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6일(목)

탄소감축도 자연의 순리로… 해조류 활용 기후테크가 뜬다

나무보다 20배 빠르게 탄소흡수
심해에 가라앉아 폐기물도 없어
자원화로 투명용기·재생지 생산

기후위기로 전 세계 국가와 기업이 온실가스 감축에 나서고 있지만 감축 방식을 두고 늘 논쟁에 휘말린다. 환경단체들은 각국에서 탄소포집을 위한 인위적인 인프라를 설치하는 게 오히려 환경을 파괴하고, 나아가 그린워싱(Green-washing)에 가깝다고 주장한다.

자연기반해법(NBS·Nature Based Solutions)은 이런 논쟁에서 벗어날 수 있다. NBS는 자연의 본래 기능을 해치지 않으면서 탄소중립을 이루고 지속가능한 지구를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산림이나 해양생태계를 복원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식이다. 최근에는 나무보다 20배 빠른 속도로 탄소를 흡수하는 해조류를 활용하는 기후테크 스타트업이 주목받고 있다.

러닝타이드가 개발한 마이크로팜의 모습. 유기물로 만들어진 생분해 부표에서 다시마가 자라면서 대기 중 탄소를 흡수하고, 심해로 가라앉는 원리다. /러닝타이드
러닝타이드가 개발한 마이크로팜의 모습. 유기물로 만들어진 생분해 부표에 다시마가 자라면서 대기 중 탄소를 흡수하고, 심해로 가라앉는 원리다. 자연 분해에 걸리는 시간이 길어 오랜 시간 흡수한 탄소를 포집할 수 있다. /러닝타이드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올해부터 영국 스타트업 ‘러닝타이드(Running Tide)’를 통해 2년간 이산화탄소 1만2000t을 심해에 가두기로 했다. 해조가 자라면서 대기 중 탄소를 흡수하고, 무게가 늘면 자연스럽게 심해로 가라앉는 원리를 활용했다. 러닝타이드는 유기물을 활용해 생분해가 가능한 부표에 다시마를 씨앗을 부착한 ‘마이크로팜(microfarms)’을 개발해 탄소를 포집한다. 이 기술로 획득한 탄소배출권을 MS와 캐나다 전자상거래 플랫폼 쇼피파이(Shopify) 등에 판매하면서 수익을 내고 있다.

그간 기업들은 온실가스를 포집하고 저장·활용하기 위한 탄소포집·저장·활용기술(CCUS) 개발에 집중했다. 하지만 수천억원에 달하는 초기 투자비와 설비 투자 대비 미미한 포집효과와 지진 유발 등의 안전성 문제로 개발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반면 해조류를 활용한 탄소포집은 별도의 설비 없이 해조류와 공간만 있으면 탄소를 제거할 수 있다. 비용도 CCUS에 비해 압도적으로 적다. 또 해조류는 육상식물보다 자연분해가 느리기 때문에 포집된 탄소는 약 100년 이상 해양에 매장된다. 해조류 군락지 1ha(헥타르)가 연간 흡수하는 탄소량은 약 500t에 달한다.

지난 5월 영국의 윌리엄(가운데) 왕세손이 낫플라 공동대표 피에르 파슬리에(왼쪽)와 로드리고 곤잘레스에게 해조류를 활용한 재활용 용기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어스샷
지난 5월 영국의 윌리엄(가운데) 왕세손이 낫플라 공동대표 피에르 파슬리에(왼쪽)와 로드리고 곤잘레스에게 해조류를 활용한 재활용 용기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어스샷

해조류를 자원화하는 스타트업도 있다. 영국의 기후테크 기업 낫플라(Notpla)는 해조류에서 추출한 섬유질 성분과 식물성 재료를 활용해 투명 용기 ‘낫플라 샤쉐이(Notpla Sachets)’ 개발에 성공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영국 왕실로부터 환경 오염 문제 해결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어스샷상(Earthshot Prize)’과 상금 100만파운드(약 15억원)을 수상했다. 어스샷상은 2020년 윌리엄 왕세손 부부가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기획한 시상식이다. 매년 ▲자연보호 및 회복 ▲대기 정화 ▲해양 재생 ▲쓰레기 없는 세상 만들기 ▲기후 문제 해결 등 5개 부문에서 환경문제 해결에 기여한 기업, 도시, 국가 등을 선정한다.

최근 낫플라는 종이 포장재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해조류에서 추출한 섬유질 성분에 재생지와 목재펄프를 혼합해 만든 재생포장지다. 재생포장지는 4~6주면 생분해된다. 특히 테이크아웃 종이용기의 내부를 플라스틱으로 코팅하는 것을 해조류 부산물로 대체할 수 있다. 낫플라는 2021년 홍콩의 재벌 리카싱 회장의 호라이즌베처스로부터 1000만파운드(약 165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피에르 파슬리에 낫플라 대표는 “해조류 부산물 1t으로 약 4t에 달하는 벌목을 막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황원규 기자 wonq@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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