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의 미혼 가족 10명 중 3명은 돌봄 부담 때문에 결혼을 포기했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0일 발간한 ‘2021 정신장애인 인권보고서’에 따르면, 정신장애인 가족의 3분의 2가량이 생계 책임, 돌봄, 정신건강 관리 등에 부담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장애인 가족의 14%는 미혼으로 조사됐는데, 이 중 30%는 “장애가 있는 가족을 돌봐야 해서 결혼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부모가 정신장애인의 주거를 책임지는 경우가 많았다. 정신장애인이 살고 있는 집의 소유주가 부모인 경우는 33.7%로 전체 장애인 평균 수치인 13.7%를 크게 웃돌았다.
정신장애인은 소득수준도 현저히 낮았다. 2017년 기준 전체 가구의 월평균 가구소득은 361만7000원이었으나 장애인 가구의 월평균 가구소득은 이보다 약 120만원 적은 242만1000원으로 분석됐다. 특히 정신장애인 가구의 소득은 180만4000원으로, 전체 장애 유형 중에서도 최하위 수준이었다.
정신장애인의 고용률은 15.7%로 장애인 전체 고용률(36.9%)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고용 형태도 임시직(49.9%)이나 일용직(38.5%)이 대부분이었다.
정신장애인은 한 해의 절반을 병원에서 지냈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 정신장애인의 평균 입원 기간은 176.4일로 스페인(56.4일), 영국(35.2일), 프랑스(23.0일), 스웨덴(15.7일) 등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정신장애인 입원 기간이 100일을 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했다. OECD 27개국 평균은 30.6일이다.
특히 2019년 기준 비자발적 입원율은 32.1%로 높은 편이었다. 퇴원 후 30일 이내 재입원하는 비율도 27.4%로 OECD 가입국 평균인 12.0%보다 두 배 이상이었다.
인권위는 “우리나라의 정신건강복지 정책은 ‘지역사회에서의 회복’보다는 ‘격리와 수용’을 중심으로 설계됐다”면서 “정신장애인에 대한 치료와 보호, 지원이 기본적으로 지역사회에 기반해야 하고, 근본적으로는 병원과 시설 중심의 치료·서비스가 탈원화(탈시설화) 패러다임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태연 더나은미래 인턴기자 kit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