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제, 신생 기업엔 큰 진입 장벽
기준 완화·절차 간소화한 판별제
더 많은 소셜벤처 성장 기회 될 것
중소벤처기업부가 ‘소셜벤처 판별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소셜벤처 판별제는 중기부와 기술보증기금이 마련한 기준에 부합하면 소셜벤처로 인정해주는 제도다. 소셜벤처로 인정받은 기업들은 ‘소셜벤처 판별확인서’를 발급받게 되고, 정부의 지원 사업에 참가할 자격을 얻게 된다. 중기부는 오는 21일 판별 기준을 공시하고 기업들로부터 신청받을 예정이다.
이번에 도입되는 판별 기준은 중기부와 기술보증기금이 실태 조사를 위해 지난 2019년 1월 마련한 항목을 개정한 것으로 기업들의 진입 문턱을 낮췄다. 기존 실태 조사에 쓰이는 판별 항목은 크게 사회성 분야(12개 항목)와 혁신성장성 분야(14개 항목) 등 두 가지로 구분된다. 두 분야에서 항목별 배정된 점수의 합이 각각 70점을 넘으면 소셜벤처로 분류됐다. 지난해 기준으로 소셜벤처로 집계된 기업은 총 1509개다.
사회성 항목은 ▲법령 또는 민간의 사회적 경제조직 인증 ▲정부·민간의 소셜벤처 임팩트 투자 유치 기업 ▲사회적 가치 실현 네트워크 확보 기업 등이며, 혁신성장성 항목으로는 ▲정부의 기술력 인정 기업 ▲정부·민간의 소셜벤처 임팩트 투자 유치 기업 ▲기업의 지속 가능성 등이 있다. 중기부는 “기존 항목을 활용하는 대신 기준을 완화해 더 많은 기업이 소셜벤처로 판별받아 정부 지원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가장 큰 변화는 투자 유치 기준 완화다. 기존에는 5000만원 이상의 임팩트투자를 유치한 기업에 100점을 부과하는 방식이었지만, 투자 금액과 점수를 세분화해 투자 유치 규모가 작은 기업도 배점을 얻을 수 있게 했다. 사회적 가치 창출 교육 이수 항목에서는 정부·지자체·공공기관 교육으로 한정하던 것에서 민간 영역으로 확대해 점수를 얻기 쉽도록 했다.
소셜벤처 판별제는 21일부터 시행되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맞춰 마련된다. 개정안은 소셜벤처를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통합적으로 추구하는 기업’으로 규정하고, 소셜벤처 지원에 관한 근거 규정을 담고 있다. 이에 법적 지원 근거가 생긴 소셜벤처를 ‘어떤 방식으로 규정하느냐’에 대한 준비가 필요했다.
지난해 5월부터 중기부는 임팩트얼라이언스, 소셜벤처허브, 사회적경제연대회의 등과 논의를 이어왔다. 그러다 지난 5월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논의 초기에는 ‘소셜벤처 인증제’ 도입 문제로 한 차례 시끄러웠다. 업계에서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올 초 기재부가 사회적기업 인증제를 등록제로 전환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인증을 위해 9단계에 달하는 복잡하고 까다로운 절차는 신생 기업들엔 큰 진입 장벽으로 작용했다. 사회적기업의 영역이 환경·반려동물·공정무역 등으로 다양하게 확장되고 있지만, 인증이 ‘취약 계층 고용’이라는 특정 분야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도 문제였다. 전일주 임팩트얼라이언스 사무국장은 “당시 사회적기업과 같은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로 아예 소셜벤처를 법적으로 규정하지 말자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며 “장기적인 관점으로 봤을 때 법적 정의에 대한 필요성도 꾸준히 제기돼 판별제를 도입하는 것으로 논의 방향을 설정했다”고 했다.
소셜벤처 업계에서는 이번 판별제 도입을 반기는 분위기다. 정부 지원의 법적 근거 마련으로 장기적인 성장 기반을 마련했고, 판별제가 인증제보다 유연하게 운영될 수 있다는 이유다. 도현명 임팩트스퀘어 대표는 “정부가 소셜벤처를 법적으로 지원할 근거가 생긴 것만으로도 업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며 “허들이 낮은 판별제 도입으로 더 많은 소셜벤처가 성장의 기회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중기부 관계자는 “판별제 도입을 통해 국내 소셜벤처를 보다 체계적으로 육성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강명윤 더나은미래 기자 my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