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6월 26일(일)
저소득 정신질환자 치료비 지원, 실효성 있을까

보건복지부가 정신질환을 진단받은 저소득 환자를 대상으로 첫 진단 후 5년까지 치료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정신질환 만성화를 예방하기 위한 조기 개입 방안과 전문가들이 꾸준히 주장해 온 전문 인력 확충은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정신건강복지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히면서 “정신질환 급성기 위험을 관리하고 만성화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정신질환을 처음 진단받은 저소득환자에게 5년간 치료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조선DB

이번 개정안에 따르면 정신질환을 진단받은 사람 중 복지부 장관이 고시한 기준 이하인 저소득 환자는 첫 진단을 받은 날로부터 5년까지 조기 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기초생활수급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심리 검사비, 비급여 투약·조제료, 비급여 검사료 등 비급여 치료비용도 지원받는다.

일부 전문가들은 치료비 지원만으로는 정신질환의 만성화를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진희 한국트라우마스트레스학회장은 “정신질환의 만성화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조기 개입’이 중요한데 국내 제도는 미흡한 편”이라며 “적극적인 정신건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역사회의 기관과 인프라를 확대하고 전문정신건강요원의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내에 설치된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는 16개소, 기초정신건강센터는 239개소다. 센터에서는 약물 중독, 조현증 등 다양한 정신질환을 담당하지만, 국내 정신건강 문제를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영국, 미국 등 해외에서는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정신건강 서비스 활성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의 정신병원은 대부분 단기 입원을 위한 소규모 병상만 운영하고 있다. 과거에는 정신병원이 치료의 대부분을 담당했지만 최근에는 지역사회에서 정신건강을 관리하는 트렌드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영국은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이동식 정신건강 지원팀도 따로 마련해 운영 중이다. 지원팀은 직접 환자의 집을 방문해 모니터링한다.

미국은 정신재활 모델인 ‘적극적인 지역사회 관리(Assertive Community Treatment)’ ‘서포티브 하우징(Supportive Housing)’ 등을 시행하고 있다. 적극적인 지역사회 관리는 중증질환자 치료 모델로 지역사회 관리팀이 환자의 증상을 완화하고 지역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서포티브 하우징의 경우 치료비가 부족한 정신질환자들에게 주택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한국 정부는 올해 1월 14일 ‘온국민 마음건강 종합대책 5개년’을 발표했다. 대책안에는 일반국민, 정신건강 고위험군, 당사자 및 가족, 중독·자살 고위험군 등 대상자별로 필요한 정신건강서비스를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만 아직 제도화되지 않은 상태다. 현진희 회장은 “저소득 정신질환자에게 치료비를 지원하는 것은 바람직하고 필요하다”면서도 “개정안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초기에 질환을 진단받고 만성화를 예방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의 제도·인프라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수연 더나은미래 인턴기자 ye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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