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2일(금)

[메타버스와 사회혁신] 쓰레기 마을과 웹 3.0

김경신 파울러스 대표
김경신 파울러스 대표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로 접어들자 승합차가 덜컹거리기 시작했다. 공교롭게도 아스팔트 포장된 도로가 끝난 곳부터 쓰레기 마을 ‘단도라(Dandora)’라고 했다. 마을의 중심부에 당도하자 악취가 코를 찌른다. 차창을 열지 않았는데도 농축된 쓰레기의 강한 냄새가 유쾌하지 않은 환영 인사를 건넨다. 우리를 살찌우고 아름답고 건강하게 가꾸기 위해 소비한 모든 것들의 껍데기와 잔반들이 뒤엉켜서 충격적인 냄새를 만들어냈다. 그 거대한 쓰레기 산 위에는 마치 시체를 노리는 듯 독수리 떼가 하늘을 선회하고 있었다. 그곳에는 사람들이 있었다. 쇳덩이나 플라스틱 등 재활용품으로 팔 수 있는 것들을 수집하려고 이곳 빈민가 사람들은 쓰레기 산을 열심히 뒤진다고 했다. 6년 전 방문한 케냐 나이로비의 기억이다.

그 뒤로 3년 동안 나는 단도라에 3번을 더 방문했다. 두 번째 방문 때는 동료 사판(Saffaan)을 6개월간 현장에 파견해 아이들을 가르쳤다. 당시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소수의 아이를 모아서 영상을 기획하고 제작하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노트북의 자판 타이핑부터 배워야 했던 아이들은 3년 만에 직접 유튜브에 채널도 개설하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콘텐츠를 제작해서 올릴 수 있게 되었다. 모바일 기술의 발전이 창출한 ‘플랫폼 경제’가 빈민가 아이들도 크리에이터로 살아가며 광고 수익의 혜택을 받을 기회를 가져다준 것이다.

플랫폼 경제는 많은 이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했다. 유튜브는 더 재밌고 인기 있는 콘텐츠를 생산하여 기존 광고 시장에서 광고 매체비를 점유하고 있던 지상파 방송사들과 경쟁하지 않았다. 모든 이가 자유롭게 콘텐츠를 제작하고 공개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고, 참여하는 크리에이터들에게 매체비를 나누어주기 시작했다. 이것이 플랫폼 경제의 혁신이다. 물론 비판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여러 국가에서 택시와 배달 서비스를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되었지만, 열심히 일한 시장 참여자들은 여전히 가난하며 그 경제에서 발생한 혜택의 대부분은 플랫폼 사업자와 투자자들이 가져갔다는 것이다.

이러한 한계점을 혁명적으로 전환해나갈 막강한 잠재력을 가진 것이 바로 ‘웹 3.0′ 기반의 ‘프로토콜 경제’다. 판매자, 구매자, 플랫폼 운영자 등 시장에 참여하는 모든 이에게 고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고안된 금융 시스템 ‘토크노믹스(Tokenomics)’가 근간이다. 이것은 블록체인(Blockchain) 기술의 발달로 실현 가능해졌다. 혹자는 ‘플랫폼 경제’가 혁신이었다면, ‘프로토콜 경제’는 혁명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메타버스(Metaverse)’의 정의도 이 지점에서 찾을 수 있다. 바로 블록체인 기술을 근간으로 프로토콜 경제 모델을 지향하는 가상현실 공간이다. 광의적으로 보자면 과거 PC통신 시절의 커뮤니케이션 공간, 수많은 온라인 게임 등도 모두 메타버스라 할 수 있다. 하지만 2022년에 접어들어 왜 많은 이가 새로운 개념의 메타버스를 논하는 것일까? 그것은 단지 ‘가상공간’으로서의 메타버스가 아닌, 프로토콜 경제를 근간으로 사회의 전 영역에 다양한 변화를 가져다줄 ‘웹 3.0 메타버스’에 대한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인류는 질병과 폭력,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 파괴, 빈부 격차를 지속적으로 목도하면서 더 나은 사회, 더 건강한 개개인의 삶을 만들어가고자 다양한 분야에서 분투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들은 인간에 대한 무한 긍정론에서 출발하지 않았다. 수천 년 지속해왔던 전쟁과 인류 공멸을 위협할 정도로 강력해진 무기 체계, 식민지 경영으로 빚어진 인종 갈등과 빈부 격차, 전염병의 문제 등 우리 인류의 어두운 단면에 대한 철저한 자각에서 시작되었다(개발학의 기원이 식민지 경영학에서 출발했다는 아이러니가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진정한 사회 혁신 설루션은 ‘절망적 직시’와 ‘의지로서의 희망’ 사이 어딘가에서 출발하는 게 아닌가 싶다.

김경신 파울러스 대표

관련 기사

Copyrights ⓒ 더나은미래 & futurechosun.com

전체 댓글

제262호 창간 14주년 특집

지속가능한 공익 생태계와 함께 걸어온 14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