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제주 지역의 아동 양육 시설에서 퇴소한 자립준비청년은 28명이다. 이들의 홀로서기에 지원된 자립정착금은 500만원이다. 이제 막 사회로 진출한 청년들은 살 곳부터 찾아 나서지만 지갑 사정은 빠듯하다. 제주대학교 인근 아라동에서 공인중개업을 하는 A씨는 “20대가 주로 머무는 원룸은 보통 보증금 200만~300만원에 월세 40만원 수준”이라고 했다. 500만원에서 보증금과 첫 달 월세를 제외하면 절반 정도가 남는 셈이다. 자립준비청년 당사자인 신선(30)씨는 “6년 전에도 자립정착금이 500만원이었는데 아직도 그대로인 지역이 있다”며 “자립정착금이 전 재산인데 집 구할 때 반절 쓰고 식탁 같은 가구랑 각종 생필품을 사고 나면 남는 것이 없다”고 했다.
자립정착금은 아동 양육 시설 등에서 지내다 만 18세 이후 보호 종료된 청년들에게 주어지는 종잣돈이다. 지방자치단체마다 지원 규모도 제각각이라 지역별 최대 3배 차이가 난다. 보건복지부는 800만원으로 권고하고 있지만 강제 규정은 없다.
이 문제는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다뤄졌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공개한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제주와 충북 충주·제천·보은·증평의 자립정착금은 500만원에 불과하다.
제주도의 올해 예산은 약 6조4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자립준비청년 28명에게 지급된 금액은 총 1억4000만원으로 0.002% 수준이다. 충주시와 제천시도 한 해 예산이 각각 1조원을 넘는다. 올해 두 지자체에서 자립정착금으로 쓴 예산은 5000만원이다. 보은군과 증평군은 각각 청년 2명에게 1000만원을 지급했다.
제주시 관계자는 “내년엔 1500만원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천시는 복지부 권고안을 따르기 위해 예산을 추가 편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제천시 관계자는 “지난 4월 500만원을 받은 청년 4명에게 300만원 추가 지급에 대한 절차를 밟고 있다”고 했다.
한편 보은군 관계자는 “복지부 권고안을 따르면 좋겠지만 지자체별로 상황이 다르다”며 “보은군은 추가 예산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전국 지자체 중 자립정착금 규모가 가장 큰 지역은 서울 서초구와 경기도다. 자립준비청년 한 명당 1500만원을 지원했다. 서초구의 경우, 올해 보호 종료된 4명에게 지난 2020년부터 매년 500만원씩 3년에 걸쳐 총 1500만원을 지원했다. 경기도는 1차로 1000만원을 지급하고, 두 차례 의무 교육을 거친 청년들에게 500만원을 더 준다. 경기도 관계자는 “올해 9월 기준 323명이 1000만원을 지급받았고, 의무 교육을 수료한 29명이 500만원을 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립준비청년들 사이에서 ‘불공정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선씨는 “지역별로 지원금 차이가 워낙 크다 보니 ‘출발선이 다르다는 느낌이 든다’는 얘기까지 돈다”며 “적은 자립정착금을 받은 친구들은 서울 같이 물가가 비싼 지역에 자리잡기 힘들다”고 말했다.
복지부 권고안은 내년 1000만원으로 오른다. 충주·제천시와 보은·증평군 관계자는 “복지부 권고 기준에 최대한 따를 예정”이라고 했다.
백지원 더나은미래 기자 100g1@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