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0년간 전 세계 온열 질환으로 인한 죽음 중 3분의 1 이상이 인간 활동으로 유발된 지구온난화 때문에 발생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사망자 규모가 구체적으로 밝혀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영국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LSHTM)과 스위스 베른대가 주도하는 다중국가다중도시연구네트워크(MCC) 국제공동연구팀이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과학 저널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991~2018년 세계 43개국 732개 지역 내 온열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의 약 37%가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기후변화로 목숨을 잃었다.
연구팀은 인간 활동으로 인한 지구온난화의 영향을 가려내기 위해 인간의 온실가스 배출 유무를 비교한 시뮬레이션으로 사망자를 추정했다. 온열 질환 사망자는 ‘건강에 적합한 기온보다 높은 온도에 노출돼 사망한 사람’으로 정의했다.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사망률은 특히 중남미와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높게 나타났다. 에콰도르는 약 76%에 달했으며, 동남아시아도 48~61%에 이르렀다. 한국은 21%로 평균에 비해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연구팀은 각 지역의 기온과 거주 인구의 취약성에 따라 사망률 차이가 난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에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은 중·저소득 국가의 국민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논문 제1저자인 안나 비세도 카브레라 베른대 박사는 “기후변화에 대해 무언가 조처를 하지 않으면 온열 질환 사망자 비중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사망률은 빙산의 일각일 뿐, 고온으로 인한 심혈관질환과 호흡기질환은 훨씬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책임저자인 안토니오 가스리니 LSHTM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지금 당장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고 말했다.
강태연 더나은미래 인턴기자 kit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