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월은 한 해의 사업 계획과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시기다. 비영리 단체에도 모금목표와 전략을 짜는 일은 가장 중요한 연례행사가 되었다. 전년도 실적을 기초로 연초에 전략을 잘 짜두어야 헤매지 않고 결승점에 다다를 수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모금 성과를 측정한다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럽게 느껴져서 공론화하기 어려웠다. 대부분 모금 목표가 없거나 전년도 성과에 단순히 5~10%를 할증하는 방식으로 목표를 정했는데, 이제 목표 대비 성과 관리는 필수가 되었다.
경기침체와 코로나 사태는 비영리 단체들의 생존과 지속가능성에 경각심을 줬다. 과거에 부동산 임대수익으로 안정을 도모했던 법인들은 임대수익이 바닥을 치는 것을 목격했고, 모금과 기부자 소통에 다소 소홀했던 단체들은 현장이 멈추고 수입과 지출에 비정상적인 흐름이 나타나는 것을 경험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큰 일 나겠다는 위기의식도 생겼다. 몇몇 단체들은 코로나 이전부터 경제가 모바일 중심으로 이동하는 것에 주목하고 디지털 마케팅과 기술을 도입하고 무대를 디지털로 옮겨갔지만, 대부분의 단체들은 이렇게 갑자기 비대면 세상이 올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이제는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알고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올해 모금을 위해서 무엇을 더 신경 쓰면 좋을까.
첫째, 디지털 전환과 데이터의 시대가 도래했다. 디지털 기반의 스마트워크 시스템 장착과 온라인 소통, 그리고 채널 다각화는 필수다. 효과적인 기부자 소통과 관계관리를 위해서 홈페이지와 이메일, 유튜브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의 통합적 활용은 기본이고 모바일 기반의 활용을 더욱 고민해야 한다. 또한 데이터 시스템이 정교해져야 적절한 분석을 통해 기부자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블록체인, NFT, 메타버스 같은 기술 기반 활동은 더 이상 영리의 전유물이 아니다. 코로나 시대는 다양한 온라인 소통을 경험하는 실험실이었다. 생존 이슈 앞에서 용감해진 단체들은 과감한 시도를 하면서 비대면에 적합한 콘텐츠와 채널, 대상들을 찾기 시작했고 SNS, 기술, 데이터는 더 일상 속으로 깊이 들어왔다. 따라가지 않으면 도태된다.
둘째, 투명성은 부담이 아닌 매력 포인트로 활용될 것이다. 모금단체에게 신뢰도는 현실적인 문제이다. 신뢰가 떨어지면 곧바로 후원이 중단된다. 그동안 투명성은 오해받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성가신 것이었지만, 이제는 모금의 필수템이자 단체의 전문성을 보장하는 지표가 될 것이다.
셋째, 사업의 전문성이 주목받고 있다. 사람들은 ‘누가 그 일을 제대로 잘 하는지’를 궁금해 한다. 너무 다양한 일을 하는 곳보다는 특정 이슈와 문제해결에 특화되어 있는 곳이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 전문가까지 보유하고 있다면 금상첨화이다. 국경없는 의사회, 밀알복지재단, 그린피스, 세움 등 특수 분야와 특정 대상이 명확하게 보이는 단체들이 주목받기에 더 유리하다.
넷째, 애드보커시 활동 자체가 모금이다. 정인이 사건은 아동학대예방 모금캠페인이 되었고, 유기견 구조와 입양 활동은 동물보호시설 모금캠페인이 됐다. 쓰레기 줍기와 같은 환경보호 캠페인은 환경 후원으로 이어졌다. 해결해야 할 문제를 시민들과 공유하고 함께 변화를 추구하며 모금을 한다면 더 큰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다섯째, 더 세련된 스토리텔링이 주목받는다. 어설픈 스토리텔링이 빈곤포르노가 된다면 세련된 스토리텔링은 영웅담이 된다. 현장의 시선을 불쌍하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로부터 변화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에게로 옮겨 다채롭게 풀어내고, 내 작은 참여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여섯째, 기부자의 참여와 관여의 흐름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다. 아는 만큼 행동한다. 좋은 정보를 많이 제공하고 더 부지런히 사람들을 독려하고 더 많은 기회를 열어두는 곳이 새로운 만남과 참여, 모금의 기회를 얻게 된다. 올해는 대통령 선거와 지방 선거가 동시에 열리고, ESG의 바람도 더 거세게 일어날 것 같다. 무엇을 해야 할지 선택의 고민이 깊어지겠지만 답은 내 안에 있다. 따라하지 말고 잘 하는 것을 하자.
황신애 한국모금가협회 상임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