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6일(목)

“N분도시로 탄소중립 실현하려면 자전거 생활권부터 만들어야”

[인터뷰] 김희수 라이트브라더스 대표

“건축물 에너지 효율화, 도시 숲 조성 등 도시의 탄소중립 전략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핵심은 시민들이 이동할 때 발생하는 탄소를 줄여야 합니다. 당장 서울만 해도 자동차가 대단히 많아 도로가 막히고 그러잖아요. 도시 탄소중립 해법이 자전거에 있다고 믿습니다.”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라이트브라더스 사무실에서 만난 김희수(53) 대표는 “탄소 중립을 위한 한국의 N분 도시가 실현되려면 자전거 생활권 조성이 필수”라고 말했다. N분 도시란 시민이 생활 반경 안에서 일자리·여가문화·상업 등 생활에 필요한 모든 기능을 15~30분 내로 누릴 수 있도록 설계된 도시 환경을 의미한다.

창업 7년차인 라이트브라더스는 2017년 설립된 자전거 문화 조성 기업이다. 중고자전거와 도시 내 소유권을 확인할 수 없는 자전거를 수거해 지역 자활센터에서 수리한 뒤 판매하고, 시민들이 쉽게 자전거를 접할 수 있도록 자전거 출퇴근 캠페인도 진행한다. 지난해에는 서울시와 ‘자전거 재생사업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지난 5월엔 고객들에게 저감한 탄소량에 비례해 포인트를 지급하는 ‘스윗 스웻 포인트(Sweet Sweat Point)’를 새롭게 진행했다.

4일 서울 강남구 라이트브라더스 사무실에서 만난 김희수 대표는 "탄소 포집 저장 활용(CCUS) 기술 등 큰 단위로 진행되는 사업만큼 개개인이 모여 만드는 탄소 감축도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주민욱 C영상미디어 기자
4일 서울 강남구 라이트브라더스 사무실에서 만난 김희수 대표는 “탄소 포집 저장 활용(CCUS) 기술 등 큰 단위로 진행되는 사업만큼 개개인이 모여 만드는 탄소 감축도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주민욱 C영상미디어 기자

-자전거를 탄소중립 해법으로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N분 도시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이동 수단이다. 한국은 대부분 자동차 생활권으로 구성돼 있다. 자동차, 대중교통, 개인형 이동수단, 자전거, 도보 등 여러 이동 방법 중 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다.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탄소배출량을 줄일 수 있도록 하는 문화로 자전거가 적합하다 생각했다.”

-세계 다른 국가와 한국의 차이점이 있나?

“N분 도시를 선도적으로 정착시키고 있는 프랑스 파리나 호주 멜버른은 차량 의존도를 낮추고 자전거 이용을 활성화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자전거 이용 활성화를 위해 자전거 인프라 설치 확대와 자전거 구매 보조금 지급 등을 시행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N분 도시 계획은 일상 생활에 대한 것을 강조하고 있어 이동 수단에 대한 것이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자전거 이용자에게 포인트도 지급하고 있다.

“자전거를 이용했을 때 탄소 감축에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보상을 통해 동기부여 하고 싶었다. 스윗 스웻 포인트는 기존 이용하던 자동차나 대중교통을 타지 않고, 자전거를 탔을 때 줄일 수 있는 탄소량을 추산해 이에 맞는 포인트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현재 주행거리 1km당 10원을 포인트로 지급하는데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가 1km에 1원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다. 포인트는 자사 제품 구매에 사용 가능하지만, 금융사·온라인 전자상거래 회사와 논의해 사용처를 확대할 예정이다.”

김희수 대표는 "탄소 포집 저장 활용(CCUS) 기술 등 큰 단위로 진행되는 사업도 중요하지만 개개인이 모여 만들어낸 탄소 감축량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욱 C영상미디어 기자
김희수 대표는 “자전거를 이용한 한국형 N분 도시가 활성화 되려면 자전거를 잘 활용하고 있는 네덜란드, 호주, 일본 등처럼 관련 인프라를 확보하는 것도 함께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욱 C영상미디어 기자

-탄소배출권 거래도 가능한가?

“탄소배출권 거래를 인정받으려면 방법론을 만드는 것부터 검증까지 꽤 번거롭고 오랜 기간이 걸린다. 지난 3월 자전거 관련 민간 기업으로는 최초로 탄소배출권 시장에 참여했다. 현재까지 인증받은 탄소배출권 규모는 약 70t 정도다. 아직 거래 수익이 크진 않지만, 개인이 자전거로 이동하는 것이 탄소 감축에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입증받았다는 것으로도 큰 성과라 생각한다.”

-재생 자전거 보급도 하고 있다.

“주인 없이 방치되는 자전거는 도시가 앓고 있는 문제 중 하나다. 대부분 수거해 바로 폐기했지만, 충분히 다시 탈 수 있는 자전거가 많고, 폐기는 모두 사회적 비용이다. 이를 수거한 뒤 지역에 있는 자활센터에 가져다주면 가공과정을 거쳐 다시 탈 수 있는 자전거로 만들 수 있다. 지역 일자리 창출과 도시문제 해결을 동시에 할 수 있다.”

-시장 반응이 궁금하다.

“작년 12월에 롯데마트 송파점에서 재생자전거를 판매할 기회가 있었다. 그 기간에 자활센터와 연계해 바로 재생화하는 작업도 진행했다. 기존 월 10대 미만이 팔렸는데, 해당 사업을 통해 월 200대로 판매 대수를 늘릴 수 있었다.”

-해외 진출 가능성도 있나?

“전 세계적으로 N분도시가 중요해지면서 자전거 생활권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현재 미국과 중국의 기업에서 문의가 와서 협업을 논의하는 단계다. 또 유럽 국가나 가까운 일본은 이미 자전거가 대중화돼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더 큰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본다.”

황원규 기자 wonq@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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