러

2023년은 경기침체, 무역장벽 등 기업 환경의 변화로 인해 ESG 무용론도 대두됐던 시기였다. 하지만 여전히 기후공시 법제화 등 글로벌에서는 “ESG는 이제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기도 하다. 트리플라잇 이슈&임팩트 데이터연구소 IM.Lab에서 발표한 2023 하반기 ESG 뉴스 데이터 분석 자료에 따르면, 환경(E) 관련 뉴스 비율은 줄어드는 반면 사회(S) 관련 뉴스 비율은 증가세다. 2022년 상반기 ESG 뉴스 중 환경(E) 관련 뉴스 비율은 42.4%에서 2023년 하반기 35%로 감소했으며, 사회(S) 관련 뉴스 비율은 31.2%에서 41.8%로 높아졌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ESG 중 ‘사회(S)’ 요소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는 흐름이다. 2022년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는 기후변화에 이어 생물다양성, 인권문제, 그리고 특히 인적자본을 차기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의 주요 아젠다로 선정했다. 지난해 9월,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 산하 투자자자문위원회(IAC)는 SEC 측에 노동 비용, 보상(임금, 복리후생 등), 직원 수, 이직률 등 인적자본에 대한 정보를 공시할 것을 제안했다.

ESG 리스크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CSR)에 대한 부정적 뉴스가 기업 평판을 끌어내리기도 한다. 스위스 제네바대 필립 크루거 교수가 부정적인 CSR 뉴스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해당 뉴스가 발표됐을 때 기업이 입은 손실이 평균 750만 달러에 달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더나은미래는 2024년 신년 특집으로, 지난해 기업의 사건사고 속 사회(S) 리스크 관련 사건을 짚어보며 ESG의 흐름을 전망해본다.

부실시공, 건설 카르텔 … 산업 안전 여전히 빨간불

인천시 서구 검단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 현장. /뉴스1

지난해 4월 29일, 인천 검단의 LH(한국토지주택공사) 아파트 신축 현장에서 지하 주차장 붕괴 사고가 발생했다. 올해 12월 입주 예정이었던 해당 아파트의 시공사는 GS건설이었다.

국토교통부는 해당 아파트 붕괴 지점이 1년 전 시공 완료돼 마감공사도 끝난 상태였음이 알려져 논란이 커지자, 관련 조사에 착수했다.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은 전면 재시공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GS건설은 사고 발생 10일이 지나서야 설계와 달리 30여 곳의 철근 보강 부품이 누락됐다고 밝히며 공사 중인 83개 단지 전체에 대해 안전 점검을 하겠다고 사과했다. GS건설은 사고가 난 해당 단지를 철거한 뒤 전면 재시공하겠다고 발표하고 주민 보상안을 냈으나, 국토부는 최대 기간인 영업정지 10개월 처분을 내렸다. 이 사건으로 GS건설은 브랜드 이미지에 큰 타격과 함께 ‘순살 자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산업 안전 빨간불’은 실적에도 반영됐다. GS건설은 사고가 반영된 지난해 2분기 실적에서 413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한국기업평가로부터 신용등급을 기존 ‘A+’에서 ‘A’로 하향 조정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뉴스1

‘사회(S)’ 리스크는 건설사인 GS건설뿐만 아니라 해당 아파트의 발주처인 LH에도 영향을 미쳤다. 국토부는 LH 발주 아파트 중 무량판 단지를 전수 조사했고, 8월 전국 100여 개 단지 중 22곳에서 철근이 누락됐음을 확인했다. 이에 더해 최근 5년간 LH 설계·감리 용역을 수주한 상위 10개 사 중 9곳이 LH 전관 업체였으며, 이 중에는 업계 순위가 낮은 업체도 포함됐다는 것이 알려졌다.

정부는 LH의 독점적 권한과 상호 견제 시스템 부족을 원인으로 보고 12월 ‘건설 카르텔’ 분산을 위한 LH 혁신안을 발표했다. 혁신안은 이른바 ‘건설 카르텔’을 분산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LH만 참여할 수 있었던 공공주택사업에 민간 건설사업자를 참여시켜 경쟁 체제를 만들고, LH 시공업체 선정과 계약을 조달청에 위탁하는 등 권한을 분산하도록 했다. 또, 공사 중 주요 항목을 위반해 벌점을 부과받으면 실격 처리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도 도입했다. 지난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확대 적용되면서 2024년 산업 안전에 대해 더 높은 책임과 투명성을 요구하는 흐름은 강화될 전망이다.

김규리 기자 kyuriou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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