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20일(토)

[폐기물, 금맥이 되다] 빌 게이츠도 뛰어든 폐기물 시장

성장 산업으로 조명받지 못했던 폐기물 업체의 주가가 연일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미국 폐기물 업체 웨이스트매니지먼트(WM)와 리퍼블릭서비스(RSG)가 대표적이다. WM과 RSG는 미국 폐기물 시장의 26%, 20%를 점유하는 대형 기업이다. RSG의 주가는 지난 7일 기준 127.96달러로 1년 전에 비해 약 33.8% 올랐다. WM도 같은 기간 121.73달러에서 155.85달러로 약 28% 상승했다. 폐기물 업체에서 ‘돈 냄새’를 맡은 글로벌 투자자들과 대기업들도 미래 산업으로 폐기물 분야를 지목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조선DB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조선DB

RSG의 최대 주주는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다. 미국의 투자 전문 매체인 배런스에 따르면, 게이츠는 자신의 자산 투자회사 캐스케이드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지난달 18일부터 7일에 걸쳐 1억1700만 달러(약 1435억원)치 RSG 주식을 추가 매수했다. 이번 매수를 통해 게이츠는 RSG 보유 지분을 34%로 늘렸다.

RSG의 2021년 기준 매출은 약 13조8707억원으로 시가 총액은 49조2000억원에 달한다. 게이츠는 일찍이 폐기물 업체의 성장 가능성을 알아보고 공격적인 투자를 해왔다. 게이츠의 빌&멜린다게이츠재단은 26억 달러(약 3조1865억원) 규모의 WM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WM은 게이츠 재단 기금 투자 포트폴리오 중 두 번째로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WM의 시가 총액은 약 80조 3766억 규모다. 

미국 최대 폐기물 관리 업체 '웨이스트매니지먼트'의 폐기물 처리장에서 한 직원이 압축 폐기물 보관소를 지나고 있다. /조선DB
미국 최대 폐기물 관리 업체 ‘웨이스트매니지먼트’의 폐기물 처리장에서 한 직원이 압축 폐기물 보관소를 지나고 있다. /조선DB

대표적인 글로벌 자산운용사 뱅가드 그룹과 블랙록도 RSG와 WM의 주요 주주다. 뱅가드 그룹은 RSG 주식 10.85%, WM 주식 16.34%를 사들였다. 블랙록도 각각 4.50%, 4.98%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폐기물 산업에 돈이 몰리는 이유는 시장 확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 세계 최대 쓰레기 수입국이었던 중국은 2018년 폐비닐, 폐신문 등 24종의 폐기물 수입을 금지했다. 점차 수입금지 품목을 늘리던 중국은 지난해 모든 고체 폐기물 수입을 금지했다. 강력한 환경 정책을 펼치는 EU도 지난해부터 개발도상국에 폐플라스틱 수출을 금지했다. 이처럼 국제적인 규제에 따라 폐기물 처리 공급이 위축됐지만 수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월드뱅크는 전 세계 폐기물 발생량이 지난 2016년 20억2000만t에서 2030년 26억t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시장 조사 전문 기관 얼라이드마켓리서치는 폐기물 처리 수요의 증가로 글로벌 폐기물 시장 규모가 2020년 1조6120억 달러(약 1978조7300억원)에서 2030년 2조4830억 달러(약 3046조8893억원) 성장할 것으로 것으로 전망했다.

해외에서는 폐기물 시장을 선점하려는 기업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인수합병을 통해 폐기물 업체가 대형화하는 형국이다. 리퍼블릭서비스는 지난달 9일 유해폐기물 처리업체인 US에콜로지를 22억 달러(약 2조 6943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고, 웨이스트매니지먼트도 2019년 시장 점유율 4위 업체인 어드밴스드디스포절을 29억 달러(약 3조5516억원)에 사들였다. 미국의 투자은행 캡스톤파트너스가 지난 2월 발표한 보고서 따르면, 미국 폐기물 시장에서 지난해 모두 236건의 M&A가 이뤄졌다. 전년도 143건과 비교했을 때 65%가량 늘어난 수치다. 캡스톤파트너스는 “코로나19로 인한 쓰레기 증가와 정부의 친환경 정책으로 폐기물 산업에 순풍이 불고 있다”며 “폐기물 업체들의 인수합병 활동도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강명윤 더나은미래 기자 mym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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