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에너지 가격이 치솟으면서 그린수소에 대한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2030년 가격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했던 그린수소가 벌써 활용 가능한 에너지원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블룸버그는 10일(현지 시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천연가스 가격이 오른 데다 유럽 내에서 러시아 천연가스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저탄소 수소 시장을 구축하기 위한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린수소는 천연가스 같은 전통 에너지보다 생산비용이 많이 들어 2030년까지 기술이 더 발전되고 나서야 가격 경쟁력이 생길 것이라고 예상됐다. 하지만 지난해 유럽에서 천연가스 가격이 450%가량 급등하면서 그린수소 생산비용을 절감할 필요성이 줄었다. 탄소세가 지난해 거의 2배로 뛰어오른 것도 그린수소가 매력적인 투자처가 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에너지 시장 분석 업체 블룸버그뉴에너지파이낸스(BNEF)에 따르면 현재 정유·비료 산업에서 사용되는 수소 에너지를 그린수소로 교체하는 것만으로도 EU 내 가스 수요를 12% 줄일 수 있다.
호주 광산업체 포스테큐 메탈 그룹(FMG)은 독일 최대 에너지 그룹 이온(E.ON)과 수소 공급망 확충을 위해 500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계획 중이다. 노르웨이 스카텍은 50억 달러 규모의 생산 시설을 건설하고 있으며, 투자펀드인 Hy24는 수소 인프라 구축에 16억 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지난달 BNEF가 개최한 라운드테이블에서는 수소 생산업체 관계자와 사용자, 투자자의 약 93%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그린수소 산업 발전을 촉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포스테큐 설립자인 앤드류 포레스트 CEO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전쟁으로 에너지 안보의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그린수소에 대한) 돈의 흐름이 가속화됐다”고 말했다. 영국의 연료전지 기술업체 세레스파워홀딩스의 필 카드웰 CEO도 “일종의 전환점이 왔다”며 “자본이 (그린수소에) 대규모로 유입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며, 돌이킬 수 없다”고 말했다.
각국 정부도 그린수소 산업 확장을 위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EU는 현재 1기가와트(GW)에 불과한 그린수소 생산능력을 2030년까지 80GW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기존 계획보다 두 배나 늘렸다. 영국은 2030년까지 수전해 설비를 이용해 최소 5GW의 그린수소를 생산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영국정부가 이 같이 구체적인 목표를 세운 것은 처음이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유럽으로 천연가스를 공급할 인프라를 설치하면서, 이 시설에서 그린수소도 함께 처리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블룸버그는 “전쟁은 산업 확장을 위해 꼭 필요한 ‘정치적 지원’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며 “그린수소에 대한 정치권의 적극적인 지원은 민간 투자자들에게 투자에 대한 확신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지은 더나은미래 기자 bloo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