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시작된 토종 NGO 굿네이버스의 창립 30주년 기념 강연 ‘세상을 위한 좋은 변화, 30년의 발자취’가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간 진행된다. 이번 강연은 사회복지, 국제개발 분야 전문가 5명이 굿네이버스 30년사를 연구·분석한 주제 강연으로 채워진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온라인으로 진행된 이번 강연에서 전문가들은 글로벌 NGO의 조직경영·국제개발사업·모금 등에 대한 다양한 분석을 내놨다.
“굿네이버스 설립 첫해 모금액은 약 4700만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기준으로는 약 1745억원이 됐습니다. 지난 30년 동안 1557배 가까이 성장한 셈이죠. 모금액 측면에서 보면 기적적인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강철희 연세대학교 사회복지대학원 교수는 17일 굿네이버스 창립 30주년 기념 강연의 마지막 연사로 나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모금의 진화’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강 교수는 모금 부문 성장 과정을 크게 네 단계로 구분해 ‘모금명분’ ‘모금기술’ ‘회원관리’ 등의 모금 핵심 구성요소를 통해 분석했다.
1991년부터 2000년까지는 모금의 토대를 다졌던 ‘기반 마련과 개척’의 시기다. 강 교수는 “국내외 이웃의 어려움을 명분으로 모금 활동을 전개하면서 모금액 100억원을 달성했다”면서 “다양한 명분에 따라 실험적 모금 노력을 전개하면서 굿네이버스의 모금 기반을 다진 시기”라고 설명했다. 굿네이버스는 DM 발송, 가두캠페인 등 전통적인 모금 기술을 사용했지만, 이를 차별적으로 체계화하려고 노력했다. 강 교수는 “굿네이버스는 설립 초기부터 단순 기부자가 아닌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주체적 존재라는 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회원’이라는 용어를 사용했다”라며 “1991년 7월 회지 ‘좋은이웃’을 창간하고 1996년 후원의 밤을 개최하는 등 회원관리를 위해 노력해왔다”고 설명했다.
이후 IMF 외환위기 여파를 극복한 2001~2007년을 ‘도전을 통한 성취’시기로 규정했다. 모금을 위한 핵심 명분은 ‘지원이 필요한 아동’이었다. 강 교수는 “국내 결식아동과 학대피해아동, 개발도상국 아동에 집중해 모금 활동을 전개한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 시기 모금 기술도 다각화되기 시작했다. 특히 온라인 웹진, 웹메일 발송 등 국내 NGO 중 가장 빠르게 온라인 기술을 적용했다. 또 ‘100원의 기적’이라는 온라인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회원 관리 유지를 위해 새로운 노력과 회원 요구 대응관리도 시작됐다. 굿네이버스는 회비를 자동이체 납부로 전환하고 회원 콜센터를 설치해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회원을 관리하면서 모금액 300억원을 달성했다.
2008~2013년은 총 모금액 규모가 1000억원을 돌파한 ‘한국 대표 NGO로의 성장’ 시기다. 이 시기 굿네이버스는 해외 아동에 더욱 초점을 맞춰 교육·노동·보건위생 등으로 세분화시켜 모금 활동을 전개했다. 이러한 모금 활동은 미디어와 온라인 기술을 결합해 진행됐다. 강 교수는 “모금 기술을 새로운 환경에 맞춰 변화를 이뤄냈는데, 그것이 바로 SBS 희망TV 등의 방송·미디어 모금을 활용한 것”이라고 했다. 또 굿네이버스 대표 프로그램인 ‘희망편지쓰기대회’는 온·오프라인 결합한 방식으로 자리를 잡게 됐다. 회원 유지를 위해선 더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국내 사업장 방문 횟수를 연 5회로 확대하는 등 다양한 서비스 제공을 통해 만족도를 높이고 굿네이버스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습니다. 특히 해외 아동 결연 회원이 증가함에 따라 결연관리팀을 별도로 분리해 운영하며 안정적인 회원 운영체계를 구축했습니다.”
모금액 1745억원을 달성한 2014~2020년은 ‘대중 모금 모델로의 안착’ 시기로 봤다. 강 교수는 이 시기를 모금 대상에 있어 해외 아동과 국내 아동의 균형점을 찾는 시기로 분석했다. 특히 기존 기술들을 통합하는 방식으로 콘텐츠를 개발했고, 시대 흐름에 맞게 소셜미디어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또 더네이버스클럽·더네이버스레거시클럽 등 고액 기부 모델을 만들었다. 고객 관리 시스템 역시 한 단계 더 발전했다. 강 교수는 “회원 관리를 위해 기업에서 활용하는 고객 관리 시스템과 유사하게 도입해 고객 관리 선진화를 이루게 됐다”고 했다.
강 교수는 여러 모금 사업 가운데 ‘희망편지쓰기대회’에 주목했다. 지난 2009년 시작된 희망편지쓰기대회는 아이들이 가족과 함께 지구촌 이웃이 겪는 어려운 현실에 공감하고, 희망편지를 작성하면서 나눔의 가치를 인식하고 실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강 교수는 “희망편지쓰기대회를 통해 대한민국의 미래 나눔 세대를 양육할 수 있었다”며 “아이들과 부모들의 기부 행동을 촉발, 성장시키는 중요한 프로그램”이라고 평가했다.
“새로운 실험, 필요한 사업의 발굴, 집중된 노력이 굿네이버스 모금 성과의 핵심 추동 요인이자 핵심 유전자입니다. 이 유전자를 통해 차별적인 운영 공식을 도출하는 시도가 끊임없이 이뤄지길 바랍니다.”
강명윤 더나은미래 기자 mymy@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