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 사회통합치유센터 ‘마음복지관’
홍정수 성공회신부·홍두호 예방의학과 전문의
우울증 걸린 주민 위해 2012년 세운 비영리 단체
복지현장서 활동한 홍 신부와 의사 출신 홍두호씨 힘 보태 일대일 상담·치료 캠프 진행
“당시 성북구가 서울에서 다섯째로 자살률이 높은 곳이었어요. 임대아파트 주민들이 우울증으로 자살하는 일이 계속 일어났죠. 이곳이야말로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위한 치료센터가 시급했습니다.”
지난 14일, 서울 성북구 삼선동에 있는 사회통합치유센터 ‘마음복지관’에서 만난 홍정수(43) 성공회신부의 말이다. 마음복지관은 2012년 홍 신부가 뜻이 맞는 후원자들과 함께 만든 비영리 민간단체다. 이곳에선 월 80회의 심리상담이 진행되고 있다. 1회 상담 비용은 소득기준에 따라 5000원에서 2만원. 일반 상담소에 비해 매우 저렴한 편이지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마음복지관의 심리상담은 소득 낮은 기초생활수급권자와 차상위 저소득층을 위해 만든 사업이다.
주민들의 관심은 뜨겁다. 오전 8시부터 하루를 꽉 채워 진행해도, 2개의 심리상담실 공간이 부족할 정도다. 정부 보조금 없이 낮은 상담치료비와 기부금만으로 마음복지관 운영이 가능할까. 비결은 재능기부다. 홍 신부는 “치료사 30여 명이 조를 짜서 프로보노(재능기부)로 상담치료를 진행한다”고 했다.
마음복지관이 탄생하게 된 계기는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동작치료, 심리치료, 음악·미술치료 등 각 분야 전문가 10여 명은 ‘사회통합치유연구소’를 만들었다. 심리치료를 받기 어려운 저소득층을 돕기 위해서였다. 이들은 재능기부로 장애인·노숙인·청소년을 대상으로 일대일 상담, 치료 캠프 등을 진행했다. 홍 신부 역시 ‘사회통합치유연구소’ 일원이었다.
가출 청소년쉼터, 노숙인 상담센터, 나눔의집 등 복지기관에서 활동하면서 현장에서 심리상담의 힘을 깨달은 홍 신부는 이후 상담대학원을 다니며 전문성을 쌓았다. 이후 홍 신부는 치료사들과 힘을 모아 마음복지관 설립을 추진했다. 여기에 힘을 보탠 건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보건산업진흥원 등에서 의사 생활을 하다 NGO 활동가로 삶을 전환한 예방의학과 전문의 홍두호(41)씨. 두 사람은 2011년 희망제작소의 ‘모금전문가학교’까지 수료했고, 마음복지관 설립을 위한 모금 캠페인을 진행했다. 2년 만에 만난 군대 동기에게 기부를 부탁하고, 친구를 통해 또 다른 후원자를 소개받기도 했다. 건물 임대계약을 연결해준 부동산 사장님들도 “지역에 정말 필요한 시설이 생겼다”면서 선뜻 후원자가 돼줬다. 이렇게 후원자가 돼준 마음복지관의 가족은 현재 254명이다.
마음복지관의 집단 프로그램도 지역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영화치료, 차 명상, 요가, MBSR(명상을 통한 스트레스 이완 치료) 등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이 몰렸다.
5년 넘게 사법고시에 낙방하며 불안감에 시달려온 한승재(가명·34)씨는 “두 달 동안 마음복지관 명상·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나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졌다”고 했고, “사람과 사물에 대한 집착 때문에 힘들었다”던 김희연(가명·45)씨는 “상담치료를 받을수록 마음의 안정을 되찾고 있다”고 했다. 마음복지관은 치료사들에게도 소통의 장이 되고 있다. 7년차 임상심리사 김현주씨는 “치료사마다 분야가 다양한 만큼, 월별로 시간을 정해서 서로 다른 전문 치료법을 배우고 있다”며 “평상시 고민했던 상담 사례를 공유하며 함께 해결점을 찾기도 한다”고 했다.
마음복지관 2호점을 준비하고 있는 두 사람. “앞으로 ‘찾아가는 치료’도 확대할 계획입니다. 설립 직후부터 밀양 송전탑, 불산 누출 현장을 직접 찾아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는 주민들을 상담치료하고 있습니다. 경제적, 사회적 환경에 상관없이 많은 사람이 마음을 치료하고 행복을 찾을 수 있도록 응원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