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5일(월)

NGO 활동가부터 기업 CFO까지… 지금은 “주주 자본주의 뛰어넘는 대안 모델 꿈꿉니다”

[인터뷰] 임팩트 투자회사 D3쥬빌리 이덕준 대표

임팩트 투자란 재무적 수익뿐만 아니라 사회·환경적 가치까지 따지는 투자 방식
美 사회적자본시장 Socap 콘퍼런스
돈과 가치를 함께 고민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 놀라

미상_사진_임팩트투자_이덕준_2014

이덕준(49·오른쪽 사진)씨는 80년대엔 빈민운동 활동가로, 90년대엔 외국계 투자은행에서, 2000년대엔 G마켓을 나스닥에 상장시킨 재무이사(CFO)로 활약한 인물이다. 이씨는 2011년 임팩트 투자기관 ‘D3쥬빌리’를 설립, 국내외 투자처를 발굴하고 있다.(임팩트 투자란 재무적 수익뿐만 아니라 사회·환경적 가치까지 따지는 투자방식이다). 다채로운 이력의 그가 ‘임팩트 투자’의 선봉장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이씨의 본격적인 사회생활은 NGO에서 시작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간사로 일하며 활동가의 꿈을 꿨지만 이내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것. 그는 한국신용평가정보에 취업, 기업을 분석하는 업무를 4년간 맡았다. 이후 영국 런던정경대학(LSE)으로 1년간 유학길을 떠났고, 영국계 자산운용사 슈로드, 시티은행, 크레딧스위스(CSFB) 등 외국계 투자은행에서 7년 반가량 일하며 자본주의의 첨단을 맛보았다. 이씨는 “투자은행에서 상무까지 올랐지만 평생 이 일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인생의 전환점은 2005년 당시 중소 규모 벤처였던 G마켓과의 만남을 통해 시작됐다. G마켓은 성장세였지만 아직 손실이 나고 있었다. 그는 “중소 상인이 비즈니스를 수월하게 풀어나갈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사업 모델이 좋았다”면서 “특히 이익이 나기 전부터 ‘후원쇼핑’이란 서비스를 론칭, 고객이 해당 상품을 구입하면 일정 금액이 기부금으로 적립되는 모델을 만들었던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후원쇼핑은 판매자가 상품 등록 시 후원상품으로 설정하면 G마켓은 상품 전시 점수에 인센티브를 적용해 노출 우선권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판매자는 광고비의 일정 금액을 기부금으로 내고, 구매자는 실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기부에 참여하게 되는 셈이다.

G마켓에서의 경험은 이씨가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결합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신념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됐다. 2009년 그는 G마켓이 이베이에 매각되면서 새로운 길을 찾았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사회적자본시장(Socap·Social Capital Markets) 콘퍼런스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사회적기업가들과 투자자를 연결시켜주는 플랫폼인데, 돈과 가치를 함께 고민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 놀랐습니다. 임팩트 투자를 접하는 순간 빈곤·사회문제에 관심이 있었던 20대와 비즈니스에 올인했던 30대가 연결되더라고요. 왜 그동안 울퉁불퉁한 길을 걸어왔는지 의문이 풀렸습니다.”

D3쥬빌리 이덕준(앞 줄 왼쪽에서 셋째) 대표와 'D3임팩트엔진' 1기로 뽑힌 5개 소셜벤처팀. /D3쥬빌리 제공
D3쥬빌리 이덕준(앞 줄 왼쪽에서 셋째) 대표와 ‘D3임팩트엔진’ 1기로 뽑힌 5개 소셜벤처팀. /D3쥬빌리 제공

한국에 돌아온 이씨는 방방곡곡 임팩트 투자를 알리기 시작했고, 2011년 사회적기업·소셜벤처 투자기관인 ‘D3쥬빌리’까지 창업했다. 그의 뜻에 동참한 지인들은 1억~2억원씩 투자했고, D3쥬빌리가 만든 투자클럽인 ‘D3+’에 개인투자자로 참여하기도 했다. 카셰어링 업체 그린카와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캐피털인 알토스벤처스(ALTOS Ventures)를 연결해 2억원의 투자를 성사시킨 이도 D3쥬빌리의 이덕준 대표였다.

D3쥬빌리는 분기마다 사회적기업가, 투자자, 정부기관, 비영리재단 등을 연결해 주는 ‘DIIN(The D3Jubilee Impact Investing Network)’ 라운드 테이블 세미나를 주최한다. 지금까지 트리플래닛·빅이슈코리아·희망을 만드는 사람들(이하 희만사) 등이 소개됐고, 이재우 보고펀드 대표, 류광진 전 G마켓 부사장 등이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했다. 금융 소외계층과 과다채무자를 대상으로 가계 부채 상담 및 소액 금융을 지원하는 ‘희만사’는 지난 2월 미국의 B코퍼레이션으로부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수여하는 B랩(B-LAB) 인증을 받았다. D3쥬빌리는 B코퍼레이션과 파트너십 관계를 구축해, 사회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기업이 국제적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올해부터는 ‘D3임팩트엔진’ 소셜벤처 인큐베이팅 프로그램까지 론칭, 스타트업 육성에도 발벗고 나섰다. 심사를 거쳐 선발된 5개 소셜벤처의 모델은 장애아동 부모 대상 IT기반 커뮤니티, 포터블(portable) 조력발전기 등 다양하다. 이들에게는 각 팀당 2500만원의 투자금을 직접 지원하고, 4개월간 멘토링을 진행하면서 사업모델을 다지고, 이후에는 투자클럽에서 프레젠테이션 할 기회까지 연결해준다.

“임팩트 투자 대상 기업 중에 ‘루트3(root3)’라는 벤처기업이 있습니다. 시간 단위로 날씨·디젤 가격 등 변수를 측정해 가장 효율적인 에너지 사용 방법을 진단하는 솔루션을 제공하는데, 이는 대학의 중앙공급 에너지 시스템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이 솔루션을 사용하면 에너지 비용을 10~30%가량 줄이는 것이 가능합니다. 시카고대학은 12%가량 비용을 절감했습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지금 의료 분야에서 디지털 혁명이 일어나고 있고, 클린 에너지에 대한 논의도 활발합니다. 한국의 소셜벤처들도 커머스, 소셜게임 등 기존에 나와있는 사업 모델을 따라가는 것보다는 교육·의료·환경문제 등에 대한 다양한 서비스를 선보이길 기대합니다.”

이씨는 D3쥬빌리가 주주 자본주의 체제의 한계를 넘는 대안 모델이 되길 꿈꾼다. 그는 “지금까진 승자 독식의 자본주의 체제가 지배했다면, 이젠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잠재적인 고객·환경 등 사회 여러 구성원을 생각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하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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