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2024 루트임팩트 X 브라이언임팩트 비영리 콘퍼런스
비영리 조직의 브랜딩 전략
“브랜딩은 우리가 누구였고, 누구여야 하는지를 발견하는 여정입니다.”
김유섭 인스파이어디 이사는 지난 3일 열린 ‘2024 루트임팩트 X 브라이언임팩트 비영리 콘퍼런스’ 무대에서 비영리 조직에 맞는 브랜딩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브랜딩의 핵심은 우리가 누구인지, 어떤 변화를 만들고자 하는지에 있다”며, “비영리도 우리가 잘될수록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례로는 국제개발 시민단체 ‘발전대안 피다’를 언급했다. 그는 피다의 브랜딩 과정을 소개하며, “국제개발기구에 기부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피다의 가치를 더 잘 이해할 것”이라는 점에 착안해, 주요 고객을 ‘하나 이상의 기부처가 있고 기부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고자 하는 사람’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브랜딩의 메시지는 명확했다. “기존 기부자가 두 번째 기부를 통해 가치를 확장하도록 돕는 것.” 이를 통해 피다는 고객과의 공감대를 강화하고, 단체의 정체성을 명확히 전달할 수 있었다. 그는 “기부자의 관심과 조직의 정체성을 연결하는 것이 브랜딩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 채용에 ‘브랜딩’을 더하면 달라지는 것들
채용 과정에서도 브랜딩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비영리 조직 ‘사회적협동조합 지구를지키는소소한행동(이하 지소행)’은 구체적이고 명료한 채용 공고를 통해 적합한 인재를 성공적으로 영입했다.
지소행은 채용 공고에서 필요한 역량을 명확히 명시했다. 예를 들어, ‘정보를 통계적으로 분석하며 의미를 도출할 수 있는 역량’, ‘콘텐츠 제작 도구 활용 능력’ 등 네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채용된 인재들은 조직에 대한 높은 만족감을 표현했고, 구체적인 공고 덕분에 지원자들은 더 큰 신뢰감을 느꼈다고 전했다.
지소행의 채용 브랜딩을 도왔던 조직문화 컨설팅 기업 ‘누틸드’의 헤이즐 컨설턴트는 “채용 브랜딩은 조직의 정체성을 알리는 중요한 첫걸음이며, 내부 결속력을 강화하는 효과도 있다”며 “조직 구성원에게 이곳에 남아 있는 이유를 묻는 것 또한 채용 브랜딩의 시작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트캠프에 참여한 동물해방물결의 경우, 외부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시작했는데 오히려 이 과정들 속에서 내부 팀원끼리 더 돈독해졌고 우리가 정말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동기부여를 받았다고 소감을 전했다”고 덧붙였다.
◇ 임팩트 측정에도 ‘브랜딩’ 관점이 필요하다
브랜딩을 통해 확립한 조직의 정체성은 임팩트 측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김하은 임팩트리서치랩 부대표는 “임팩트 측정은 조직의 목적, 비전, 정체성과 연결되어야 한다”며, 이를 단순한 결과가 아닌 ‘실현된 기관의 목적’을 측정하는 과정으로 정의했다.
김 부대표는 “임팩트 측정은 특정 사업의 목적과 과정을 기반으로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기 때문에 맞춤형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며, 각 조직과 사업의 특성에 맞는 측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임팩트 측정이 데이터를 다루는 과정인 만큼 현장을 이해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현장을 모르는 상태로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측정 지표를 설정하면, 맥락과 맞지 않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부대표는 “임팩트를 측정하는 방법론도 중요하지만, 대상 기관의 정체성에 맞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측정이 어렵다”고 말했다.
임팩트 측정의 목적 설정 역시 중요하다. 김 부대표는 ▲증명을 위한 측정 ▲개선을 위한 측정 ▲설명 가능성과 책무성을 위한 측정을 주요 목적 유형으로 제시하며, 측정의 시점과 단계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사업과 조직의 특성에 적합한 방식이 적용되지 않으면, 측정의 정확성과 효과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측정 지표 체계가 조직의 중장기 전략과 방향성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내부 구성원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행사는 17개의 비영리 조직의 구성원이 직접 연사로 나서는 ‘라이트닝 토크’, 마케팅, 채용, 인사 등 각 분야 전문가가 비영리 조직의 맞춤 조언을 제시하는 ‘인사이트 토크’, 지속가능한 비영리 생태계를 위해 함께 논의하는 ‘패널 토크’로 구성됐다.
정승구 루트임팩트 성장지원팀장은 “비영리 조직의 성장에는 정해진 답이 없기에, 각 조직이 문제를 해결한 다양한 사례를 공유할 수 있도록 행사를 마련했다”며 “앞으로도 비영리 조직의 역량 강화와 생태계 변화에 관해 이야기하는 자리가 더 많아지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규리 더나은미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