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당사자가 개인 상황에 맞게 정부 지원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장애인개인예산제 윤곽이 나왔다. 내년 시범사업을 거쳐 2026년부터 본격 추진된다. 다음 달부터 발달장애인 긴급 돌봄 서비스가 전국에서 시행된다.
정부는 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를 열고 ‘제6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2023~2027)’과 장애인 개인예산제 시범사업 추진방안을 확정했다. 장애인정책종합계획은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5년마다 수립하는 범정부 계획이다.
이번 6차 계획은 ▲복지·서비스 ▲건강 ▲보육·교육 ▲경제활동 ▲체육·관광 ▲문화예술·디지털미디어 ▲이동·편의·안전 ▲권익증진 ▲정책기반 등 9대 분야 30대 중점과제와 74개 세부 추진과제로 구성됐다. 과제 수행을 위해 5년 동안 총 31조3000억원이 투입된다.
윤석열 대통령 공약이었던 장애인개인예산제에 시동이 걸린다. 개인예산제는 소득, 장애 유형을 기준으로 제공되던 기존 지원과 달리, 장애인 당사자가 정해진 예산 안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직접 선택하는 제도다. 정부는 지난해 10월부터 ‘개인예산제 도입 추진단’을 구성하고 기초 모델 두 가지를 개발했다. 본인 활동지원 급여(월평균 202만원)의 10%를 공공·민간서비스 구매에 활용하도록 하는 ‘급여유연화 모델’, 20% 내에서 간호사, 촉수화통역사 등 특수자격을 보유한 인력보조를 신청토록 하는 ‘필요서비스 제공인력 활용 모델’이다. 올해 4개 지자체 120명에게 두 모델을 모의 적용한다. 내년 시범사업 진행 후 2026년부터 본 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돌봄 지원도 강화된다. 당장 다음 달부터 발달장애인의 보호자가 입원, 경조사 등으로 돌봄이 어려운 경우 일주일 이내 기간에 24시간 돌봄을 제공하는 ‘긴급 돌봄 서비스’ 시범사업이 전국에서 시행된다. 최중증 발달장애인에 대한 24시간 통합돌봄 서비스 지원체계도 내년 6월까지 구축해 보호자의 돌봄 부담을 경감할 예정이다. 지원 방식은 현재 광주에서 시행 중인 시범사업을 토대로 한다. 낮에는 복지관에서 개인별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밤에는 개인 선택에 따라 집으로 귀가하거나 지원주택으로 이동해 돌봄을 받는 방식이다. 고령층이나 농어촌 거주자를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 모델도 별도로 개발한다. 장애아가족 양육지원서비스 이용 시간은 올해 960시간(월 80시간)에서 2027년 연 1440시간(월 120시간)으로 확대한다.
현재 7만8000명 수준인 장애아동 발달재활서비스 지원대상도 2027년까지 10만명 수준으로 늘린다.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사업 대상은 중증장애인에서 전체 장애인으로 확대하고, 방문 재활서비스를 도입한다. 본 사업은 2025년부터 시작한다.
장애인의 사회진출 지원도 늘린다. 장애인일자리 지원 대상을 현재 3만명에서 2027년 4만명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의 수행인력 인건비를 점진적으로 인상하는 등 종사자 처우 개선에서도 나서기로 했다. 중증장애인생산품에 대한 공공기관 우선구매비율은 현행 1%에서 2%로 상향하고 기관에 제도 이행을 독려할 계획이다. 장애 예술인 창작품에 대한 우선구매 제도도 도입한다.
장애인의 이동과 여가에 대한 내용도 담겼다. 비도시 지역 특별교통수단 도입률을 올해 92%에서 2007년 100%로 올리고, 시·도 간 이동까지 지원한다. 휠제어 이동에 제한이 없는 무장애 열린 관광지는 132곳에서 252곳으로 확대한다. 장애인이 우선 이용할 수 있는 반다비 체육센터는 현재 91개소에서 2027년까지 150개소로 늘릴 계획이다.
법률상 ‘장애’의 개념을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현재 장애인복지법에서 장애는 ‘의학적 장애’로 국한된다. 정부는 사회 참여에 어려움을 겪는 은둔형 외톨이나 일정 기간 움직임이 불편한 임산부 등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법령 개정에 나설 예정이다.
최지은 기자 blo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