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4일(일)

[폐기물, 금맥이 되다] 골칫거리 폐기물이 ESG경영 발판으로

건설·시멘트 산업은 폐기물을 대량으로 발생시키는 대표 업종이다. 폐콘트리트 등 국내 건설폐기물의 전체 발생량은 2019년 8090만t에서 2020년 8644만t으로 일년 사이 7.1% 늘었다. 2020년 기준 국내 폐기물 발생량(1억9546만t) 가운데 폐콘크리트 등 건설폐기물이 차지한 비중은 44.2%에 이른다. ESG 경영이 확산하는 흐름에서 건설·시멘트 업계에 친환경 압박이 거세지는 이유다. 막대한 폐기물을 만들어내며 환경 경영에 약점을 보였던 건설·시멘트 기업들은 직접 폐기물 처리 사업에 뛰어들며 활로를 찾고 있다. 폐기물을 만들어내는 기업에서 폐기물을 처리하는 기업으로의 전환을 꾀하는 것이다.

지난 4일(현지 시각) 쿠바 아바나 지역에서 중장비를 동원해 건물을 철거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지난 4일(현지 시각) 쿠바 아바나 지역에서 중장비를 동원해 건물을 철거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건설·시멘트 업계는 폐기물 처리 업체를 늘리는 방향으로 기업 구조를 변경하며 ESG 경영을 펼치고 있다. 최근 폐기물 사업에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설사는 태영건설이다. 태영건설은 모회사인 태영그룹 차원에서 폐기물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달 발표한 ‘대기업집단 계열회사 변동’에 따르면 태영그룹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3개월 동안에만 계열사 ‘에코비트’를 통해 ‘에코비트에너지’ ‘에코비트에너지청원’ ‘에코비트에너지명성’ 등 3개 기업의 지분을 취득했다. 이를 통해 10개의 폐기물 처리 업체를 그룹 내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태영그룹은 지난 2019년부터 계열사인 폐기물 매립·하수 처리 업체 TSK코퍼레이션을 통해 폐기물 사업 진출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었다. TSK코퍼레이션은 2019년 10월 340억 원을 들여 폐기물 처리 업체 ‘디에스프리텍’을 인수하고, 지난해 베트남 최대 환경기업인 ‘비와세(BIWASE)’의 지분 6.4%를 약 155억원에 사들이며 동남아 공략에도 나서고 있다. 태영건설은 지난해 10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발표한 2021년 ESG 평가에서 환경 부문 A등급을 받기도 했다.

중견 건설사 중에선 IS동서가 가장 적극적이다. IS동서는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환경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2017년 건설 폐기물 중간 처리 1위 업체인 ‘인선이엔티’에 투자를 시작한 이후 지분을 차례로 확보하면서 2019년 인선이엔티의 대주주로 올라섰다. 또 지난해에는 사모펀드 운용사인 ‘E&F PE’와 손잡고 폐기물 소각·매립 업체인 코엔택과 세한환경을 사들였고, 인선이엔티를 통해 건설 폐기물 처리 업체인 ‘영흥산업환경’과 ‘파주비앤알’을 인수하며 환경 사업 확장을 이어 갔다.

시멘트 업계에선 국내 시멘트 생산 1위 기업 쌍용C&E가 폐기물처리사업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쌍용 C&E는 지난해 3월 폐기물처리 전문 계열사인 그린에코솔루션을 설립하고 폐기물 처리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다. 같은 해 6월 폐기물 수집·처리와 폐기물을 가공해 고형연료(SRF)로 공급하는 중견업체 ‘KC에코물류’를 약 16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KC에코물류의 사명을 ‘그린에코사이클’로 변경한 뒤 그린에코솔루션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쌍용C&E 그린에코솔루션을 설립하면서 향후 4년간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중 환경 사업 비중을 50% 수준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쌍용C&E의 지난해 3분기 EBITDA 비중은 시멘트사업 59%, 환경 사업 6.8% 수준이었다.

건설업이 대표적인 경기 민감 업종이라는 점도 건설사들의 폐기물 산업 진출 요인으로 꼽힌다. 수주가 발생하지 않는 시기 등 경기 변화에 대한 대응 능력이 부족해 안정적으로 현금 유입이 가능한 폐기물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다. 성태경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수요가 안정적으로 증가하는 데다 채산성도 높은 폐기물 처리 사업이 사업 포트폴리오에 포함되는 것은 건설사의 사업 안정성 측면에선 긍정적”이라면서도 “건설업 사업 환경이 비우호적인 상황에 과도한 투자로 재무 대응 능력이 약화되면 신용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점은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강명윤 더나은미래 기자 mym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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