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현강 내이루리 대표
“시니어를 돌봄대상으로 보지 말고 경제주체로 인식하면 많이 게 달리보여요. 과거와 달리 시니어는 여전히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럴 능력이 있다는 걸 증명할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정현강(28) 내이루리 대표는 시니어 배송원을 채용해 정기배송 서비스 ‘옹고잉’을 운영하고 있다. 도시락이나 샐러드, 세탁물 등 정기배송이 필요한 고객사에 저렴한 비용으로 배송서비스를 제공하고, ‘프로’라고 불리는 시니어 배송원을 정규직으로 고용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든다.
창업 3년차인 올해 기준으로 직원은 총 71명이다. 이 가운데 시니어 직원만 60명에 이른다.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 기술창업 지원 프로그램인 ‘팁스(TIPS)’에 선정돼 5억원을 지원받았고, 11억8000만원 규모의 프리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내이루리 사무실에서 만난 정 대표는 “시니어 일자리 분야는 구직을 원하는 수에 비해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나서는 플레이어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시니어 일자리 부족은 오랜 숙제인데요.
“심각성에 비해서 제시된 솔루션들이 많지 않습니다. 시니어 일자리의 시장 규모도 크지 않고요.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는 일본이나 중국에서는 대학마다 노인 관련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그런 움직임이 거의 없어요. 최근에 이걸 체감하게 된 계기가 있어요. 지난 5월 어버이날에 강남구청 시니어 일자리 창출 우수기업으로 표창장을 받았어요. 지난해 강남구에서 시니어를 가장 많이 고용한 기업이 내이루리라는 거예요. 시니어 직원이 30명 정도였어요. 수상 자체는 기뻤지만 한편으로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일할 곳이 많지 않으니까 대부분의 시니어들이 자영업으로 빠지는 것 같아요.”
-공공부문에서 일자리를 제공하지 않나요?
“더 정확하게 말하면 단순하게 일자리 수가 부족하다기 보단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해요. 다양성도 부족하고요. 보통 시니어 일자리라고 하면 단순 노동이 많아요. 시니어들의 수요를 파악하고, 그들을 대상으로 설계된 일자리가 없는 거죠.”
-배송 업무가 시니어에게 적합한가요?
“일반적인 배송대행과 정기배송은 성격이 조금 달라요. 일반배송에서는 ‘속도’가 중요하다면 정기배송은 ‘정시성’이 중요해요. 또 일반배송의 경우에는 매번 새로운 지역을 가야 하는데, 정기배송은 배송지가 정해져 있습니다. 이런 특성들이 시니어 인력의 특성과 잘 맞아떨어졌어요. 매번 새로운 배송지로 빠른 시간 안에 배송을 완료해야 하는 일반배송에서는 시니어들이 젊은 사람들과 경쟁하는 게 힘들어요. 그런데 정기배송에서는 시니어들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어요.”
-고객사를 설득하는 것이 어려웠을 것 같아요.
“그렇죠. 아무래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회사니까 시장에서 신뢰를 쌓는 게 우선이었어요. 정기배송이 필요한 업체들로부터 여러번 거절 당하고 나서 직접 고객사가 모집하는 배송 공고에 지원해서 경험을 해봤어요. 그때 시장의 구조를 다시 파악하고, 고객사들의 니즈를 파악해서 기업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안했어요. 그렇게 하나 둘 파트너사를 만들어 나갔습니다.”
-이번이 첫 사업은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실버라이닝’이라는 개인사업자로 시작했어요. 서비스 이름은 ‘할배달’이었고요. 로컬 기반으로 일자리가 없는 60세 이상 어르신들을 고용해 도보로 배달하는 일반배송 서비스였어요. 그런데 시니어 직원들이 매번 새로운 배송지를 찾아가는 걸 힘들어했어요. 배송 건수가 매일 달라져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도 낮았고요. 그래서 일반배송보다는 정기배송이라는 시장을 공략하기로 사업 방향을 수정한 거죠.”
-시니어 직원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일하는 시니어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뉩니다. 소득이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은퇴 후에 일정한 루틴을 갖고 싶어서 일하는 분도 꽤 많습니다. 직원들은 최소 3시간 이상 원하는만큼 일하면서 소득을 올리고 있어요. 매일 3-4시간 정도 업무를 보는 분들도 ‘일하는 나’라는 사회적 존재감을 찾을 수 있어서 만족하는 편입니다.”
-올해 창업 3년차인데 앞으로 3년 후에는 어떤 모습일까요?
“중국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을 하려고 계획 중이에요. 중국의 노인 비율은 한국보다 적지만 인구 규모에서 압도적으로 큰 시장이니까요. 중국 정부에서도 시니어 일자리와 관련된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고요. 국내에서는 2025년이면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는 시기인데 정부나 민간 영역에서 시니어 관련 문제에 빠르게 움직일 것 같아요. 그간 쌓아온 노하우로 변화에 조금 더 빠르게 대처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계획한 것들을 잘 해냈을 때의 경우겠죠.”
전유정 청년기자(청세담14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